한국에서 지리를 가르치는 입장이다보니 한국을 다룬 지리 책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생긴다. 국권침탈기 대한제국을 여행했던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국어 시간에 한토막을 접한 기억이 있었다. 너무 옛날 문체라 읽기 어려우면 어떡하지 겁냈다가 개정판이 나왔다기에 부담 없이 펼쳤다.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은 영국의 지리학자가 본 조선의 기록이다. 카레와 카메라를 들고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모습이 그려진다. 밥을 먹어 똥똥해진 아이의 배를 만지거나 절절 끓는 온돌방에 대한 서술은 정겹기도 하고, 벌레가 들끓고 찬 바람을 맞아가며 산을 넘는 서술은 고생길이 뻔히 보인다.
시대상도 곳곳에 드러나 있는 점은 매력으로 꼽을만 하다. 다만 읽다 보면 뭔가 끊기는 느낌을 자주 받아 아쉽다. 아마 번역상의 문제일 듯 한데, 번역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고 생각하니 그만저만 참을만 했다. 라우텐자흐의 코레아와 비교될 줄 알았는데, 아예 계열이 달랐고 독특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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