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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

쌀 재난 국가

by Thisis Geoedu 2021. 10. 19.

지역이해를 가르치다보면 권역을 다루게 되는데, 문화권을 설명하며 유교자본주의를 언급한다. 하지만 가르치면서도 동아시아문화권을 유교라고 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긴 했다. 몬순기후와 쌀농사와 한자와 유교와 불교와 조공체계와 발전국가와 안행형모델이 뒤섞인 이 권역에게 어울리는 표현은 끝내 매듭짓기 어려웠다.
쌀 재난 국가환경결정론으로 남한 사회를 설명한다. 문화의 기저에 자리잡은 벼농사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지루할 법도 한데 꽤나 신선하다. 특히 재난과 국가의 역할을 연결짓는 설명이 아주 명쾌하고 깔끔하게 다가온다. 국난극복이 전국민레포츠라는 자조적인 표현의 광석을 캐낸 기분이다.
벼농사로 시작은 했지만 결국은 연공서열제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그래서 기승전연공서열제로 전개하는데, 그다지 썩 와닿진 않는다. 세대와 젠더에 대한 비판이 타당하지만, 아마도 공무원이 가진 처지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한국인에 대해 이해하려는 시도가 정말 좋다. 맑스가 아시아적 생산양식이라고 하면 다 설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직접 대놓고 밝힌 것처럼 부르디외나 공자를 읊지 않는다. 우리의 경제가 축적된 만큼 외교에서도 위상이 상승할 것이고, 우리의 탐구와 사상과 학문도 축적되어 언젠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인이 한국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충분히 의미있게 읽을만 하다.
나만 아니면 되고, 내 자식만 아니면 되고, 내 세대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꼬집는 태도가 깔려있어 꽤나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쌀밥에 고깃국을 계속 먹을 수 있냐는 끝맺음까지 지속가능한 사회보다 훨씬 와닿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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