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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자료/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1)

공간정보와공간분석_10도법

by Thisis Geoedu 2021. 9. 24.

도법은 지도를 그리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영어로는 투영법이나 도법이나 projection입니다. 지난 수업에서 다룬 투영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이번 수업에서는 일부러 도법이라는 표현을 쓰겠습니다. 투영하면 지도가 그려지니까 투영법이 도법은 맞긴 한데, 도법들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지도는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그린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구체인 지구를 펼쳐서 지도로 만드는 방법이니까 당연히 엄청나게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도법의 수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도법을 다 살펴볼 능력도 없고,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주요 도법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살펴볼 도법은 메르카토르도법입니다. 이미 한번 등장했던 도법입니다. 원통도법인데, 광원은 지구 중심에 있고 투영면과 지구는 적도에서 접하는 형태입니다. 지도를 만드는 원리가 아주 간단한 셈입니다. 대신 그 효과는 엄청납니다. 실제로 지구에서는 모든 경선이 극지방에서 만납니다. 그 경선을 인위적으로 평행한 선으로 곧게 펴줍니다. 극으로 갈수록 가까워져야하는 경선을 억지로 벌려놓은만큼, 위선의 간격도 떨어트려서 정형성을 확보하였습니다. 실제 지구에서 위선 사이의 간격은 일정한데, 펼치다보니 고위도로 갈수록 면적의 왜곡이 엄청나게 커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남극과 북극은 지도를 무한대로 확장하더라도 절대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널리 쓰여왔습니다. 일단 지도상의 모든 위선과 경선이 수직으로 교차합니다. 게다가 경선 간격과 위선 간격이 조정되어 있어 지도상의 두 지점을 잇는 직선은 방위가 정확하게 나타납니다. 한 지점에서 출발했을 때 다른 지점으로 갈 때까지 나침반의 방향을 쭉 잡아놓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 경로가 비록 최단거리인 대권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래서 유럽인들의 항해가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시대부터 널리 이용되어 왔습니다.

문제는 메르카토르도법으로 제작된 지도가 벽걸이용 지도로도 흔히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고위도의 면적 왜곡이 아주 심각합니다. the true size of라는 웹사이트에 가면 쉽게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남아메리카가 그린란드보다 8배 큰데, 메르카토르도법의 경우에는 그린란드가 더 크게 표현됩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메르카토르 지도가 쓰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지도를 보고 자라면 세계관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독일의 역사학자인 아르노 페터스가 지적합니다. 메르카토르도법으로 제작된 지도는 적도 주변에 위치한 제3세계 국가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표현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중위도나 고위도에 위치한 유럽, 미국, 소련 등은 크게 표현되고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는 작게 표현되는 정적성의 왜곡에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지구와 투영면이 적도에서 접하지 않고 중위도에서 접하는 도법을 제안합니다. 지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페터스가 언급해서 페터스도법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수학자인 골이 훨씬 먼저 개발한 도법입니다. 면적의 왜곡을 상대적으로 줄인 골-페터스도법은 완벽하게 평등한 도법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인기를 끌었고, 사람들은 지도에 속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도는 과학적으로 정밀하게 만들어져 진실을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믿기 쉽거든요.

하지만 이미 배운 것처럼 지구를 평면에 펼치는 이상 반드시 왜곡은 발생합니다. 메르카토르도법도 마찬가지이구요. 다만 항해용으로 유용한 부분이 있어서 오랜 기간 사용해왔던 것일 뿐입니다. 원통도법의 특성상 투영면과 닿는 곳은 왜곡이 적다는 장점은 지금도 유용합니다. 메르카토르도법은 적도에 접하지만, 특정 경선에 접하게 기울이면 남북으로 길쭉하게 정확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횡축메르카토르도법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지형도를 만들 때에 기본으로 쓰고 있는 도법입니다. 중부원점, 동부원점 식으로 기준이 되는 특정 경선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리학자들도 메르카토르도법 자체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교육현장 등에서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미국의 구드가 만든 지도는 구드도법이라고 합니다. 경선이 사인곡선인 시뉴소이달도법과 경선이 타원인 몰바이데도법을 짬뽕시켜 만들었습니다. 저위도와 고위도로 나누어서요. 특이한 것은 그렇게 만든 지도를 대륙이나 해양을 중심으로 찢었다는 점인데, 찢어진 형태를 굳이 특정지어야 할 때에는 구드의 단열도법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구드도법으로 그려진 지도는 누가 봐도 눈에 확 띄는 찢어진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색해서 많이 사용되지는 않는 편인데, 미국의 뉴스 등에서는 간간히 볼 수도 있는 도법입니다. 보통 육지에서 일어나는 지리현상의 분포 등을 나타낼 때 가끔 사용하는 편입니다.

지도는 정각, 정적, 정거, 방위 중 반드시 어떤 특성에서는 왜곡이 발생합니다. 추구하는 것이 있으면 포기해야하는 것도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미국의 로빈슨 교수에게 일반적으로 널리 쓸 수 있는 지도의 개발이 의뢰되었습니다. 널리 쓰이는 지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특성에서도 왜곡이 크지 않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고민의 결과 그 어떤 특성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 어떤 왜곡도 심각하지 않은 절충도법으로 로빈슨도법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지도에 특별한 특징이 강하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크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꽤나 유용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만들어지는 세계지도도 로빈슨도법으로 제작됩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도 사용했구요.

절충도법이 가진 장점이 있기에 필요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도법이 쓰입니다. 여러분들이 세계지리를 선택하면 아마도 밀러도법이 눈에 띌 것입니다. 요즘은 빈켈트리펠도법이 많이 쓰이는 편입니다. 수많은 도법의 이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GIS에서는 도법만 선택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계산하고 시각화해주니까요. 전달하고 싶은 지리 정보를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도법을 선택할 수만 있으면 됩니다. 

지도를 잘 알아야 하는 이유는 지도로 누군가 속이려고 들기 때문입니다. 지도는 반드시 왜곡이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결국 지도 제작자가 지도를 쓸 때 의도를 가지고 왜곡을 선택하는 셈입니다. 지도에 왜곡이 있다는 머을 모르면, 멍청한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구에서의 거리와 지도에서의 거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면, 엉뚱한 지역이 미사일의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측면에서도 지도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냉전 시기 사람들에게 소련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싶은 정치인이라면, 소련이 크게 그려지는 도법을 선택할까요 아니면 작게 그려지는 도법을 선택할까요? 소련은 이미 세계 육지 면적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거대한 국가였지만, 어떤 도법을 선택하냐에 따라 더 크게 표현할 수도 있었습니다.

지도는 세계를 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지도는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북쪽이 위로 가게 되어있습니다. 맬버른의 열두살인 스튜어트 맥아더는 그러한 약속을 거부합니다. 그렇게 만든 세계지도는 항상 오스트레일리아가 아래에 놓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쪽이 위로 가는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맥아더의 지도를 보면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에게는 꽤나 새로운 시각을 줍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지구를 항상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지구의를 가까이 두면 좋습니다. 매번 수업때 낑낑대며 들고 오는 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무겁고 비쌉니다. 지구의가 없으면 가상지구라도 자주 보면 좋습니다. 가상지구도 보기 귀찮으면 다양한 도법의 지도라도 보면 좋습니다. 익숙한 도법의 지도만 보지 말고, 어색한 도법의 지도도 보는 연습을 하면 좋겠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지도 말고, 우리나라 중심의 지도도 많이 보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지도를 보면서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자주 하면 좋겠습니다.

지도에 속지 않으려면 도법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지도로 표현하려면 도법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도법을 비교하면서, 도법에 대해 이해하길 바랍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