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 배울 내용은 지리조사입니다.
지리조사는 지리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표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사실 여러분들이 초등학생 때 동네를 돌아다녀보고, 인터넷 지도로 찾아보는 활동을 했던 것이 지리조사였습니다. 지역이해에서 지역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던 활동도 지리조사였구요. 지리조사라는 명칭을 잘 안들어봐서 그랬지, 실제로 여러분들은 이미 여러 차례 지리조사를 해왔습니다.
지리조사는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먼저 조사할 주제를 선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내조사와 야외조사를 합니다. 실내조사는 의자에 앉아서 하는 조사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지도나 문헌 등을 살펴보는데, 요즘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야외조사는 실제 필드에 나가서 하는 조사입니다. 바람 맞고 땀 흘려가며 원하는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이렇게 수집한 지리정보는 필요한 형태로 정리하고, 분석합니다. 그리고 분석한 결과는 이해하기 쉽게 지도, 그래프, 표 등을 이용하여 시각화하고 보고서로 작성합니다. 어려운 것도 아니고 직관적인 순서라서 금방 납득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나만의 주제도 제작 활동을 할 때에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지리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으로는 직접조사와 간접조사가 있습니다. 직접조사는 말 그대로 내가 직접 정보를 구해서 얻는 방식입니다. 시간도 많이 들고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얻는 정보는 가공되지 않은 1차자료입니다. 보통 원자료 혹은 로우데이터라고 하는 정보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정보들은 누군가가 개입해서 이미 가공해놓은 2차자료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는 말은 2차자료가 만들어지면서 누락되거나 의도적으로 제거된 맥락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직접조사를 통해 1차자료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1차자료를 얻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므로, 맥락에 따라 직접조사할지 간접조사할지 방법을 잘 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수업 중에 대부분 교실에서 간접조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대체로 직접조사는 야외조사에서 많이 하는 경향이 있고, 간접조사는 실내조사에서 많이 하는 경향은 있습니다.
직접조사를 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관찰입니다. 실제 필드에 나가서 경관을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사람은 경관에서 특성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직접 가서 눈으로 보면 확연하게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옛날에야 직접 필드에서 스케치로 그려오고 그랬지만, 일반적으로 경관은 사진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기록합니다. 다음은 실측이 있습니다. 실측은 실제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각종 도구를 이용하면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줄자를 가지고 가서 거리를 측정할 수도 있고, 카운터기를 들고 가서 유동인구를 측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천의 유속이나 산의 높이를 측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음은 면담입니다.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을 때에 직접 인터뷰하는 방법입니다. 사람은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의사소통하기 때문에, 사회에 대해 조사하기 좋은 방식입니다. 다만 인터뷰 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편입니다. 설문도 있습니다. 설문은 미리 알고싶은 부분에 대한 문항지를 제작해서 진행하는 방법이니다. 옛날에는 설문지를 종이로 많이 인쇄했는데, 요즘에는 구글폼 등을 이용해서 여러분들도 많이 익숙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쉽게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백명 정도를 조사하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다만 문항을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결과도 세상 쓸모 없게 나옵니다. 흔히 트레시 인, 트레시 아웃이라고 합니다. 쓰레기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을 해봐야 쓰레기 같은 결과만 나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상황에 맞게 문항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대상이 사람이다보니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고려해야합니다. 실제 소득은 많은데 적다고 응답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할 때에는 설문지만 이용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지리조사도 연구 방법이기 때문에 이번에 제대로 배워놓으면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쓸모가 많을 것입니다. 지리조사에서도 다른 조사와 마찬가지로 양적연구방법과 질적연구방법이 모두 사용됩니다. 양적연구방법은 숫자를 다루고 있는 연구방법입니다. 실측이나 설문 등으로 얻은 정보들은 양적연구방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얻은 데이터를 통계처리하게 되는데, 여러분들이 중학교에서 배운 대표값인 평균값이나 중위값이나 최빈값 등이 많이 활용되는 편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상관관계를 살펴보거나 회귀분석 등을 할 수 있고, 욕심을 더 내보면 T검정이나 ANOVA검정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대학 가면 배우는 내용이라서 나중에는 다 익숙해질텐데, 아무래도 복잡해보이고 멋져보여서 많이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이야 어차피 계산은 컴퓨터가 해줄 수 있으니 그 의미가 무엇인지만 정확하게 알고 사용만 잘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측정 도구가 처음부터 정교하지 않으면, 제 아무리 대단하고 멋진 처리방법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점입니다. 데이터 분석만큼이나 정교한 데이터의 수집이 중요합니다. 양적방법론은 특성상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한계가 있는 편입니다. 내밀하고 깊은 부분을 끄집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양적연구방법 외에 질적연구방법도 있습니다. 양적연구방법을 정량적이라고 표현하고, 질적연구방법은 정성적이라고 표현합니다. 주로 면담이나 참여관찰 등이 질적연구방법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면담은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인터뷰라고 생각하면 되고, 참여관찰은 직접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4교시가 끝나고 급식실에 가는 학생들의 동선이 궁금한 경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설문 문항을 만들어서 조사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사실은 급식실로 뛰어가면서 거짓으로 도서관에 간다고 답할 수도 있습니다. 면접을 하면 대답을 하는 뉘앙스나 바디랭귀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참여관찰을 하면 실제 학생들이 행동하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질적인 방법론은 정형화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사람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변수도 많습니다. 그래서 각종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유연하게 대응해야하는데, 정교하게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에 조사하는 입자에서 노련함이 필요합니다. 아무나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양적연구방법과 질적연구방법을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접조사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던 것처럼, 간접조사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지도는 지리조사의 기본이 됩니다. 과거의 지도를 보면 과거의 지표상태와 공간인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지도를 가지고 있으면 다양한 공간현상의 분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야외조사를 앞두고 있을 때 이동할 경로를 찾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그야말로 지도는 지리조사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셈입니다. 문헌은 다른 조사와 마찬가지로 지리조사에서도 유용합니다. 각종 지리지나 보고서나 논문 등이 참고 대상이 됩니다. 과거에는 도서관에 직접 가야했는데, 이제는 컴퓨터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미 RISS나 DBpia 많이 사용해봐서 익숙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은 간접조사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지도도 문헌도 인터넷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는 따끈따끈한 좋은 정보가 넘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검증이 되지 않은 정보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논문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작성자가 대체로 전문가들이고, 논문 투고 과정에서 학문적인 의의에 대해 심사를 거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수많은 정보들이 함께 제공되므로, 반드시 활용하는 사람의 안목이 필요합니다. 인터넷에서 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지를 꼭 검토하고 활용하길 바랍니다.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옵니다.
근래에는 간접조사에 획기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격탐사가 지리조사에 날개를 달아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지리조사에서는 필드에 나가서 직접 조사하는 야외조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야외조사가 가지는 강점도 엄청나긴 하지만, 직접 찾아가면서 조사하는 한계도 분명이 존재하긴 합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가지 않고도 많은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드론이나 항공기나 인공위성 등의 비행체가 발전하기도 했고, 라이다나 카메라 등의 장비가 발전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행기, 헬리콥터, 드론, 인공위성 등을 이용해 지구를 관측하는 원격탐사의 장이 열렸습니다. 원격탐사는 실제 발바닥에 땀 흘려가며 조사하는 답사와 대비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해가 쉽습니다. 원격탐사 덕분에 가기 힘든 곳의 정보도 쉽게 구합니다. 사하라사막 한복판이나 설악산 꼭대기를 사람이 가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하지만 원격탐사는 훨씬 수월합니다. 넓은 지역의 정보도 한번에 구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 열대 우림 전체나 동해바다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조사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하지만 원격탐사는 훨씬 수월합니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실시하면 변화하는 양상을 파악하기도 훨씬 좋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1년 혹은 2년마다 촬영해서 국토에 대한 정밀한 항공정사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카카오맵에 들어가면 스카이뷰에서 우리 학교가 있는 식사동도 2008년과 2018년의 토지이용현황을 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항공우주연구원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국토위성을 관리합니다. 잠실종합운동장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당장 국토관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의 해상도입니다. 산사태, 홍수, 폭발 등의 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도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국토위성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천리안2A와 2B가 정지궤도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내주고 있습니다. 해수면온도, 구름, 적설부터 시작해서 수십 종류의 정보를 수집하는 중입니다.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면 분석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작황예측입니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농산물 시장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어 그 중요성이 매우 큽니다. 문제는 농산물 시장은 비탄력적이라는 점입니다. 굶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 가격이 오른다고 안 먹을 수는 없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야 하는데 농작물이 자라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가격이 두 배라고 대파를 오늘 심어서 내일 수확할 수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기상 등 통제하기 힘든 자연적인 변수도 강력합니다. 심지어 영농인들이 각자 작물을 선택해서 농사를 짓는 것이다보니 각 작물별 재배 면적 등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최첨단의 시대에도 그야말로 쉽지 않은 분야가 바로 농업인데, 원격탐사는 여기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인공위성정보를 수집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황이 어떻게 될지 미리 예측해볼 수 있고, 대응 수단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자연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다락밭이 늘어나고 있다거나, 태풍으로 인해 방조제가 유실되어 농경지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하다못해 백두산에 나무가 죽어가는데 이게 지구온난화 때문인 것인지 화산 폭발의 신호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북한에 접근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럼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셈입니다. 하지만 원격탐사를 이용하면 오히려 북한 정부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남북간 격차가 큰 상황에서 통일을 하려면 먼저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고, 격차를 줄이려면 먼저 정확하게 상황부터 파악해야합니다. 의사도 진단을 정확하게 해야 처방을 할 수 있고, 학생도 모르는 부분이 정확하게 어디인지 알아야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점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인공위성은 집단의 미래가 걸려있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사실 인공위성은 소련이나 미국 등 초강대국만 누릴 수 있는 첨단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도 일본도 자체적으로 역량을 갖추었습니다. 심지어 북한도 자체 기술로 발사체와 위성을 보유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한은 첨단산업이 발전한 국가인 만큼 인공위성을 만들어온 경험이 그래도 꽤 있는 편입니다. 다만 로켓이 미사일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보니 군사적인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는 발사체가 비교적 출발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발사체도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서 벌써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고, 내년에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에 성공할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기업이 위성을 쏘는 시대인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위성의 힘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셈입니다.
위성의 밴드 영상을 분석하면 콩밭인지 옥수수밭인지도 알 수 있고, 혹독한 툰드라의 삼각주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원격탐사의 맛을 마지막으로 수업 내용은 마칩니다.
추가적으로 안내할 사항이 있습니다. 지리학과에 재학중인 6기 선배가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클래스룸에 공유해두었으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연락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남는 시간에는 틈틈이 나만의 주제도 제작을 위해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험 앞두고 있는데 건강 관리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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