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많은 결정을 내립니다. C가 B와 D 사이에 있다고 그러잖아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입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이 많지만, 그 중 중요한 부분이 바로 공간적 의사결정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소비가 중요한데, 보통의 사람들이 가장 비싸게 사게 되는 것이 집과 차입니다. 집에 대한 고민은 어디서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입니다. 차는 공간 상에서 이동하는 방법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공간적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간정보가 있어야하고, 그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타당한 분석을 실시해야합니다. 그래야 잘못된 결정을 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적 의사결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할 원칙 중에 하나가 바로 거리조락입니다. 공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합니다. 결국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상호작용이 활발하고, 먼 거리에 있으면 상호작용이 적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원리라서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 그걸 조금 어려운 말로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우리 말에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 친족은 아니지만, 이웃은 거리가 가까우니 상호작용이 활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자리를 바꿀 때에도 민감한 이유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상호작용을 하게 될 짝꿍이 누구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거리조락은 함수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만유인력법칙이 있는 것처럼 도시 사이에서도 중력모형이 있습니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인구가 많을수록 상호작용은 많은 셈입니다.
실제 사례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도시와 도시 사이의 버스 노선을 비교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가까운 도시 사이에는 버스 노선도 많고 배차간격도 좁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작은 도시보다는 멀리 떨어진 대도시 사이에 상호작용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공간적 의사결정에도 효율성과 형평성이 있습니다. 다섯 개의 공장이 분포한 지역을 가정해봅시다. 각 공장에 식사를 배달할 수 있는 음식점을 입지시킨다면 어디가 가장 좋은 입지인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음식점에서 각 공장까지의 거리가 있을 것이고, 그 거리를 모두 더하면 이동거리의 총합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간적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이동거리의 총합이 최소가 되는 지점을 찾는다는 뜻입니다. 조금이라도 적게 이동해야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각 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응급의료시설을 입지시칸다면 어디가 가장 좋은 입지인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응급의료시설에서 각 공장까지의 거리가 있을 것인데, 손가락이 잘리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이동해서 적시에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멀리 떨어진 공장까지도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공간적 형평성을 추구한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의 이동거리가 최소가 되는 지점을 찾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야 사고가 발생했는데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시설의 입지를 보면 공간적 효율성과 공간적 형평성이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소방서 등의 공공적인 성격이 강한 시설은 공간적 형평성도 중요하게 고려한 입지를 보이는 편이고, 백화점 등 수익을 추구하는 성격이 강한 시설은 공간적 효율성을 중요하게 고려한 입지를 보이는 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볼 만한 개념이 바로 인구중심입니다. 중학교에서 배운 삼각형의 무게중심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인구중심은 모든 사람들이 분포하고 있는 지점들에서 좌표값을 평균해서 얻습니다. 조금 쉽게 표현하면 지형 무시하고 모든 사람들이 걸어서 모이라고 했을 때, 쉽게 모일 수 있는 곳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인구중심은 인구가 분포하는 양상을 간단하게 표현해주기도 합니다. 남한의 인구중심은 충청북도에 있는데, 전통적으로는 농업에 유리한 남부지방의 인구가 많았지만 수도권의 인구가 집중되면서 점점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구중심이 점차 서쪽으로 이동하는데 대서양 연안 식민지에서 독립해 서부개발이 이루어지는 양상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공간적 효율성 측면에서 입지를 고민하는 경우 인구중심이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렇게 공간적 의사결정에서는 생각해볼 점들이 많은데, 입지가 대표적입니다. 어떤 시설이냐에 따라 입지에 고려할 조건이 완전히 다릅니다. 댐을 건설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댐은 골짜기를 가로짓는 형태로 건설하는 경우가 많아 협곡이 유리합니다. 골짜기의 폭이 넓은 것보다는 좁은 경우가 건설비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단층은 적은 것이 좋습니다. 단층이 많은 곳은 지진 등의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가 많고, 지반이 안정되어야 불미스러운 사고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왕이면 댐이 입지한 상류에 마을이 적은 것이 좋습니다. 댐이 담수하다보면 상류의 마을이 수몰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입니다.
입지 중에 그래도 일상에 쉽게 닿아 있는 것이 상점의 입지입니다. 상점이 입지하기 좋은 지점을 찾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해당 상권이 가진 특성을 분석해야합니다. 상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있어야 상점이 정상적인 매출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영업을 지속해나갈 수 있습니다. 고객은 사람이지만, 그 고객은 공간상에 분포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상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분포하는 지역을 배후지역이라고 합니다. 배후지역의 주민 소득, 연령, 성, 교육수준 등 고객들의 특성을 파악하면 상점 입지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권의 공간적인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동인구, 도로의 폭, 동선, 출입구 방향, 주차장 등 상권의 다양한 요소를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데, 상점의 입지에서는 심지어 경쟁업체가 어디에 얼마나 입지하고 있는지 매우 중요합니다.
공간적 의사결정 중에는 경로도 있습니다. 고속도로나 철도와 같은 교통로가 대표적입니다. 도시가 세 개 있고, 이 도시 셋을 잇는 도로를 부설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각 도시의 무게중심으로 가는 도로를 놓으면 세 도시가 연결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도로를 부설하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도로를 놓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간 지점에서 모이는 방식을 허브앤스포크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자전거 바퀴를 생각하면 간단한데, 중심축에서 바큇발이 뻗어나가듯이 각 지점을 이어주는 방식입니다. 반대로 각 도시를 잇는 도로를 놓으면 삼각형 모양으로 세 도시가 연결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도로를 부설하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각 지점을 직접 잇는 방식을 P2P라고 부릅니다.
허브앤스포크와 피투피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 적절하게 선택해야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가 처음 놓이는 상황을 보면 됩니다. 도로를 건설할 예산은 한정되어있으니 대도시인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국도를 먼저 부설합니다. 그 경로에 대전이나 대구 등 대도시를 지나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경부고속국도가 아닌 전주나 광주 등의 도시를 지나는 노선도 필요합니다. 기존 경부고속도로 노선을 최대한 활용하고 건설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대전에서 출발하여 목포로 가는 호남고속국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오는 모든 차량이 대전으로 일단 모이는 구조이다보니, 대전 주변에서 엄청난 정체가 발생하기 쉬웠습니다. 서울에서 전라도로 이동하는데 굳이 대전까지 가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천안에서 갈라서는 노선을 새롭게 부설하게 되었습니다. 허브앤스포크에서 대전이 허브 역할을 수행하다가, 서울과 전라도를 더 단거리로 이어줄 수 있게 피투피의 요소가 도입된 셈입니다. 항공교통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북아시아의 허브공항 중 하나가 인천국제공항인 것처럼, 권역별로 다른 국가와 지역을 이어주는 허브공항이 있습니다. 마닐라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직항이 없는 경우에는, 일단 인천공항에서 경유하고 갈아타는 방식으로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가급적 경유를 하는 것보다는 직항으로 가는 것이 시간을 많이 절약합니다. 그래서 수요가 늘어나면 각 도시와 도시를 피투피로 잇는 직항이 발달하게 됩니다. 다만 허브보다는 빈도가 적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특성은 교통망에 닿아있으니 당연히 물류에도 적용됩니다. 여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통신망에서도 흔하게 쓰이고 있으며, 네트워크가 있는 수많은 분야에 응용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우편이나 택배는 대부분 허브앤스포크 방식으로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허브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 배송 시스템이 마비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요즘 한집배달로 광고하고 있는 배달 시스템은 음식점에서 해당하는 집을 바로 이어주는 피투피 방식의 장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배달원 입장에서는 이동거리가 엄청 길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공간적 의사결정에는 따져봐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소외된 곳이 발생하는 곳인지, 안전해야 하는 곳인지, 한정된 예산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곳인지 등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정량화해서 계산하는 것은 GIS가 대신해줄 수 있지만, 그 GIS 기능을 선택하고 이용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이 공간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어떤 조건을 제시해야하는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공간분석을 하기 위한 역량을 기를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합니다.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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