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배우는 내용부터는 공간지각능력이 조금 필요합니다. 머리 속으로 지구를 만들어야하거든요. 한번 달려봅시다.
일단 지구부터 시작합시다. 지도는 지구를 그린거니까요. 지구에서는 위치를 위도와 경도로 표현합니다. 경선은 남극과 북극을 잇는 선이라서 자오선이라고도 부릅니다. 런던 외곽을 기준으로 해서 동쪽으로 180°, 서쪽으로도 180°입니다. 이러한 경선과 수직으로 교차하는 위선이 있습니다. 적도를 기준으로 해서 북쪽으로 90°, 남쪽으로도 90°입니다. 경위도를 읽는 방법으로는 보통 60분법을 많이 이용합니다. 도(°), 분('), 초(")로 구성되어 있는 방법인데, 1도는 60분이고 1분은 60초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위도와 경도를 이용하면 지구상에서 위치를 표현하는데, 이미 여러분들이 중학교에서 배운 내용입니다.
그럼 지구가 구체인지 살펴봅시다. 구체는 실제로 구체는 아닙니다. 지구 둘레는 40,000km이니까, 반지름은 대략 6,400km정도 됩니다. 원주율을 이용하면 계산할 수 있으니까 어렵지는 않겠죠. 근데 지구는 회전하고 있습니다. 놀이터에서도 뱅글뱅글 돌다보면 점점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지구도 회전의 영향을 받습니다. 지구 자전의 원심력으로 인해 적도 방향은 조금 더 부풀어 있습니다. 그래서 적도쪽 반지름은 약 6,378km이고 극쪽 반지름은 약 6,357km라서 미묘하게 다릅니다. 지구 단면이 원형이 아니기 때문에 지구는 구체가 아니라 타원체입니다. 지구 타원체가 얼마나 찌그러져있는지는 편평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장축에서 단축을 뺀 값을 전체 축 길이로 나누면 편평도가 계산되는데, 0이면 차이가 없는 것이니까 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는 적도반경이 극반경보다 쪼금 길기 때문에 약 300분의 1정도입니다. 타원체이긴 하지만 아주아주 구체에 가까운 타원체라는 뜻입니다. 일상에서는 그냥 구라고 생각해도 아무 문제 없지만, 우리는 지금 지구의 특성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다루는 것입니다.
다시 지구로 돌아와서 지구가 타원체인가 생각해보면, 지구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산맥의 에베레스트산은 해발고도가 8km가 넘습니다. 마리아나해구는 수심이 10km가 넘구요. 그럼 그 둘의 차이만 해도 18km가 넘습니다. 지구 반지름이 6천 km가 넘는 것에 비교하면 18km는 아주 작은 수치이긴 합니다. 만약 지구를 당구공 크기로 줄인다면, 지구는 당구공보다 훨씬 매끈매끈할거에요. 당구공이 우리가 접하는 일반적인 공 중에는 정말 매끈한 편이지만, 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표면에 일부 요철이 있을테니까요. 문제는 지구에 사는 우리가 더 작다는 점입니다. 지구 전체 입장에서는 아주 미미한 정도인 지표 기복이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아주 거대한 지형이 됩니다. 그래서 지구에게는 사소한 오차일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입니다.
그래서 지구를 정확하게 측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구 표면의 지형 기복이 너무 복잡해서, 이를 조금 더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가상의 지구가 있습니다. 지구 표면을 조금 평탄화하는 셈입니다. 이를 지오이드라고 합니다. 지오이드는 평균해수면에서 나타나는 중력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래서 같은 중력이 나타나는 면을 만들면, 등중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 가상의 지구를 생각해볼 수 있게 됩니다. 산 꼭대기는 지구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중력이 조금 더 작습니다. 그러면 등중력면은 지표보다 더 밑에 있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지오이드는 지구 표면의 실제 기복보다는 덜 울퉁불퉁한 형태를 가지게 됩니다. 지오이드는 지구과학에서 지구의 내부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중력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도를 그릴 때 직접 쓸 일은 많지 않습니다.
실제 지구의 표면보다는 지오이드가 그래도 덜 울퉁불퉁하지만, 여전히 울퉁불퉁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바로 지구타원체입니다. 수학적으로 실제 지구와 가까운 타원체를 계산해서 제시하면, 그 표면이 아예 매끈매끈하니까 지표 기복을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당연히 지구타원체가 실제 지구와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지구와 가까운 형태로 개발하면, 지구 표면이 울퉁불퉁한 사실은 무시하고 쉽게 계산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그래서 지금까지 등장한 지구와 지오이드와 지구타원체를 비교하면 울퉁불퉁한 정도에 차이가 있습니다. 지구는 울퉁불퉁한 표면 그 자체라면, 지구타원체는 매끈매끈한 표면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지오이드는 그 사이정도 특징이 있다고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지구보다는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지구타원체를 사용하고, 경위도로 위치를 표시합니다. 위도는 적도와 지구 중심과 해당 지점이 이루는 각도입니다. 위도는 남북으로 90°로 나타나고, 같은 위도가 나타는 점을 이으면 위선이 됩니다. 위선은 그래서 동서방향으로 뻗어 있습니다. 위선 중에는 적도가 가장 길게 나타나고, 적도는 남반구와 북반구를 구분합니다. 적도쪽이 부풀어 있어서 위선 사이의 간격은 적도에서 더 좁게 나타납니다. 북위 70°와 80° 사이의 간격보다, 북위 10°와 20° 사이의 간격이 더 좁다는 뜻입니다.
위도의 기준이 되는 북극과 남극과 적도는 지구의 자전현상에 기반해있습니다. 그래서 뭐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없습니다. 문제는 경선입니다. 경선은 남극과 북극을 잇는 선입니다. 경선을 자오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동아시아의 문화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천간과 지지를 합쳐서 간지라고 부르는데, 시간이나 방위를 표현할 때 사용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쥐, 소, 호랑이, 토끼 등으로 표현되는 12개의 지지가 있습니다. 자에 해당하는 방향이 북쪽이고, 오에 해당하는 방향이 남쪽입니다. 지금이야 하루를 24시간으로 표현하지만, 과거에 12시진으로 표현할 때에는 자에 해당하는 시간의 중간이 자정, 오에 해당하는 시간의 중간이 정오입니다. 그래서 정오를 기준으로 오전과 오후로 나누구요. 아무튼 북쪽의 자와 남쪽의 오를 잇는 선이니까, 남극과 북극을 잇는 경선이 자오선이 됩니다.
이 자오선에 태양이 딱 지나가는 순간이 그 지점에서의 정오가 됩니다. 하루 중에 가장 태양의 고도가 높은 순간을 정중이라고 합니다. 북반구에서는 남쪽 하늘 가장 중앙에 온다는 뜻에서 남중이라고 부르고, 남반구에서는 북쪽 하늘 가장 중앙에 온다는 뜻에서 북중이라고 부릅니다. 인류는 해가 뜨면 일어나서 활동하고 해가 지면 집에서 자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태양을 시간의 기준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사는 곳의 자오선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서, 조선시대까지는 항상 한양을 지나는 자오선을 기준으로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자오선의 기준이 달랐다는 점입니다. 기차가 등장한 이후에 인간의 생활 반경이 늘어나게 되는데, 다른 동네에 가면 일단 시간이 미묘하게 달라지게 됩니다. 게다가 지도도 문제입니다. 각자 자기 기준의 자오선을 이용해서 측량하니까, 측량의 오차가 더해지는 곳에서는 지도에 난리가 납니다. 같은 해협을 표현한 해도인데 지도에 따라 그 거리가 엄청나게 다르게 표현되면 아무 쓸모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결국 자오선을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1884년 미국의 워싱턴에서 국제자오선회의가 열립니다. 결국 영국의 기준대로 작성된 해도가 많았기에 그리니치 천문대의 자오선이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습니다. 프랑스는 파리를 기준으로 하는 자오선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자오선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실제 적도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것처럼, 본초 자오선도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은 관광 상품이 되어서 본초자오선을 표현하는 구조물도 있고, 레이저도 쏴줍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구경하러 가는 본초자오선이 실제 지구 측량에 사용되는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까 지구타원체까지만 정리했는데, 그 지구타원체가 다시 등장합니다. 나라마다 자기 나라의 관점에서 측량하기 편한 지구타원체를 사용해왔습니다. 우리나라도 근대적인 측량은 일본이 시작했거든요. 대한제국 말기에 우리의 자주적인 관점에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본은 이미 식민지배를 시작하기 전부터 몰래 그리고 대놓고 전문가를 파견해서 한반도의 지리정보를 수집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식민지배를 시작하자마자 통치에 꼭 필요한 기본도인 지형도를 편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일본이 시작한 측량이다보니 기준점은 당연히 도쿄였고, 오랜 기간 도쿄측지계를 사용해왔습니다. 도쿄를 기준으로 해서 부산을 측정했고, 부산을 기준으로 다시 한반도를 측정했던 셈입니다. 광복 이후에도 이를 기반으로 베셀타원체를 사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구는 하나인데 서로 다른 타원체와 좌표를 사용한다는 점은 몹시 불편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세계에서도 표준형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1984년에 합의한 WGS84는 그러한 논의의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WGS84를 기준이 되는 타원체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GRS80을 준거타원체로 사용하면서, 세계적인 표준에 따라가고 있습니다. GRS80은 WGS84와 오차가 거의 없어서, 우리가 사용할 때에는 WGS84로 놓고 지도를 작성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WGS84의 존재를 알고 모르냐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관광객들은 레이저를 보며 그 곳이 본초자오선인 줄 알고 좋아하지만, 실제 WGS84의 본초자오선은 그 곳을 지나가지 않습니다. GPS도 도쿄측지계를 기준으로 하는 기기에서 나오는 값과 WGS84를 기준으로 하는 기기에서 나오는 값이 다르게 표현됩니다. 기계 자체의 오차도 일부 있겠지만, 기준이 되는 타원체 자체가 다르면 좌표도 다르게 나온다는 뜻입니다. 등산을 할 때에도 GPS에서 나오는 해발고도와 옆에 써진 고도가 달라서 당황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해발고도 기준은 인천 앞바다의 평균 해수면이 기준입니다. 그걸 기준으로 해서 확인할 수 있게 인하공업전문대학에 수준원점이 있습니다. 기계가 고장난 것이 아니니 GPS 탓을 안하면 됩니다.
우리가 나중에 GIS로 지도를 그릴 일이 많을 예정입니다. 그러다보면 서로 다른 지도를 불러올 때 미묘하게 틀어져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 경우중에 상당수는 베셀타원체와 GRS80처럼 준거타원체나 원점 등이 서로 다른 것에 원인이 있습니다. 당황할 필요 없이 그런가보다 하고 좌표 변환만 해주면 됩니다. 놀라지 마세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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