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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자료/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1)

공간정보와공간분석_03고지도(이어서)

by Thisis Geoedu 2021. 8. 31.

지난 시간에 하던 고지도를 이어서 가보겠습니다.
그 전까지는 전근대시대의 지도를 주로 다루었습니다. 아무래도 알고있던 공간의 범위에 한계가 있다보니, 전 세계를 표현하는 지도는 아직 없었습니다. 다만 지도에 세계관과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는 점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특징이었구요. 이제 근대의 세계지도입니다. 유럽의 대항해시대로 가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지리상의 대발견 시대라고 부릅니다. 사실 그 곳에 계속 살고 있던 주민들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억울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가 누구를 발견하다니, 말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체할 용어가 마땅치 않으니, 유럽인들의 입장에서 항해하는 맥락만 따라가 보겠습니다. 사실 유럽에서는 동쪽과 무역을 하면 꽤나 수익이 컸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향신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향신료의 원료는 열대기후에서 자라는데, 유럽은 기후 환경이 맞지 않아 수입해야만 합니다. 그동안은 유라시아의 육로를 거쳐 수입해야만 했는데, 동남아시아나 남부아시아에서 서남아시아의 이슬람 제국을 거쳐 베네치아를 통해 공급되다보니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엄청 올랐습니다. 그래서 직접 거래하고 싶었구요.
그러다보니 동쪽으로 가는 무역로를 찾기 위해 시작된 모험이 항해의 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바르톨로메우 디아스는 아프리카 남단을 찾았고, 포르투칼은 남쪽으로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거꾸로 크리스토발 콜론은 에스파냐의 함대를 이끌고 서쪽으로 가면 인도에 더 빨리 도착할 것이라고 믿었고, 그 결과 알지 못하던 신대륙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마젤란은 항해를 통해 세계를 한 바퀴 돌게 되면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증명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도도 급속도로 발전합니다. 일단 항해를 통해 공간정보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그 공간정보가 차곡차곡 축적되어 지도로 표현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 대륙이 이 시기부터 지도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지도 뿐만 아니라 지구의를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제작기술도 발전합니다. 무엇보다도 대단한 것은 인쇄 기술의 발전입니다. 지도의 보급이 되면서 공간정보가 대중화되기 시작합니다. 지금의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당시에 잘 그려진 지도는 당시 최첨단을 달리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근대 지도의 시작에는 포르톨라노 해도가 있습니다. 포르톨라노 자체가 항해용으로 쓰이는 지도라는 뜻입니다. 유럽에서 주로 제작되었는데, 해안의 항구와 도시가 특히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항해용이니까요.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어지럽게 뻗어나가고 있는 선입니다. 특정 지점에서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방사상의 직선이 여러 개 표현되어 있는 점이 바로 눈에 띄게 됩니다. 이러한 선들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려고 할 때 고려해야하는 방향을 쉽게 알려줍니다. 그래서 항정선을 파악하기가 쉬운데, 항정선은 이따 다시 다루겠습니다.
근대의 대표적인 지도로 발트제뮐러의 세계지도도 있습니다. 지구가 둥글다보니 심장처럼 펼쳐 만든 세계지도인데, 다른 것보다 유럽의 서쪽에 있는 신대륙에 아메리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는 점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는데, 사실 다음에 소개할 지도가 워낙 중요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은 적습니다.
다른 어떤 지도보다 중요하고 널리 알려진 지도가 바로 메르카토르의 세계지도입니다. 헤르하르뒤스 메르카토르는 위선과 경선이 직선으로 그려지는 지도 투영법을 기반으로 세계지도를 작성했습니다. 이 지도는 특이하게도 모든 곳에서 위선과 경선이 수직으로 교차하게 됩니다. 그리고 항해에 도움이 되는 항정선이 항상 직선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다보니 치명적으로 고위도의 면적 왜곡이 매우 심하게 나타나고, 극지방은 아예 그릴 수도 없습니다. 투영법상의 특징은 나중에 다른 투영법과 비교하면 와닿을 것 같으니 이해가 잘 되지 않아도 넘어가면 됩니다.
항정선이 다시 등장합니다. 항정선은 일정한 각도로 방향을 유지하고 지구상의 모든 자오선과 동일한 각도로 교차하는 선을 의미합니다. 구구절절 너무 길고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구상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 두 지점의 최단거리 말고, 그 사이에 있는 경선과 같은 각도로 교차하는 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실 이 설명도 어렵습니다. 아주 쉽게 표현하면, 배 타고 갈때 나침반 고정해놓고 따라가면 되는 선입니다.
이게 바로 와닿지 않는 이유는 지구가 구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북쪽과 남쪽이라는 방위는 분명하니까 나침반을 맞출 수는 있고 그대로 가면 목적지에 도착은 하겠지만, 실제로 도착할 때 까지 최단거리는 아닐 수 있습니다. 빙빙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지구에서 최단거리는 사실 대권에 있습니다.
지구는 구에 가깝습니다. 구를 자르면, 그 단면은 항상 원의 형태로만 나옵니다. 그런데 끝부분을 포 뜨듯이 자르면 아주 작은 원이 만들어지겠지만, 구의 중심을 지나게 자르면 모든 단면 중에 가장 큰 원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그 원을 가장 큰 원이라는 뜻에서 대권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지구상의 한 지점과 다른 한 지점을 잇는 최단거리는 항상 대권상에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대권을 따라가면 최단거리이고,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배든 비행기든 지구에서 움직일 때에는 대권항로를 찾게 되지만, 매번 방위를 정확하게 새로 확인해야하니까 이 내용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메르카토르 지도의 대단한 점은 이러한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지도만 보면 항정선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선 간격을 고정해두고, 그 값에 맞추어서 위선 간격을 조정한 지도입니다. 왜 경선 간격을 고정했냐면, 항정선이 직선으로 나타나게 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왜 직선으로 나타나야하냐면, 항해할 때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메르카토르의 지도 제작 방식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오랜 기간 유용하게 널리 쓰여왔습니다. 심지어 구글어스를 통해 3D로 지구를 보여주는 구글조차도 온라인 지도에서는 메르카토르의 지도제작방식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동아시아에 큰 영향을 끼친 지도로는 마테오 리치의 곤여만국전도가 있습니다. 마테오 리치는 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입니다. 중국에 포교를 하러 왔는데, 황제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간정보를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합니다. 당시 유럽에 모인 지리정보에 따라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가 모두 표현되어 있습니다. 다만 아직 오스트레일리아와 남극은 잘 모르는 상황이라서, 남반구에는 가상대륙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유럽에서 제작한 지도들은 대부분 유럽이 중심에 오는 지도이지만, 중국에서 그려진 지도이니까 일부러 태평양을 가운데 놓고 지도를 작성합니다. 중화사상을 가진 중국인들이 읽을 것을 고려한 셈입니다. 중국이 작은 것은 아니지만, 지구는 구체라서 특별히 중심이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굳이 지구의 중심을 따지자면 지표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지구 내핵 안쪽에 있겠죠. 그러다보니 곤여만국전도는 동아시아의 세계관에 아주 큰 충격을 줍니다. 조선에도 곤여만국전도가 유입되어 중국을 중심으로 생각하던 세계관에 큰 변화를 줍니다.
다음 살펴볼 지도는 천하도입니다. 조선에서 제작된 지도인데, 신기한 점은 이렇게 세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던 시기에 이토록 특이한 형태의 지도가 유행했다는 점입니다. 17세기 민간에서 널리 제작된 세계지도인데, 그 형태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비슷한 점도 있습니다. 먼저 대륙과 바다가 이중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중앙에 중국이 있는 유라시아 등의 내대륙이 있습니다. 그 대륙을 바다가 둘러싸고 있구요. 그 바다를 다시 도넛 모양의 대륙이 바깥에서 둘러싸고 있구요. 그 밖에는 다시 바다가 있습니다. 특히 신기한 점은 실재하지 않는 상상 속 지명이 엄청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안쪽의 조선, 중국, 일본 등은 실제 지명입니다. 하지만 외곽에는 산해경이라는 책에서 등장하는 일목국, 삼수국 등 별별 지명이 다 등장합니다. 그래서 지도를 잘 살펴보면 유교, 불교, 도교, 수목신앙, 민간신앙 등이 모두 결합되어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참 대체 왜 이런 지도가 유행한 것인지 생각해볼만한 일입니다.
다음은 지구전후도입니다. 조선 후기 최한기와 김정호가 제작하고 판각한 지도입니다. 지구전도와 지구후도를 합쳐서 지구 전체 모습을 표현한 지도입니다. 유럽에서 유입된 지도가 조선에도 유입되어 세계 전체에 대한 지리정보가 파악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기존에 조선에서 제작된 지도는 중화주의적 세계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는데, 지구전후도부터는 완전히 중화주의적 세계관에서 벗어난 사실적인 지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적도나 남북회귀선 등이 표기되어 있어 유럽에서 유입된 지도의 과학적인 방법론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아메리카나 남극 등 탐험으로 파악한 지리정보도 최신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캘리포니아나 동남아시아 일대를 보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기는 합니다.
지금까지 근대의 지도를 살펴보았습니다. 지도로 표현되는 공간정보의 양과 정확도가 곧 실력을 의미하는 시대가 있었고, 특히 유럽에서 지도의 발전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국력의 신장에 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현대에도 여전히 지도는 정치와 경제와 크게 상호작용 하고 있습니다. 지도가 정치와 경제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정치와 경제가 지도를 두고 싸우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동해 지명 논쟁이 있습니다. 사실 같은 바다를 두고 동해, 조선해, 조선동해, 한국해, 일본해 등 다양한 표기 방법이 있었습니다. 을사조약과 강제병합,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국제수로기구에 제대로 입장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상황 탓에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해도에서 일본해가 자리를 잡아버렸습니다. 지명은 여전히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는 장입니다. 전 세계에 수많은 국가 중에는 식민지배를 경험해본 국가가 많고, 그러다보니 현대에는 제국주의 시대의 유산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스트 식민주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프리카 서쪽의 기니만 일대에는 황금해안, 노예해안, 후추해안, 상아해안 등의 명칭이 붙어있습니다. 수탈의 대상으로 명명한 셈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동해 병기를 요구했고, 지난한 논쟁이 이어지는 와중에 세계 지도에서 동해 표기는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이제 국제수로기구에서도 더 이상 종이로 지도를 편찬하지 않습니다. 해도는 이제 디지털 해도로 공급됩니다. 세계화와 정보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우리는 일찍부터 디지털 해도를 구축하고 보완하고 있었기에, 앞으로 만들어지는 디지털 해도에 우리나라의 디지털 해도를 만들면서 축적된 경험이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사회를 선도할 공간정보의 축적에 우리는 얼마나 앞서나가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에 우리 수업도 함께하고 있길 바랍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