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도 전통적으로 지리학이 중요한 위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주 뛰어난 통찰을 가지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말로 상통천문 하달지리라고 합니다. 위로는 하늘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고, 아래로는 지표공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지리학은 세상에 대해 파악하는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국가를 통치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학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리학이나 역사학을 제왕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인 경우가 많아서, 중요한 의사결정에 국민 개개인의 의사결정이 중요해집니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가득해진 사회에서는 옳지 못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위험성도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고민하고 탐구하고 학습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정말 신기하게도 공부하는 사람을 우대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학생이니 궁금한 점들을 탐구하는 태도를 가지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신기한 점 중에 하나는 우리나라만의 지리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지리지와 지도를 작성하였고, 그러한 지리지와 지도를 통해 우리 선조들이 파악한 공간정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조선의 지리에 대해 함께 따라가봅시다.
먼저 지도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남아있는 옛 지도가 엄청나게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선시대 지도는 꽤 남아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지도를 시기별로 나누어 특성을 유형화 할 수 있습니다. 조선 전기에는 새로운 왕조가 성립되었기 때문에 통치를 도와주는 행정적이고 군사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대표적인 조선 전기의 지도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조선방역지도 등이 있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실학사상의 영향으로 과학적이고 정교한 지도가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정상기의 동국지도나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있습니다. 조선 후기 제작된 동국지도는 백리척을 사용한 지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00리를 1척으로 줄였으니까, 축척이 제대로 사용된 지도인 셈입니다. 현재 필사본인 동국대지도가 남아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꼭 빼놓을 수 없고 살펴볼 수 밖에 없는 지도는 대동여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는 고산자 김정호가 만들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지도로 잘 알려져 있지만, 지리지도 작성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빛나는 지리적 전통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현대에도 지도의 대명사처럼 쓰입니다. 심지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디지털 지도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지리정보를 표현하기 위해 개발한 가독성 높은 서체의 이름도 고산자체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의 학습지와 모든 슬라이드가 다 고산자체로 작성되었습니다.
대동여지도는 1861년 김정호가 제작하였습니다. 우리는 많이는 들어보았지만, 실제로 잘 알고있지는 않습니다. 다 펼쳐놓으면 꽤나 거대한 크기가 됩니다. 이렇게 축소된 화면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여러분들이 펼쳐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지도책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휴대와 소장이 간편하게 되어 있어 실용적입니다. 특히 모든 산줄기는 백두산에서 이어져 내려오거나 산지와 하천이 서로 겹치지 않는 등 전통적인 산지 인식을 반영하여 한반도 전체가 아름다운 그림처럼 표현된 점이 특이합니다.
대동여지도는 목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비단에 필사하던 방식은 가격이 비싸 아무나 지리정보를 접할 수 없는 것도 문제지만, 필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목판으로 인쇄하면 대량 생산과 대량 보급도 가능하지만, 인쇄 과정에서 정보 전달이 틀리는 경우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대동여지도는 분첩절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지도를 나누어서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셈입니다. 지도 전체를 자르고, 그 잘라진 지도를 접어서 다닐 수 있게 해준 셈입니다. 대동여지도는 지도표를 사용하였습니다. 보통 지도 한 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지리정보가 들어갑니다. 그러한 지리정보의 양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약속된 기호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현대 지도에서도 기호로 많은 지리정보를 표현합니다. 대동여지도는 지도표라는 범례를 통해 기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도시에 해당하는 읍은 동그라미로 표시하고, 통신시설에 해당하는 봉수나 교통시설에 해당하는 역참 등도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동여지도에서 특이한 점은 바로 도로의 표현입니다. 실제 도시와 도시 사이의 걸어서 가는 거리는 이동할 때 꼭 필요한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래서 도로의 거리를 표현하기 위해 일단 구불구불거리는 모든 도로를 곧게 펴서 직선으로 이었습니다. 그러면 지도상의 도로는 직선거리처럼 표현되지만, 실제 도로는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하다보면 직선거리보다 훨씬 길어집니다. 그래서 10리마다 방점을 찍어서 실제 거리를 표현했습니다.
하천은 배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큰 하천은 두 줄, 배가 다닐 수 없는 정도의 작은 하천은 한 줄로 표시했습니다. 산줄기는 산줄기가 흐르듯이 아름답게 표현되었습니다. 물론 산줄기가 크고 굵은 산과 작고 가는 산을 보면 대략적으로 비교는 가능하지만, 해발고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대동여지도는 중요성이 큰 지도이기 때문에, 학습지에도 대동여지도 읽는 연습을 할 수 있게 학습지를 넣어봤습니다. 천천히 하나하나 해보면 어려울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지도의 전통을 계승해서 우리나라는 국가 사업으로 지도를 여전히 제작하고 있습니다. 세계에 국가는 많지만, 모든 나라가 필요한 지도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형태의 모든 지도를 지도책으로 제작하여 국가지도집으로 편찬합니다. 전 세계의 도서관에 보급할 뿐만 아니라, 시대에 맞게 디지털 파일로도 배포합니다. 가장 권위있는 지도의 형태이니 학습용으로도 좋고, 어린이판과 청소년판도 있으니 시간 있을 때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좋겠습니다.
공간정보를 담는 콘텐츠로는 지도가 대표적인지만, 지리지도 있습니다.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서술한 책을 지리지라고 하고, 두 글자로 줄여서 지지라고 합니다. 지지에는 지역에 대한 지리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지역지리를 공부할 때에는 지지를 살펴보면 좋습니다. 그래서 지역지리를 공부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지리지는 다루는 공간적인 범위에 따라 시지, 군지, 읍지, 면지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는 한국지리지가 편찬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의 지리정보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처럼 워낙에 방대한 책이기 때문에 읽기는 몹시 힘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우리나라에서 지리지를 작성했습니다. 정부에서 펴낸 지리지는 관찬지리지라고 합니다. 국가 주도로 통치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서 발간했습니다. 지역의 연혁, 토지, 성씨, 산업 등 다양한 지리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백과사전처럼 정보가 나열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지리지로는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이 있습니다. 세종실록지리지도 보면 재미있긴 한데, 고등학생에게는 주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일부분만 뽑아서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찬지리지는 국가가 아니라 민간인이 제작한 지리지입니다. 특히 국토를 객관적이고 실용적으로 파악하려는 실학자들이 주도해서 조선 후기에 제작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특정 주제에 대한 종합적으고 체계적인 고찰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중환의 택리지나 정약용의 아방강역고나 김정호의 대동지지 등이 유명하긴 한데, 고등학생에게는 택리지의 일부분만 뽑아서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택리지는 사대부가 살만한 땅을 찾아보는 책입니다. 사민총론, 팔도총론, 복거총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민총론이야 사대부랑 백성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지금 큰 의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팔도총론은 팔도에 대한 지역지리 내용이라서 저자인 이중환이 지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지역지리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복거총론이 특이한데, 사대부가 살만한 땅에 대한 이중환의 견해가 담겨있습니다. 특히 사대부가 살만한 땅을 가거지라고 표현하고, 그 조건으로 지리와 생리와 산수와 인심을 제시한 부분이 독창적입니다. 조선시대 우리나라를 보인 인문지리적인 시선이 담겨 있는 고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택리지의 가거지가 참신합니다. 풍수지리야 뭐 신라부터 중요하게 생각했던 내용이고, 자연경관이 수려한 산수는 가까운 곳에 있으면 삶의 질이 올라갑니다. 인심은 저자의 주관적인 부분이 강하게 반영될 수 밖에 없는데, 특이한 것은 생리입니다. 그전까지 사대부는 생업적 이익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처럼 살아왔는데, 실제로 토지가 비옥하거나 교통이 편리하여 장사에 유리한 곳 등은 이익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찬지리지의 특성은 관찬지리지와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오늘 수업은 조선의 지도와 지리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우리 선조들도 지리정보에 대해 둔감하게 살아오지 않은 만큼, 여러분들도 세계를 무대로 지리정보를 무기삼아 활동하는 인재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업자료 > 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간정보와공간분석_06통계지도 (0) | 2021.09.10 |
---|---|
공간정보와공간분석_05지도분류 (0) | 2021.09.09 |
공간정보와공간분석_03고지도(이어서) (0) | 2021.08.31 |
공간정보와공간분석_02고지도 (0) | 2021.08.31 |
공간정보와공간분석_02공간인식 (0) | 2021.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