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수업할 때에는 온라인 수업도 항상 실시간쌍방향으로 꽉 채워서 했는데, 부담을 느끼는 친구들이 많았나봅니다. 올해 온라인 수업은 가급적 수업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해보겠습니다. 그 중 제일 중요한 것이 강의하는 분량을 줄이는 것 같아서, 한 차시에 다루는 내용을 작게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오늘 다룰 내용은 지도의 분류입니다. 사실 아주 매우 간단한 내용입니다. 잠깐만 집중하면 금방 이해됩니다.
지도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 많은 지도 중에서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는 지도끼리 묶으면 유형화가 가능합니다. 생명과학의 발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분류학인데, 사실 여러분들이 배우는 모든 내용들에도 이러한 특성이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유형화를 잘 하는 친구들은 개념을 잘 이해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확인할 수 있어요.
지도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구분합니다. 축척, 기능, 제작방법입니다. 그 외에도 종이에 인쇄되었는지 디지털 파일인지 등 구분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엄청나게 많은 기준은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전통적으로 자주 해오던 구분 방식이니 살펴만 보겠습니다.
먼저 축척에 따른 분류입니다. 축척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봐야합니다. 축척은 축소한 비율입니다. 지구 표면은 엄청나게 넓으니까, 그 넓은 면을 다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걸 일정한 비율로 줄인 것이 바로 축척입니다. 사실 축척은 초등학교에서 처음 배우는데, 분수만 겨우 아는 시점에 축척을 함께 다루니 그 때에는 엄청나게 어려운 개념입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인 여러분에게는 엄청나게 쉬운 개념입니다. 닮음비를 떠올리면 되기 때문입니다.
축척은 지표상 두 지점의 실제 거리와 지도상 두 지점의 거리 사이에 나타나는 비율입니다. 간단하게는 그냥 줄인 비율이에요. 1:50,000이라고 되어있으면, 지도상의 1cm가 지구에서는 50,000cm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럼 지도의 1cm는 지표면의 500m인 셈입니다. 어때요? 참 쉽죠?
그래서 축척이 큰 지도는 대축척지도라고 하고, 축척이 작은 지도는 소축척지도라고 합니다. 분수로 나타내면 정말정말 쉽습니다. 2만5천분의 1하고 5만분의 1 중에는 뭐가 더 큰가요? 큰 것이 대축척이고, 작은 것이 소축척입니다. 대축척과 소축척은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한국 지도와 세계 지도를 놓으면 한국 지도가 대축척이고, 식사동 지도와 한국 지도를 놓으면 식사동 지도가 대축척입니다. 대축척지도는 좁은 범위를 자세하게 다룬 지도라고 생각하면 되고, 소축척지도는 넓은 범위를 다룬 지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도는 축척이 아니라 기능에 따라 분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지도는 일반도, 주제가 있는 지도는 주제도라고 합니다. 일반도는 지표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자료를 담은 지도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지형도와 지리부도의 지도가 있습니다. 일반도는 다목적지도이기 때문에 지형, 교통망, 가옥, 토지이용 등 어지간한 중요한 지리정보들이 모두 종합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맛 좋은 지리정보들이 가득 깔려있는 뷔페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지리부도는 그래도 학생들에게 꽤나 익숙한 지도입니다. 지리를 위해 딸려오는 책이라는 뜻인데, 학생들이 알면 좋은 지리 정보를 몽땅 담아 만들어놓은 지도책입니다. 그러다보니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잔뜩 담겨있습니다. 공부할 때에 옆에 두고 보면 정말 좋기 때문에, 좋아하는 색깔의 펜으로 마구마구 표시하면서 사용하길 바랍니다.
지형도는 여러분들이 자주 접한 지도는 아닙니다. 그래도 어른들은 접할 일이 있었는데, 여러분들은 디지털기기가 보급된 세대라서 보기가 힘들긴 했어요. 지형도는 이름만 보면 지형만 나타낸 지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 대단한 지도입니다. 국가기본도의 이름이 지형도일 뿐입니다. 그래서 지형도에는 산지, 하천, 도로, 철도, 역, 시가지, 논, 밭, 바위, 학교, 시청 등등 엄청나게 많은 지리정보가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모든 지도를 만들 때 기준이 되는 지도이기도 합니다. 과거 지형도는 종이에 인쇄해서 판매했는데, 요즘에는 아예 파일로도 제공합니다. 파일로 되어있으니 디지털 지도인데, 디지털 정보는 0과 1로 구성되어 있으니 다른 말로 수치지도라고도 합니다. 수치지도라고 되어있으면 디지털지도인가보다 하고 이해하면 됩니다. 지형도는 국가기본도이기 때문에, 여러분들도 궁금하면 파일로 살펴보아도 됩니다.
주제도는 특정 주제만 강조해서 표현된 지도입니다. 대체로 지구 표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분포 형태나 구조 등을 표현합니다. 사실상 지표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은 주제도로 지도화가 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토지이용, 산업, 역사, 기후 등등 한도 끝도 없이 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례를 무수히 많이 들 수 있지만 몇 개의 대표적인 경우는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을 나타낸 이 지도는 공간적인 이동 형태와 당시 군대의 규모를 함께 표현한 것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 정보를 간단하고 명료하게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것도 엄청 중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러한 지도는 주목할 가치가 있습니다.
지도는 제작하는 방법에 따라 실측도와 편찬도로 구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측도는 실제로 측량해서 만든 지도, 편찬도는 기존 지도를 모아서 만든 지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측량은 삼각측량이나 항공측량 등을 말합니다. 수학적으로는 변의 길이와 각도를 알고 있으면, 궁금해하는 값을 계산할 수 있다는 간단한 원리입니다. 그걸 실제 지구 표면에서 측정해낸다는게 엄청난 일입니다. 여러분들이 측량을 직접 할 일은 거의 없고, 측량에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측량사들이 이미 지리정보를 축적시켜 놓았습니다. 근래에는 항공측량이 대세입니다. 비행기나 드론이 이동하면서 특정 파장 등의 정보를 수집하면, 그 정보를 정확한 위치와 결합하여 오차를 보정하고 전체적인 지리정보로 만들어냅니다. 최근에는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량은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 정밀성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고산자의 후손답게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함을 자랑하는 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측량을 통해 얻은 정보로 만들어지는 지도를 실측도라고 합니다. 실제 지형을 직접 측량하여 만드는 지도입니다. 당연히 실제 지표면의 형태나 토지 이용이나 취락의 모습 등이 자세하고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5,000지형도가 대표적인 실측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지도의 대부분은 실측도가 아닙니다. 기존에 있던 지도, 통계, 지지 등을 이용하여 짜깁기로 제작한 지도는 편찬도라고 합니다. 1:250,000지세도는 편찬도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GIS로 그릴 지도도 무슨 일이 없으면 아마도 편찬도의 성격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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