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환경도 마지막입니다. 그렇습니다. 시험을 본다는 얘기겠죠. 한번 마지막까지 잘 해봅시다.
지난 시간까지 우리는 환경 문제를 살펴보았습니다. 환경문제는 사실 지구환경에 대한 자연과학적인 내용인데, 왜 굳이 국제고등학교에서 다루는지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근대 이후에는 국가를 중심으로 생각해왔습니다. 자본주의의 발달 배울 때에도 고전경제학과 수정자본주의를 비교하면서 국가의 역할을 작게 보는지 크게 보는지로 구분했던 점을 떠올려 보면, 국가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고전지정학에서도 국가의 영토나 국경 등 국가가 항상 중심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사실 환경문제도 국가 단위로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환경 문제는 국가가 따로 없습니다. 황사가 날아오고 있는데 영공이라고 멈추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기후변화야말로 지구가 하나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려줍니다. 특정 국가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이러한 중요성을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고, 우리도 그렇게 배우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국제사회에서 환경 문제로 이미 오래 협력해온 경험이 있습니다. 생물 다양성 협약, 람사르 협약, 사막화 방지 협약, 몬트리올 의정서, 바젤 협약, 파리 협정 등은 다양한 환경문제에 대해 여러 나라가 협력해온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워낙 중요한 협약이라서 자주 들어봤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협정들은 모두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지구는 어떤 미래로 가게 될 것인지 미리 살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구입니다. 통계학의 출발이 바로 국가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었고, 그러한 측면에서 가장 기초적인 정보가 바로 인구입니다. 인구는 출생과 사망이라는 지표로 증감하기 때문에 특별히 큰 변수가 없는 이상 계산하는대로 세상이 굴러갑니다. 지금까지 지구의 인구는 오랜 기간 완만하게 증가해왔다가, 20세기에는 아주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21세기의 인구에 대해 이런 저런 예측이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당분간 이러한 인구 증가 추세는 지속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는 말은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인류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그럼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상상해봅시다.
사실 일찍부터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바로 맬서스일 것 같습니다. 인구지리학 측면에서도 고전에 속하는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두 가지 전제가 나옵니다. 식량의 증가는 산술급수이고, 인구의 증가는 기하급수라고 봅니다. 사람도 주어진 조건 내에서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식량이 부족하면 굶어야합니다. 그렇다는 말은 인구 증가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항상 잉여인구가 생겨나고, 그렇기 때문에 빈곤도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견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견해가 나중에 다윈이 진화론의 개념을 정립할 때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참 공부는 하다보면 어딘가에 쓸모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여간 맬서스의 견해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발전되기도 하면서 현대의 대중문화까지도 강한 영향을 남기고 있습니다. 인류가 우주로 나가고 미국과 서유럽이 번영하며 시작된 1970년대에 로마클럽에서는 미래를 걱정하고 모델링하여 계산합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을 가지고 낸 보고서가 바로 성장의 한계입니다. 우주도 나아가는 존재인 인류에게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생산과 소비를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문제는 그런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반드시 자원을 사용해야 하고,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지구는 하나이고 언젠가는 반드시 끝이 있습니다. 그래서 식량 생산도 영원히 계속 늘어날 수는 없고, 인구도 산업도 어느 순간 성장의 정점을 찍고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계산결과를 그래프로 그려서 사람들에게 21세기에 언젠가 성장의 끝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비판이 엄청나게 따라왔습니다. 실제로 석유가 고갈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됩니다. 사실 다른 석유 매장지를 찾아내고, 석유를 채굴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직 석유가 고갈되지 않았습니다. 식량 생산도 줄어든다고 했지만, 아직 세계적인 식량생산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기도 침체되어야 하는데, 몇 번의 위기를 겪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경제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인구도 감소한다고 했지만 아직 인구도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성장의 한계가 지적한 그 한계점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틀렸으니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근본적인 전제가 바뀐 것은 아니니까요. 지구의 자원은 유한합니다. 지구의 자정작용에도 한계가 있고, 오염물질을 배출하면 지구 환경은 파괴됩니다. 가장 쉽고 명료한 설명은 우리 인류가 지구라는 비행기에 함께 탑승한 공동 운명체라는 것입니다. 비행기에 나사 하나 풀렸다고 해서 바로 추락하지는 않는 것처럼, 지구 환경도 아주 사소한 작은 변화에 즉각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비행기가 언제 추락하는지 실험하려고 나사를 하나씩 풀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지구의 한계를 자꾸 실험하려는 것처럼 살아가는지 생각해보세요.
인류 문명이 종말을 맞지 않기 위해 우리는 지구에 대해 이해하고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논의는 사실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1992년 리우 회의는 그런 측면에서 아주 기념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회의였고, 여기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환경에 대한 지구적인 협력의 상당 부분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기후변화를 야기해온 산업화된 국가들과 경제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개발도상국 사이의 입장 차이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난 세월 오랜 논의 끝에 전 지구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에는 합의했습니다.
그 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발전입니다. 당장의 실업률이나 경제성장처럼 인류는 불나방처럼 당장 지금의 삶만 신경쓰고 살고 있습니다. 굳이 공부로 비유하자면 벼락치기를 하며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지구는 우리 뿐만 아니라 우리 자손도 살아야 합니다. 20세기에 인류가 화려하게 살다 끝나는 것이 아니고, 2100년에도 2200년에도 인류가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이 제시되었습니다. 환경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렇게 힘을 얻었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것이 워낙에 거대하고 추상적이다보니 우리 인류는 이러한 개념을 구체화하고 명료하게 만들었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해당하는 목표를 제시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목표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서 복수형입니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발전은 전 세계 모든 나라에게 해당되기 때문에 UN 총회에서 결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7개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인 UN-SDGs가 등장했습니다. 실제로 목표는 17개지만, 세분화하여 169개의 세부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빈곤 퇴치, 기아 종식, 건강, 교육, 성평등, 물과 위생, 깨끗한 에너지, 일자리, 사회기반시설, 불평등완화,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 기후변화, 해양생태계, 육상생태계, 평화와 정의, 파트너십 등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내용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 기업들, 기관들, 시민단체들 누구도 이런 목표를 함께 이해하고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나아가 우리는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나가면서, 우리가 가진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보편성도 있지만, 한반도의 특수성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표를 포함하여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부여되는 역할과 책임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에서 자랐기에, 여러분들의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완전히 다른 사고와 행동이 가능합니다. 20세기의 시작이 식민지배와 착취였고, 한국전쟁으로 국토의 기반이 박살난 상태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거대한 성과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산업구조의 특성 때문에 기후악당으로 불릴 일도 많았습니다.
지금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은 대체로 일찍 산업화되어 예전부터 그 지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식민지배나 독립 이후의 혼란을 겪은 개발도상국입니다. 환경을 말한다고 전 지구의 모든 나라가 같은 속도로 가기 쉬운 것도 아닙니다.
전교 1등으로 입학해서 전교 1등으로 졸업한 선배가 교과서를 중심으로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했다며 노하우를 알려주면 그다지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180등으로 입학해서 10등으로 졸업한 선배라면 같은 이야기를 해도 전달력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선진국의 위상에 닿아있지만, 개발도상국의 경험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여러분은 미래로 가는 다리에서 Be the bridge to the future라는 학교의 가르침을 새깁니다. 기숙사와 학교를 이어주는 것처럼, 다리는 두 장소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마침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에게 여러 국가들을 이어주는 교량국가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점이 떠올라 구구절절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몸 관리 잘 하고, 시험 잘 보길 바랍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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