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언어가 하나라면 서로 싸울 일도 없을텐데.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만들어진 에스페란토라는 언어도 있습니다. 오늘 배울 내용은 언어입니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입니다. 넓은 보면 몸짓 등도 언어에 포함될 수 있지만, 좁게 보면 음성을 통해 전달되는 말만 언어로 봅니다. 전 세계에 언어가 몇 개쯤 있을까요? 학자마다 다르긴 하지만, 3천개는 되는 모양입니다. 언어가 몇 개인지를 세려면, 서로 의사소통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분류를 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많다는 점입니다.
언어는 중요합니다. 왜요? 저번 시간에 배운 민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민족의 통일된 문화유산이고,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가장 대표적인 문화입니다. 지리시간에는 문화지역을 구분하는 지표로 언어를 자주 활용합니다. 뭐 그렇다고 꼭 민족과 언어가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어 쓴다고 다 잉글랜드 사람은 아니잖아요. 민족구성이 다양한 경우에는 언어도 다양할 수 있습니다.
언어는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산지가 많은 곳에서 쓰는 언어는 산지를 표현하는 단어가 많기도 합니다. 외부의 접근이 어려운 교통이 불편한 곳들은 소수 언어가 모여있기도 합니다. 카프카스 산맥 일대에는 30여개가 넘는 언어가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어는 정치의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한 사회의 주류를 차지하는 집단이 사용하는 언어는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언어는 교통수단이 발전하면 전파 범위도 확대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시베리아횡단철도가 건설되면서 러시아어는 동쪽으로 빠르게 전파될 수 있었습니다. 권력을 이용하면 법원, 병원,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공식적으로 지정해 언어를 지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지배적인 지위에 있는 언어를 얼마나 유창하게 하느냐가 곧 그 사람의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식민지배와 외세의 영향으로 그런 과정을 적나라하게 경험했는데, 궁금한 친구들은 소설 꺼삐딴 리를 읽어보면 좋습니다.
권력에 의해 언어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는 사실 교육제도를 보면 가장 잘 알 수 있습니다. 기숙학교를 통해서 영어를 보급하고 원주민들의 토착언어를 소멸시켜온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내에서 수업 뿐만 아니라 일상 언어로 영어 사용을 강요하고, 나아가 학교 밖에서도 토착 언어를 사용하다 발각되면 체벌을 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오스트레일리아는 아예 원주민 자녀를 납치해서 강제로 문화가 전달될 수 없게 하기도 했으니, 문화제국주의가 얼마나 무서운 모습인지 궁금한 친구들은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모든 과정을 문명화라고 생각했거든요.
언어는 종교와 결합되면 힘이 강해집니다. 꾸란은 아랍어로 적혀있기 때문에, 이슬람교 신자들이 늘어나면서 아랍어도 함께 전파될 수 있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 사용하던 라틴어는 현대에는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언어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언어가 사라지지 않긴 했는데, 바티칸을 중심으로 가톨릭에서 라틴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역시 히브리어입니다. 과거 헤브루인들이 사용하던 이 언어는 사실 디아스포라 이후 사라져버렸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건국 이후 국가적인 노력이 집중되면서 이제는 공용어이자 일상언어로 살아났습니다.
세상에 있는 언어들도 가족이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수많은 세계의 언어를 조사하던 학자들이 언어 사이의 유사한 점들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언어의 족보를 정리해, 더 친한 언어와 덜 친한 언어를 구분했습니다. 어족, 어군, 언어, 방언 등으로 위계를 갖춰 정리해보았습니다. 차근차근 다루어보겠습니다.
인도유럽어족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터키와 카프카스 사이의 어딘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언어는 아리안족의 이동과 함께 남부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져나갔습니다. 15세기 이후 유럽인들이 세계로 이동하면서 전 세계적인 영향을 가진 어족이 되었습니다.
알타이어족은 아시아 북부에 주로 분포하고 있습니다. 몽골어, 터키어 등이 여기 속합니다. 중국티베트어족은 세계에서 모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언어인 중국어가 속해 있습니다. 이 어족에 밀려 아시아 남부에 분포해 있는 오스트로아시아어족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베트남어가 있습니다.
북부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일대는 아프로아시아어족인데, 아무래도 사막기후가 주로 나타나다 보니 넓은 면적에 비해서 정작 사용하는 인구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셈 어군의 아랍어가 유명합니다.
어족의 확산이 가장 극적인 오스트로네시아어족도 있습니다. 지구에 육지보다 바다가 훨씬 넓은 거 알죠? 인도양과 태평양에 띄엄띄엄 있는 그 수많은 섬들 대부분이 하나의 어족입니다. 마다가스카르부터 라파누이섬까지, 인류는 카누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사하라 이남의 중남부아프리카는 언어의 분화가 많이 진행되고 다양성이 높은 곳입니다. 니제르콩고어족, 나일사하라어족, 코이산어족 등 다양한 어족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인도 남부에는 드라비다 어족이 있습니다. 스리랑카 북부에 있는 타밀어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배와 차 플랜테이션 조성으로 인해 이주한 타밀족이며, 타밀엘람호랑이와 스리랑카 정부군의 오랜 내전으로 이어집니다.
주요 어족과는 별개로 주변에 있는 언어와 관계가 없는 언어들이 있습니다. 이런 언어를 고립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서 에스파냐 북부의 프랑스 접경지대에 살고 있는 바스크족이 있습니다. 바스크족은 바스크어를 사용하고, 독특한 민속문화도 남아있습니다. ETA가 조직되고 민족분리주의에 의해 오랜 무장투쟁이 이어졌던 곳이기도 합니다. 바스크어는 특이하게 주변의 에스파냐어나 프랑스어와 관련이 없는 고립어입니다. 그 밖에 파푸아어족, 애보리진어족, 아메리카 원주민들 어족 등이 있긴 합니다. 고립어는 사용인구가 적고 주요 어족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어나 일본어는 일부 알타이 어족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고립어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그 밖에 언어와 관련된 개념 몇 개만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피진입니다. 서로 다른 두 언어가 만나면, 두 언어를 동시에 변화시킵니다. 영어도 아니고 중국어도 아닌 피진이 그런 현상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언어는 피진어라고 부릅니다. 다음은 크레올입니다. 크레올은 에스파냐의 식민지배 시절, 식민지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원래 언어가 있지만 변화가 거듭되다보면 현지에서 새로운 언어로 태어나기도 합니다. 다음은 링구아프랑카입니다. 모어가 다른 사람들이 만나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상대방 언어를 배우든가 제3의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게 모어가 아닌데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말을 링구아프랑카라고 부릅니다. 현대 사회의 링구아프랑카는 역시 영어입니다. 동아프리카 일대에서는 스와힐리어가 링구아프랑카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대순다열도 일대에서 모어 사용자가 가장 많은 언어는 자와어입니다. 자와 섬이 크기는 보르네오나 수마트라보다 작지만, 인구밀도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근데 정작 공용어는 말레이인도네시아어(마인어)입니다. 말레이어를 공용어로 지정해서, 학교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마인어를 링구아프랑카로 이용합니다.
언어를 지역이해 시간에 살펴본 이유는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이겠죠? 지역별로 다시 정리해보곘습니다.
먼저 유럽은 세 덩어리로 구분합니다. 북서부유럽은 게르만족이 살고 게르만어군 언어가 분포합니다. 동부유럽은 슬라브족이 살고 슬라브어군 언어가 분포합니다. 남부유럽은 라틴족이 살고 라틴어군 언어가 분포합니다. 예외도 일부 있습니다. 북부유럽이지만 핀란드는 핀어를 사용하고, 우랄어족에 해당하는 아시아 기원의 언어입니다. 동부유럽의 헝가리는 마찬가지로 마자르어를 사용하고, 루마니아는 라틴 어군의 언어입니다.
아프리카는 사하라사막을 기준으로 크게 두 덩어리로 구분합니다. 북부아프리카와 중남부아프리카입니다. 북부아프리카는 아랍어가 널리 쓰이는 편입니다. 중남부아프리카는 부족종족민족별로 다양한 언어가 모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아시아는 워낙 크니까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서남아시아는 역시 아랍어가 널리 통용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정작 인구가 많은 대표적인 민족들의 모어는 아랍어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이란의 이란어(페르시아어)나 터키의 터키어(튀르크어)가 특히 그렇습니다. 중앙아시아는 언어의 점이지대에 해당합니다. 다양한 어족과 어군과 언어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문명의 교차로답게 언어 분포 또한 다양하기로 유명합니다. 베트남은 베트남어, 필리핀은 타갈로그어 등을 사용하는데, 어족이 다릅니다.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배를 받아 영어 사용자도 많습니다. 남부아시아는 아무래도 인구가 많은 많음 문화적 다양성도 크고 언어도 다양합니다. 인도는 특히 공용어가 2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힌디어조차도 전체 인구의 절반도 되지 않거든요. 동북아시아는 밖에서 보면 다 한자를 사용하는 단순한 지역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한족 이외에도 소수민족이 많고, 한국은 한자를 빌려쓰긴 하지만 이두나 향찰을 거쳐 한글을 발명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한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롭게 발명한 가나문자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카의 언어 분포를 이해하려면 식민지배를 이해해야합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언어 분포를 추정해서 지도에 나타낸 것들이 있는데, 현재 큰 의미는 없습니다. 오히려 토르데시야스 조약이 중요합니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경계선을 설정하고 나누어가진건데, 브라질에 이 선이 걸치면서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은 에스파냐어를 사용하지만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원주민들의 토착 언어는 안데스 산지 등 일부 지역에만 남아있는 편입니다. 앵글로아메리카도 양상은 비슷합니다. 대부분 지역에서 영어가 쓰이고, 캐나다의 퀘벡은 프랑스어가 쓰입니다. 미국 남서부는 과거 누에바에스파냐의 영향으로 에스파냐어 사용자가 많은데, 아메리카의 여러 이야기들은 2학기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오세아니아도 원주민들의 토착언어는 대체로 소수언어가 되었습니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관계로, 애보리지나 마오리도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언어를 지리시간에는 어떻게 살펴볼 수 있을까요? 바로 경관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해외에 나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나요? 사실 간단합니다. 간판이 다르거든요. 문자는 언어를 표현해주는 수단인데, 중요한 언어경관입니다. 문자는 표음문자, 음절문자, 표의문자 등으로 구분되는데, 중학교에서 배우니까 생략하겠습니다. 세상에 언어는 엄청 많지만, 문자를 가진 언어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은 문자를 빌려와서 변형해 쓰는 언어가 많고, 언어를 위해 문자가 따로 있는 경우는 더 드문 편입니다. 심지어 그런 문자들 중에 문자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이나 원리나 시기가 알려진 문자는 더 없습니다. 의도를 가지고 문자를 발명하여 언어생활을 풍족하게 한 사례가 지구상에 많지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체로키 문자를 만든 세쿼이아와,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이 있습니다. 하하.
문자는 너무 많으니까 대표적인 두개만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로마자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파벳이라고 부르는 그 글자입니다. 페니키아의 상인들이 지중해 세계에서 전파해서, 유럽의 수많은 언어들이 자기 언어에 맞게 변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럽 이외에서도 널리 쓰이는데, 러시아어는 키릴문자로 적고 베트남어도 로마자를 변형해서 사용합니다. 동아시아에는 한자가 있습니다. 한자는 중국에서 발명되었습니다. 하지만 거란족, 베트남, 조선인들, 일본인들이 각자 변형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자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궁금한 친구들은 이두를 공부해보세요.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언어와 지리의 마지막 연결고리. 지명입니다. 인간이 알고 있는 모든 땅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땅의 이름인 지명은 그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명만 잘 살펴보면 그 동네의 특성이 나옵니다. 우리 학교가 있는 곳은 고양시 일산입니다. 왜 일산인가요? 산이 하나라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울산, 부산처럼 산이 들어간 지명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국토 대부분이 산이라서 그렇습니다. 유럽에 있는 도시들은 부르가 들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부르주아라는 말 들어보았나요? 왜 부르주아라는 말이 붙었는지를 알면 이해가 쉽습니다. 부르가 성이라서, 부르주아는 성 안에 거주할 수 있는 계층을 의미하거든요. 마찬가지로 스트라스부르, 에딘버러, 함부르크 등은 모두 성과 관련있는 지명입니다. 미국에는 미시시피, 메사추세츠 등 원주민들의 지명이 남아있습니다. 그 주민들과 그 언어들이 모두 사라져도 지명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나요? 최근 뉴스에 자주 나오는 이태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시대까지 도로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역원제도가 있는데, 이태원이라는 원이 지금은 없지만 여전히 지명은 살아남아 우리는 그 곳을 이태원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수업도 벅차지만 힘겹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남은 시간 멘탈 관리 잘하고, 복습 꼭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