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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자료/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0)

03 세방화

by Thisis Geoedu 2020. 5. 14.

오늘은 문화지리 얘기를 조금 하고, 세계화 이야기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오늘 하루도 갈 길이 머네요. 힘내세요.

문화지리를 얘기하려면 문화랑 지리를 얘기해야겠죠? 문화는 사람들이 생활하거나 사고하는 방식입니다. 종교, 언어, 문자, 건축, 음식, 의복 등등 그냥 인간 생활에 관련되면 다 문화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 문화를 지리적인 측면에서는 어떻게 살펴볼 수 있을까요? 바로 경관입니다. 우리는 문화 현상을 지구 표면의 어디에선가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문화경관이라고 하는데, 문화경관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문화는 공간적으로 확산되는데, 저번에 계기교육으로 잠깐 안내가 나갔던 그 내용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간 사이의 상호작용은 거리조락을 따릅니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상호작용은 강하고, 멀수록 상호작용은 약해집니다. 마치 두 물체 사이의 중력과 유사합니다. 아무튼 문화의 전파는 마치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공간에서 확산하게 됩니다. 물결이 마찰때문에 멀어질수록 점차 작아지는 것처럼, 문화의 전파도 거리조락함수 형태를 띄게 됩니다. 때로는 문화전파를 막는 장벽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벽은 자연환경일 수도 있고, 인문환경일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장벽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한데, 우리 주변의 사례들을 한번 찾아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확산의 유형은 학습지에 정리해두었으니 한번 읽어보면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문화가 전파되다보면 나와 다른 문화를 접하는 일도 생깁니다. 그래서 문화를 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문화를 보는 태도는 크게 문화절대주의와 문화상대주의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문화절대주의는 문화 사이에 우열이 있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내 문화가 좋다는 자문화중심주의가 있고, 나아가 기존 문화는 소멸시키는 문화제국주의가 있습니다. 근대 이후 세계는 문화제국주의적인 관점에 의해 서유럽에서 기반한 문화가 확산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문화상대주의적인 태도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문화는 각지의 자연환경에서 인간이 적응하면서 만들어낸 독창적인 산물이므로, 우열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따라서 모든 문화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나와 다른 문화를 가졌다고 해서 배척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살인 등 인류 보편적 가치와 충돌하는 문화까지 인정해야한다는 극단적 문화상대주의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문화적 선호의 지역차이는 줄어들고, 점차 소수 문화는 소멸하고 있습니다. 문화에서도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유입된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함께 살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가치가 바로 다문화주의입니다. 기존까지는 문화제국주의적인 관점에서 소수 문화를 소멸시켜왔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문화도 받아들여주고 존중해주고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간섭만 배제하면 된다고 여겨서, 소수집단을 공간적으로 분리하는 경우가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그런 공간적 분리가 다시 사회적 차별로 연결되기도 했구요.

그래서 요즘은 다문화주의의 관점에서 조금 심화되어 문화적 다양성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문화는 모두 인류의 유산이므로, 소수 문화의 정체성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간섭을 배제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멸 위기에 있는 문화는 개입해서 의도적으로 보호해야한다는 뜻이 됩니다. 영화를 생각해볼까요? 영화도 상품이라면, 자유무역의 대상이 됩니다. 그렇게 전 세계 영화관은 할리우드 영화로 덮여가게 됩니다. 가장 자본도 크고, 재미있게 잘 만드니까요. 오히려 자본에 기반한 문화제국주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문화라면,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에서도 문화다양성협약을 체결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문화다양성법이 만들어져 제도적으로 문화는 이제 보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세계화 이야기로 가보겠습니다. 사실 경제지리에서도 세계화를 언급했지만, 당연히 문화 부문에서도 세계화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서유럽에 기반한 소비문화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문화적 선호에 따른 지역차는 점차 감소하고, 지역과 지역 사이에는 유사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에 클래스룸에서 달러스트리트를 한번 소개했습니다. 전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적 배경이 모두 다르지만, 사실 일정 소득수준이 넘는 사람들의 침실 모습은 다 비슷비슷합니다. 넉넉한 침대에 정갈한 침구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계화를 바꾸어서 말해볼까요. 세계화는 바꾸어 말하면 국경의 의미가 약화되고, 동질적 문화경관이 확대된다는 뜻도 됩니다. 현대 미국식 자본주의 문화의 상징인 패스트푸드점은 사회주의 혁명의 수도인 모스크바에도 지점을 냈습니다. 세계 어딜 가든 카페 체인점을 볼 수 있고, 스마트폰 사용하고, 칫솔로 이를 닦고, 차를 타고 다닙니다. 그리고 국가를 넘나드는 문화와 자본과 정보의 양이 증가한다는 뜻도 됩니다. 과거엔 독재자들이 국경을 봉쇄하고 방송을 차단하면 진실을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도 군부독재를 겪던 시절에 언론인들이 탄압받았고, 믿을만한 소식은 외신에 기대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아랍의 봄을 시작으로 이제는 혁명이 SNS를 타고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보에서 국경을 통제하는 것이 흥선대원군 시절만큼 쉬운 시대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동시에 한 지역의 사건이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뜻도 됩니다. 러시아는 흑해의 크림반도를 포기하지 못하고 무력으로 병합하였습니다. UN안전보장이사회를 구성하는 국가 사이에서 무역제재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덕분에 연어의 국제가격이 들썩거렸고, 우리의 외식문화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말 그대로 세계의 상호작용이 강력한 시대입니다.

이런 세계화에는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먼저 불균형입니다. 남북문제라고 부릅니다. 세계에서 이른바 먹고 살만한 일찍 산업화된 국가들은 대체로 북반구 중위도에 있습니다. 그리고 열대기후지역과 남반구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입니다. 그래서 세계의 양극화 현상을 공간적으로는 남북문제라고 부릅니다. 지구 전체에서 절대빈곤에 있는 극빈계층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고무적인 신호도 있지만, 세계적인 규모에서 하위계층과 상위계층의 상대적인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획일화입니다. 인도를 제외하면, 세계 어디의 영화관을 가도 헐리우드 영화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모임에서는 대부분 서구식 정장을 입은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어쩌면 문화제국주의의 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은 환경·노동문제입니다. 이제 환경문제와 노동문제고 여러 나라가 얽혀있습니다. 황사나 지구온난화 등이 국경을 넘어다닌다는 사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보팔참사라고 합니다.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화학약품을 제조하는 공장을 인도에 세웠는데, 가스 누출로 인해서 막대한 참사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보상 문제가 끝나지를 않았습니다. 선진국에서는 환경이나 노동에 관련된 규제가 점점 더 촘촘해지면서 국가적인 관점에서는 점차 여건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설들이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되면서, 각종 문제들이 구조적으로 함께 이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니제르 델타의 석유개발로 인해 해당 지역은 환경오염과 지역갈등의 불씨가 타오르지만, 정작 그 석유 대부분은 선진산업국가에서 이용하는 역설도 맥락이 같습니다. 그때그때 바뀌는 유행을 따라가는 사람들을 위한 패스트패션 때문에, 누군가는 목화를 기르고 저렴한 인건비로 의류를 생산해야 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전 세계의 소비자들을 위해, 파키스탄에서는 누군가 그 공을 꿰메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아는 그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어린 아이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을 뜨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세계화를 다루었다면, 이제 반대되는 상황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베스트팔렌조약 이후 국제사회의 주역은 바로 국가였습니다. 모든 것이 국가 단위를 기본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리 수업도 대부분은 국가 단위의 자료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있던 지역이 전면에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지역성을 잘 살리면 지역도 세계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역성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시간에 따라 조건이 바뀌면서 지역성도 변화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어떻게 살리냐에 따라서 기회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안동은 경상북도 북부에 있는 중소도시입니다.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가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안동은 중심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안동에 있는 탈춤 문화를 주제로 전 세계의 가면극을 모으면, 안동이 세계 가면문화의 중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입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수천년간 국가적인 무대에서 중심이라고 부르기 어려웠습니다. 유배가는 곳이고, 혹독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곳을 살아가야 했던 서러운 이야기도 많습니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 넓혀 동북아시아 측면에서 보면, 제주도는 한중일의 중심에 있습니다. 상하이도 서울도 후쿠오카도 금방 갈 수 있는, 동북아시아의 거점도시입니다. 그래서 제주는 이제 동북아시아에서 이름난 관광도시로 성장하고 있고, 국제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누비는 다국적기업들도 결코 지역을 무시하고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지역화 전략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동부 지역에서는 랍스터를 활용한 메뉴를 만드는 다국적기업, 다른 지역에서는 또 얼마나 다양한 메뉴로 승부를 보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이제는 지역도 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장소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장소마케팅이라고 부릅니다. 지역의 수많은 마스코트, 브랜드, 캐치프라이즈, 축제 등은 모두 그런 맥락에서 탄생한 것들입니다. 우리 학교가 있는 고양시만 하더라도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고양이라고 부릅니다. 고양이라는 이름이 쏙쏙 들어오도록 고양고양이가 활동하고 있구요. 엄청난 규모로 꽃박람회도 실시합니다. 이런게 다 장소마케팅입니다.

특히 그런 전략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지리적 표시제입니다. 생산품이 그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반한 경우에는, 상품에 지역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거품이 올라오는 포도주는 많지만, 오직 프랑스 상퍄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만 샴페인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습니다. 그럼 가격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고, 소비자도 믿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세계는 이제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화입니다. 세계화로 인해 국경의 의미는 약화되고, 지구촌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지역이 전면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화입니다. 지방화로 인해 국가의 의미는 약화되고, 지역의 특성을 발굴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세계화와 지방화는 완전히 상반된 방향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스케일에 측면에서 보면 기존에 오랜 세월 중시되던 국가 규모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기존까지는 국가 단위의 퍼즐이 조각조각 맞추어진 지도 같은 세상이었다고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세계화의 측면에서 온 세상은 한 덩어리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지역화의 측면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조각들이 총 천연색으로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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