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제지리의 아주 조금 맛만 보려고 합니다. 수업을 빡빡하게 짜게 되네요.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경제지리 전에 경제를 좀 해야할 것 같습니다. 경제가 뭔가요?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다스려서 백성들을 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Economy인데, 앞에 eco가 붙어있죠? 외쿠메네 기억 나나요? 그렇습니다. 집을 뜻하는 oikos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결국 집 살림살이라는 뜻입니다. 경제는 이래저래 먹고사는 문제와 밀접하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미시든 거시든 자세한 경제는 경제 선생님께 배우세요^^
일단 좀 이해해야 하는 개념들이 몇 개가 있습니다. 중학교에서 배웠지만, 혹시 모를 수도 있으니까 다시 꺼내보겠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 재화와 서비스라고 부릅니다. 재화와 서비스는 시장에서 거래됩니다. 그럼 이런 재화와 서비스를 누군가 생산했기 때문에 우리가 소비할 수 있는거겠죠? 이런 것들을 산업이라고 부릅니다.
클라크는 산업을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농림어업처럼 자연에서 얻는건 1차산업이라고 부릅니다. 제조업처럼 그걸로 물건을 만드는건 2차산업이라고 부릅니다. 상업처럼 다른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건 3차산업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옛날 기준이라서 요즘에는 더 복잡한 기준을 쓰긴 하지만, 개념으로는 파악해 놓으면 좋습니다.
그럼 지리시간에는 어떤 관점으로 경제를 볼까요? 여러 시선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선은 바로 상품사슬입니다. 자연에서 출발해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유통되고 최종적으로 어떻게 여러분들 손에 오게 되었는지에 주목하는 셈입니다. 그 경로를 따라가다보면 우리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현대 사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바로 국제무역이 활발하다는 점입니다. 국경을 넘어서 국가와 국가가 거래하는 것을 무역이라고 부릅니다. 그럼 무역은 왜 발생할까요? 나라마다 다 다르니까 발생합니다. 컴퓨터를 잘 만드는 나라와, 마늘을 잘 생산하는 나라는 거래를 통해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국제무역은 옛날부터 많이 했을까요? 그럴리가 없습니다. 전근대에는 대부분 국가가 1차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잉여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교통수단도 불편하고, 도둑맞을 가능성도 많았죠. 그래서 사치품 위주로 일부 교역이 나타나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부터 변화가 생겨납니다. 각 국가별로 중상주의 정책이 강화됩니다. 중상주의 정책은 단어 그대로 풀면 상업을 중시하는 정책이고, 국내 산업을 보호해서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의미합니다. 유럽의 15C~17C에 해당하는데, 이 시기를 지리상 대 발견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유럽 관점에서요. 다른 대륙에서는 몇 천년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뭔 발견이에요 발견이. 어쨋든 이런 과정을 통해 해외에 식민지들이 건설되고 있고, 자본이 축적됩니다. 그래서 이 시기를 자본주의의 발달 측면에서 초기 상업자본주의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산업혁명이 발생합니다. 사실 제조업 분야에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현상인데, 이로 인해서 사회 전체가 엄청나게 많이 바뀌게 되어서 산업혁명이라고 부릅니다. 제조업이 발달하게 되니까 공산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농수산품은 거래가 쉽지 않은게, 부피도 크고 운송하다가 상할 위험도 크거든요. 근데 공산품은 표준화된 물건이니까 국제무역을 하기에 훨씬 편합니다. 게다가 교통수단도 발달합니다. 철도 위를 달리는 기차는 대량의 화물을 먼 거리까지 안정적으로 싣고 갑니다. 증기선을 시작으로 선박도 규모가 커지면서 막대한 양의 화물을 옮길 수 있게 됩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먼저 산업화를 이룬 국가들은 점차 세계의 핵심지역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세계에 영향력이 강한 강대국이 되는데, 열강이라고 흔히 부릅니다.
그래서 여러 열강들이 식민지를 확장하며 세계로 힘을 뻗쳐나가는 시기가 이어집니다. 그러다 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이 발생하고, 강력한 경기침체가 전 세계로 확산됩니다. 미국은 뉴딜정책을 시행하면서 자유방임주의에서 수정자본주의로 정책의 흐름을 바꿉니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블록주의로 대응합니다. 본국이랑 식민지를 하나의 경제권역으로 묶어서, 다른 국가들을 배척하는 보호무역으로 대응한 셈입니다. 보호무역은 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 등을 활용하여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열강이라고 다 같은 상황이 아닙니다.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민족국가를 중심으로 독립한 것과 다르게, 독일과 이탈리아는 사분오열된 조그만 국가들을 모아 통일국가를 만든 시기가 매우 늦었습니다. 게다가 독일은 1차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막대한 배상금까지 부담을 가지게 되었구요. 그런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로 꼽히던 바이마르공화국은 무너지고, 극단적인 생각들이 스물스물 퍼져나갑니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소수의 희생 따위는 연연해하지 않는 사고방식이 파시즘, 나치즘, 군국주의의 형태로 이탈리아, 독일, 일본을 뒤덮습니다. 결국 이 세 나라는 동맹을 맺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킵니다. 전 세계에서 사망자만 5천만 명이 발생한 거대한 전쟁이었고, 일본이 역사상 최초로 핵폭탄을 맞으며 끝났습니다.
20세기가 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세계는 큰 전쟁을 두 차례나 겪었습니다. 한 번은 실수인데, 세 번 반복하면 그건 멍청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다시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지 인류의 고민이 이어집니다. 그 전까지는 사실 열강들 사이에 무역질서라는게 따로 없었습니다. 자국 이익을 위해서 관세와 그에 따른 보복관세가 이어지는게 당연했습니다. 그러다가 1947년 GATT가 등장합니다. 세계적으로 통일된 무역 질서를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GATT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으로, 당시 30%가 넘던 선진국의 관세율을 5%정도로 인하하는 등 무역장벽의 완화에 기여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선진국 시장에 신흥공업국가들의 공산품이 수출되면서 새롭게 성장하는 국가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서 석유파동과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각 국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보호무역으로 전환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GATT의 한계가 노출됩니다. 공산품 위주라서 농업이나 서비스산업은 정작 자유무역의 대상이 되지도 않고,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국가가 생겨도 대응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루과이라운드를 거쳐 결국 1995년 WTO가 등장합니다.
WTO는 세계의 자유무역을 관장하는 기구입니다. 농산물과 공산품 뿐만 아니라 지적 재산권까지 모두 관할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각 국가 사이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하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 후쿠시마의 수산물을 수입 금지 조치한 것에 대해 심판해준 곳도 바로 WTO입니다. 재심까지 가서 뒤집히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는 않은데, 우리나라의 통상전문가들이 결국 해내서 승소를 이끌어냈습니다. 여러분들이 미래에 해야 할 모습입니다.
아무튼 다시 WTO로 돌아옵시다. WTO는 세계적인 규모에서 자유무역 질서를 잡는 국제기구입니다. 하지만 성격 급한 나라들은 그걸 기다릴 수 없습니다. 개별 국가끼리 서로 무역장벽을 없애고 자유무역을 실시하는 방법을 FTA라고 부릅니다. FTA는 꼭 인접한 국가일 필요는 없는데, 우리나라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칠레와 가장 먼저 FTA를 체결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FT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은 무역이지만 지향하는 방향이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어느 한 방향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국가적인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판단해야합니다. 우리나라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 농업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이 희생되었습니다. 영화 시장도 스크린쿼터제를 통해 보호한 끝에,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작품들도 나오게 되었구요. 경제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경제시간에 이어서 해보세요.
여기까지 다룬 내용들은 사실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세계를 이해시키기 위해 설명한 내용입니다. 맥락이 이해가 되어야 실제 나타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지난 수십년간 자유무역이 확대되는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그럼 이제 진짜 중요한 현상으로 가보겠습니다.
중요한 것이 바로 지역협력입니다. 우리 학교에 200여명의 친구들이 있으니까, 지구에 있는 국가들 수와 얼추 비슷합니다. WTO는 모든 친구들이 같이 친구하자고 비유한다면, FTA는 단짝을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짝꿍이랑 더 친해지기 쉽죠? 마찬가지로 국가도 가까운 국가끼리 더 친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접한 국가끼리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양상, 즉 지역경제협력체가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유럽의 EU, 북아메리카의 NAFTA, 동남아시아의 ASEAN, 아시아태평양의 APEC, 남아메리카의 MERCOSUR, 서남아시아의 GCC, 아프리카의 AU 등이 대표적인 지역경제협력체입니다. 이러한 지역경제협력체를 통해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이 힘을 합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지도를 참고해서, 각 지역경체협력체가 어디에 있는지 꼭 확인해보길 바랍니다.
이러한 협력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친구도 이름만 아는 친구가 있다면, 막역한 절친도 있잖아요. 가장 먼저 FTA가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은 국가들끼리 관세 없이 친하게 지내는 거에요. 두번째는 관세동맹입니다. 이제는 다른 국가랑은 공동으로 대응합니다. 더 나아가면 공동시장이 됩니다. 역내에서 자본이나 사람 같은 생산 요소도 자유롭게 이동하게 해주는 셈인데, 마치 친구 사이에 비밀이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더 나아가면 아예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같은 경제정책을 같이 수행하면서 통합되는 단계로 갑니다. 사실상 하나가 되는 셈입니다. 아무래도 정치적으로도 통합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ECSC에서 출발한 EU가 현재 여기까지 와있는 상태인데, 나중에 유럽 수업 하면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세계적인 측면에서 경제질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았다면, 이제부터는 그런 경기장에서 실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바로 기업입니다. 공룡처럼 거대한 기업은 때로 국가보다도 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공룡처럼 거대한 기업도 알처럼 작은 단일공장기업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해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지리 시간에 그걸 굳이 왜 얘기하냐구요?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위치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에서도 입지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독일의 지리학자 베버는 공업의 입지를 정리하여 이론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핵심은 운송비를 절약할 수 있는 곳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원료를 공장으로 가져와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아야 공장은 운영됩니다. 당연히 원료의 운송비와 제품의 운송비가 발생합니다. 그럼 그 운송비를 아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입니다. 원료가 크고 무겁거나 상하기 쉬우면 원료산지에 공장을 지으면 좋습니다. 제품이 크거나 옮기기 어려우면 시장 주변에 공장을 지으면 좋습니다. 교통수단을 바꿔야하는 상황이라면, 그 바뀌는 곳에 짓는게 차라리 좋습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운송비를 절약할 수 있는 위치에 대한 이야기이고, 추가로 노동력이 풍부해서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곳도 좋습니다. 이런 내용은 한국지리를 공부하면 조금 더 자세히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집적이익입니다. 모이면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업종에 있는 업체가 가까이 오면 고속도로나 전기 등 사회간접자본을 함께 활용하고, 일하는 인력을 구하기도 쉬워지고, 새로 발생하는 혁신이나 동향 등 지식과 정보도 나눌 수 있고, 원료를 공동구매하거나 제품을 공동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해당 지역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 인지도가 올라가면 그 지역에 더 모일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도시마다 무슨 거리, 무슨 골목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거의 다 집적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이런 집적이익을 가장 잘 살리는 분야가 석유화학공업입니다. 우리가 땅에서 캐낸 석유 덩어리를 원유라고 합니다. 중학교에서 배웠죠? 원유는 혼합물입니다. 그래서 끓는 점이 다 다르니까, 분별증류하면 원하는 성분만 얻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정유라고 부릅니다. 그 결과 아스팔트부터 석유가스까지 다양한 석유제품이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석유제품을 다시 가공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등 대부분의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산업을 화학산업이라고 합니다. 그럼 결국 정유산업의 제품이 화학산업의 원료로 이용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합쳐서 석유화학산업이라고 부릅니다. 그럼 정유업체와 화학업체도 가까이 있으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겠죠? 관련되어 있는 산업을 결합하는 방식을 러시아어로 콤비나트라고 부르는데, 석유화학공업은 콤비나트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렇게 기업이 성장하게 되면 공장 하나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기업의 다양한 업무가 가장 잘 수행될 수 있도록 조직이 분화되기 시작합니다. 과거에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멀리 떨어지면 효율이 떨어져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업무의 성격에 따라 나누어져서 서로 다른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노동의 공간적 분화라고 합니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출신 국가 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도 활동을 하게 됩니다.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다국적기업이라고 부릅니다. 현대에는 수많은 다국적기업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국가의 경계만 가지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다국적기업이 경제의 세계화를 불러온 핵심적인 주인공인 셈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수출입에 공산품이 유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다국적기업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농산물이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다국적기업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다국적기업의 특성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상황이 바로 자동차산업입니다. 하나의 자동차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만 개가 넘는 부품들이 조립되어야합니다. 그럼 의자나 창문 등 부품들이 만들어져야합니다. 그런 부품들은 플라스틱이나 유리부터 먼저 만들어야 하구요. 자연에서 얻은 원료가 결국 우리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살펴보면, 세계 경제의 연결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것을 상품사슬이라고 부릅니다. 자동차회사 하나가 거기에 들어가는 의자나 스피커까지 모두 다 만들지는 않습니다. 중국에서 COVID-19가 전파되자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 공장이 멈춘 뉴스를 본 적 있나요? 와이어링하네스라는 부품을 생산하는 중국의 공장이 멈추자, 우리나라 자동차 공장도 결국 생산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세계 곳곳은 경제적으로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이게 다 공간적 분업 때문입니다.
경제에서 공간을 빼면 마치 세상은 아무 것도 없는 평면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세상은 여기저기가 다 다른 올록볼록한 모습입니다. 지역마다 원료, 노동자, 임금수준, 인프라 등등이 가지고 있는 조건이 모두 다릅니다. 그리고 그 조건에 가장 적합한 기업이 입지하게 되구요. 철강 산업은 과거 나무를 때서 철을 녹여야 하니까 숲이 우거진 곳에 위치했다가, 석탄을 캐서 철광석을 녹이는 방식이 생겨나자 석탄 산지 주변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예 다른 나라에서 대량으로 사오는 석탄이 더 싸니까 바닷가로 이동하게 되었구요. 이런 식으로 산업별로 공간분화가 나타나면서, 국가 내에서도 지역차이가 점점 커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이론 중에 하나가 제품수명주기이론입니다. 제품이 세상에 등장해서 소멸하기까지 일정한 주기를 따라간다는 견해입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시기별로 기업의 입지도 달라집니다. 초창기에는 기술이나 자본이, 후기에는 인건비의 절약이 중요해지니까요. 궁금한 친구들은 교과서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다국적기업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다국적기업은 수익을 얻기 위해 철저하게 공간적으로 분화되어 있습니다. 경영기획, 관리, 의사결정을 하는 본사는 본국의 핵심적인 도시에 입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의사결정을 위해 정보와 고급인력과 자본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술개발이나 디자인을 하는 연구소는 대체로 대학이나 다른 연구소가 많은 곳에 입지합니다.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연구인력들이 선호하는 쾌적한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생산공장은 안정적인 제품 생산이 가능한 곳을 선호합니다. 생산공장은 상황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저렴한 노동력을 유치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나타납니다. 부산에 있던 신발 공장이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 선진국의 무역장벽을 피해야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인건비가 비싸도 선진국에 입지하기도 합니다.
다국적기업은 다양한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두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규모의 경제입니다. 다국적기업은 공룡처럼 크지만, 엄청 민첩하게 움직입니다. 생산규모가 크면 클수록 1개를 생산하는 비용은 떨어집니다. 다국적기업은 공간적분업에 대한 이해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분업, 조정, 통합 등의 의사결정을 잘 내려서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현지화입니다. 본국에 핵심부문이 남아있긴 하지만, 진출한 지역의 사정에 맞게 원료조달, 생산, 판매 등을 시행하면서 적응력을 높입니다.
이런 다국적기업은 지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본국에 있던 기업이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수익이 본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런 자본은 다시 본국에 투자할 수도 있고, 추가적인 이익을 발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유명한 다국적기업이 앞으로 133조를 투자하기로 계획하였는데, 이렇게 대규모로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수익이 국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국적기업이 생산비가 저렴한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경우에는 국내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국내의 생산능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산업공동화라고 합니다.
그럼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받은 투자유치국의 입장에서 생각해볼까요? 다국적기업이 들어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먼저 다국적기업이 투자하면서 일자리가 생겨나고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다국적기업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선진적인 기술이나 경영기법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잘 알려져있지 않던 산업 분야의 성장을 이끄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다국적기업이 투자하면서 세계에 알려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국적기업의 의사결정은 본국에서 이루어집니다. 투자유치국은 본국에게 경제적으로 의존도가 커지고, 다국적기업의 진출 때문에 원래 있던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몰락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과 다양산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더 재미있는 분야가 바로 경제지리학입니다. 오늘은 그래도 다국적기업의 맛이라도 보아서 다행입니다. 수업 듣느라 고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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