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부터는 조금 더 깊숙하게 주제별로 다루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첫 순서는 민족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민족이라는 개념을 자주 사용합니다. 하지만 민족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살펴보고싶은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인종입니다.
인종은 사람을 분류해놓은 것입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서, 우리가 인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럴 때에는 비슷한 것들끼리 묶어주면, 훨씬 쉽게 인식이 가능합니다. 생명과학에서는 이런 시도가 일찍부터 이루어져, 분류학이라는 분야로 발전했습니다. 분류를 할 때에는 눈에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살펴보는 형태학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발생과정이나 유전적 특징으로 분류하는 측면도 있구요. 이러한 분류에는 크고 작은 위계가 있어서, 흔히 종속과목강문계로 암기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생명과학에서는 일반적으로 교배해서 생식능력이 있는 자손을 낳으면 종으로 구분합니다. 사자랑 호랑이는 교배하면 라이거를 얻을 수 있지만, 라이거는 새끼를 못낳습니다. 그럼 사자랑 호랑이가 별개의 종이라는 뜻입니다. 이 이야기를 굳이 왜 꺼냈냐면, 인종이라는 단어를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인종이라는 표현때문에 마치 사람이 여러 종으로 구분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사람은 호모 사피엔스로만 이루어진 단일한 종입니다. 게다가 인종은 겉모습으로 구분하는 간단한 방법이라, 유전자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과학적인 분류와 일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이런 부정확한 개념이 인종차별 등의 근거로 이용된 적이 있어서 가급적 사용을 지양하고, 혹시 사용하게 되더라도 조심히 다루어야 합니다. 그래서 먼저 살짝 살펴보았습니다.
민족을 살펴보기 전에 인종을 먼저 살펴보았다면, 이제 인종에 앞서는 인류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현생 인류와 유전적인 정보를 상당부분 공유하는 침팬지, 고릴라 등의 유인원이 있습니다. 그래서 먼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인류와 유인원의 공동 조상이 있었고, 거기에서 각기 다른 종으로 분화해 나갔다는 추론이 가능해집니다. 그럼 우리 인류의 조상들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거슬러 올라가서 살펴보기도 합니다.
모든 현생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남쪽의 원숭이로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에서 일부가 호모하빌리스,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 등으로 갈라져 나와 지금의 인류가 되었습니다. 학명에 homo로 분류가 되었다는 것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걸어서 배타고 이동하여 지구의 육지 곳곳에 70억이 넘는 호모사피엔스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 호모사피엔스를 인종이라는 개념으로 굳이 구분하자면, 니그로이드·코카소이드·몽골로이드 등으로 흔히 구분합니다. 아프리카에서 나와 각지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분류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남부아프리카에서는 니그로이드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코카소이드는 북인도와 유럽 일대에 널리 퍼졌습니다. 몽골로이드는 빙기에 지금의 베링 해협 일대가 육지였을 때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원주민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끝나면 공부할게 많이 없겠죠? 이후에 또 엄청나게 이동을 하게 됩니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한 이후 시대에는 기록으로 남아있어서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유럽인들이 15세기 이후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등으로 이동하면서 코카소이드가 확장되고 원주민들은 급속도로 수가 줄었습니다. 대서양을 둘러싼 노예무역으로 아프리카 서해안의 원주민들이 강제로 아메리카로 이주되었습니다.
이제 그 하위분류인 민족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민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우리가 무슨 민족입니까. 배달음식을 좋아하는 민족인가요? 일상에서 광고로도 이용되는 민족은, 사실 역사나 정치 수업시간에도 민족주의라는 개념으로 종종 등장합니다. 그럼 대체 민족은 뭐고, 민족주의는 뭘까요?
민족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른 나라에 있는 개념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Ethnic group을 번역할 때에도 민족이라고 번역하고, nation을 번역할 때에도 민족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좀 구분을 해보려고 합니다. ethnic group은 우리가 일상에서 민족이라고 사용하는 개념과 거의 똑같습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혈통 개념이 일단 포함되어있고, 풍습이나 생활습관 등에서 이야기하는 민족 개념입니다. nation은 우리가 수업시간에 주로 사용하는 민족 개념입니다. nationalism을 흔히 민족주의라고 번역하는데, 혈통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치권을 획득하거나 독립국가를 구성하는 등 정치적인 관점에서 사용하는 민족이라는 개념과 거의 같습니다. 민족을 굳이 지리시간에 다루는 이유가 있습니다. 민족이 언어나 역사 등을 공유하는 공동체이긴 한데, 지역에 기반해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가 프랑스 혁명 이후 근대 국민국가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이어 유럽 각지에서 민족국가(혹은 국민국가)가 등장하고, 독일과 이탈리아도 통일을 이룹니다. 이렇게 하나의 민족이 하나의 국가(혹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주권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민족주의라고 부릅니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민족주의 운동을 통해 지도에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독립하지 못한 사례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남아시아 산악지대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은 전체 인구가 3천만 정도로 추정되는 작지 않은 규모의 민족집단입니다. 하지만 역사상 단 한번도 독립국가를 구성해본 적이 없고, 주변 국가들의 반대로 앞으로도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독립국가를 구성하면 민족주의는 사라질까요? 사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슬라브민족주의와 게르만민족주의가 충돌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특정 민족에 대한 우열을 주장하는 생각이 전쟁의 발단이 되었으니까요. 이제는 세계화시대고 국경의 의미가 약화된다고 하는데, 더 이상 무슨 민족인지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요.
하지만 동아시아는 민족이 여전히 강력한 곳입니다. 일본제국 조선을 식민지배하며 일선동조론을 통해 내선일체를 강조합니다. 무슨 맥락인가요? 하나의 민족이니까 독립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후 오족협화를 내세우며 만주국이라는 괴뢰국가를 세우기도 하고, 동아시아를 영미세력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우리도 민족주의의 영향이 강합니다.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일본민족과 한민족은 서로 다른 민족이기 때문에, 독립된 국가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독립운동가 중에 민족주의자가 참 많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광복을 맞이하고 금새 분단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통일을 추진해야하는데, 아무래도 통일도 민족주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소수의 만주족이 다수의 한족을 지배하던 청 제국도 민족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습니다. 결국 신해혁명으로 신해혁명으로 중화민국이 세워졌지만, 일본의 침입으로 전쟁이 지속되면서 민족주의 운동에 힘을 받습니다.
동아시아에는 사실 근데 민족주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산주의도 있습니다. 사실 공산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민족따위가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본가 계급의 착취로부터 해방된 프롤레탈리아트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공산혁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공산혁명을 이루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공산주의자들이 힘을 합치기도 합니다.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는 상황에서 출신 민족이 무엇이냐가 중요할 수는 없겠죠.
중국은 결국 중국공산당이 승리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합니다. 중국 내에 있는 소수민족과 함께 국가를 이루고 있는데, 문제는 아직까지 수복하지 못한 타이완이 남아있습니다. 대륙와 타이완 사이의 관계를 양안관계라고 하는데, 남북한의 관계가 복잡한 것 만큼이나 여기 또한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북한은 조선로동당이 통치하고 있는 지역인데, 문제는 1990년대 이후 세계에서 현실적으로 공산정권이 거의 다 몰락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주체사상이라는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특이한 상황입니다. 각자 내부 사정도 복잡한데, 거기에 한중일 갈등이 일어나면 관계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특히 정치권에서 의도적으로 민족주의를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여러분들이 맥락을 알고 접근하면 더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21세기는 세계화시대이면서 지역화시대라서 민족국가(혹은 국민국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해야하는데, 2010년대 이후 상황이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각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정권이 들어서고 있는 중입니다. 각 국가의 패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면서 긴장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일대일로, 평화헌법의 개헌 등이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민감하게 다루어야 할 이슈이기도 합니다.
현실적인 얘기는 이쯤으로 정리하고, 다시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래서 민족이 스스로 주권을 가지고 국가를 구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nation이 state가 된 경우입니다. 흔히 단일민족국가라고 번역하는데, 이게 단일민족으로 번역하다보니까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주류를 이루는 민족이 있고, 민족(혹은 국민)간의 동질성이 높다는 정도의 의미입니다. 한국이나 일본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한국도 단일한 민족만으로 구성된 국가는 전혀 아닙니다. 단일한 민족만으로 이루어진 그런 국가는 사실 지구상에 없습니다.
우리는 한민족이라고 합니다. 그럼 한반도에는 한민족만 거주하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중국과 가까워서, 수천년 전부터 중국과의 상호작용이 많습니다. 이미 고조선 시기부터 중국에서 넘어온 위만이 있습니다. 장영실도 있구요. 가야 김수로왕의 아내인 허황후는 인도 출신이고, 고려시대에 황해도에서 시작한 화산이씨는 베트남 리 왕조의 후손들입니다. 아라비아 상인들은 신라 이후로 한반도에 드나든 것으로 추정되고, 대한민국 건국 이후로는 주한미군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민족국가(국민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시도들은 지구 곳곳에서 진행되었고, 그런 결과로 단일민족국가가 세워진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1945년 광복을 맞이한 것처럼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등장한 국가들도 많지만, 조지아나 에스토니아처럼 1990년 이후에 등장한 비교적 따끈따끈한 국가들도 있습니다.
사실 단일민족국가보다 훨씬 지구에 흔한 것은 다민족국가입니다. 현대 국가는 일반적으로 대부분 다민족국가거든요. 미국이나 중국처럼 거대한 국가는 물론 당연히 다민족국가이고, 벨기에 등 작은 나라들도 다민족국가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국가를 구성하는 민족집단이 서로 배타적인 정치의식으로 단결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국가 내부의 정치적 갈등이 엄청납니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국민통합이 실패하는 경우 민족분리주의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입니다. 단일민족국가에 비해 다민족국가가 가진 구조적인 어려움 정도로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측면이 가장 잘 들어나는 곳이 바로 아프리카 대륙입니다. 인류가 시작된 곳이다 보니 아무래도 분화도 가장 많이 진행된 곳이 중남부아프리카입니다. 유럽 열강들이 식민지로 삼으면서 그 곳에 거주하는 수많은 부족과 종족과 민족을 신경쓰지 않고 임의로 경계를 지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경계를 그대로 가지고 독립하는 국가들이 생겨나면서, 한 국가 안에 여러 민족이 함께 살거나, 한 민족이 여러 국가에 걸치는 경우가 당연하게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식민통치의 방법으로 민족간 분열을 유도한 경우, 신생 독립 국가는 갈등이 폭발하기 쉬운 구조적인 환경에 노출되어버렸습니다.
다민족국가의 소수민족들은 그래서 민족분리주의 운동이 활발한 경우가 많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티베트나 위구르가 대표적인데, 얘는 중국 하면서 다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캐나다에서 프랑스어 이용자 비중이 높은 퀘벡지역이나 북극에 가까운 이누이트 거주지역, 서남아시아의 쿠르드족 거주지역, 에스파냐의 카탈루냐, 영국의 북아일랜드, 유고슬라비아의 크로아티아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크로아티아는 결국 독립해서 국가를 구성했고, 퀘백은 독립투표를 여러 차례 했지만 아직 독립은 안했고, 이누이트는 자치권을 얻어 누나부트 자치준주를 구성했습니다. 지구상 육지의 6분의 1을 차지하던 거대 국가 소련이 어느날 갑자기 해체되어 사라진 점을 생각하면, 다민족국가를 통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살펴볼 수있습니다.
독립하는 소수민족들이 있다면 동화되는 소수민족도 있습니다. 공동체 내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른바 주인문화가 있는데, 점차 주인문화에 동화되어 아예 소수민족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단일민족국가의 성격이 강한 한국과 일본에서는 더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일본은 아무래도 일제강점기도 있고 해서 조선인들이 엄청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재일조선인이라는 뜻에서 재일, 자이니치라고 부릅니다. 자이니치는 남북한 국적을 취득하기도 하고, 조선인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일본 사회의 일부로 동화되어 가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번엔 한국으로 와볼까요. 중국 이외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을 화교라고 부르는데, 한국에도 화교가 있습니다. 한국 화교는 다른 나라의 화교와 특성이 많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럼 가장 대표적인 다민족국가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은 수많은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로 구성된 국가입니다. 그런 미국은 출신 국가가 무엇이든, 어떤 민족이든 미국사회에 오면 적응해서 미국인이 되어 동화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수많은 인종들이 미국이라는 용광로에서 녹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나간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근래에는 견해가 바뀌어나가고 있습니다. 모두 동화되어서 단일한 미국인이 된다는 관점보다는, 다양한 민족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샐러드 그릇이 바로 미국이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다양한 재료와 드레싱이 맛을 내는 샐러드처럼, 미국의 문화 다양성에 주목한 개념입니다.
그럼 어떤 경우에 소수민족이 될까요? 먼저 살다 보니 국가의 일부가 된 경우입니다. 에스파냐의 바스크나 미국의 나바호, 오스트레일리아의 어보리진, 스칸디나비아의 라프 등은 지금의 국가가 만들어지기 수백년 수천년 전에도 살고 있던 주민들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대를 이어 살면서 형성된 장소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다른 국가로 이주를 통해 소수민족이 됩니다.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는 한민족이 많이 살고 있는데, 흔히 고려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원래부터 거기 살려고 산건 아니고, 한반도 가까운 연해주에 살고 있다가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명령이 내려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련 해체 이후 연해주로 다시 돌아간 경우도 있고, 아예 한국으로 들어와서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장소에 대한 소속감이 차차 형성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소수민족이 이주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먼저 연쇄이주입니다. 소수민족은 혼자 그냥 막무가내로 이주하는 것이 아닙니다. 혁신적이고 모험심이 강한 누군가가 먼저 이주합니다. 성공적으로 적응하면 고국의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돈을 부치기도 하고, 전화를 하기도 하면서 정보를 전달합니다. 그럼 그런 정보를 접한 사람들이 차츰차츰 따라서 이주하기 시작합니다. 다음은 사전적응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가치관대로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베트남 어부들은 미국에 가서도 물고기를 잡고, 핀란드 농부들은 굳이 미국 북부의 침엽수림에 가서 개간하고 농지를 조성합니다. 중국 둥베이지방에 이주한 한국인들도 특이합니다. 중국인들은 기장이나 수수 농사에 유리한 언덕배기를 농경지로 선호했는데, 한국인들은 굳이 거기 가서도 하천 주변에 있는 습지를 개간하여 벼농사를 지었습니다. 과연 쌀의 민족이 아닐 수 없는데, 같은 자연환경을 두고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면 다르게 보고 다르게 행동한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나요?
이제 수업도 막바지입니다. 우리는 민족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지리시간에는 문화 경관이 중요하다고 했죠? 민족도 눈에 보입니다. 어딘가에 티가 나게 보여요. 그런걸 민족경관이라고 합니다. 핀란드인들은 사우나를 좋아하고, 중국인들은 빨강을 좋아합니다. 일본인 거주지역에서는 신사의 토리가, 중국인 거주지역에서는 패루가, 한국인 거주 지역에서는 정자가, 멕시코인 거주지역에서는 벽화가 나타나는 것도 모두 민족 경관의 사례입니다.
소수민족들은 도시에 거주할 때에도 아무데나 거주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도시의 특정 지구에 모여사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그렇게 민족집단이 모여사는 지구를 민족앙클라베 혹은 민족엔클레이브라고 부릅니다. 말은 어려운데, 사례가 훨씬 쉽습니다. 인천이나 서울 대림의 차이나타운을 생각하면 됩니다. 아니면 LA나 도쿄의 코리안타운도 해당합니다. 리틀도쿄, 리틀마닐라 등등 세계 곳곳에는 수많은 민족앙클라베가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그리 녹록하지 않은 내용을 숨가쁘게 다루어보았습니다. 꼭 복습하고,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잘 기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