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교육은 사실 마음 한켠이 무겁다. 그래도 독도 교육을 한다. 다른 교과에 비해 지리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영역임을 안다. 국가적으로도 이 영역 만큼은 인정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국토를 가르치는 입장이고, 애국심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무거운 것을 어떻게 하나.
독도 교육의 주요 내용은 독도가 지리적,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 영토임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등학교 한국지리에서 욕심을 내고 많이 할애해 봐야 한 차시인데, 우리에게 유리한 사실들만 가르치더라도 수용이 어려울 정도로 분량이 많다. 설사 무리해서 시간을 더 확보하더라도, 우리에게 불리한 근거를 소개하고 반박하는 것은 더 어렵다. 하물며 한자와 영어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지도 등 1차 자료를 해석하는 것은 더욱 말도 되지 않는다.
지리적으로 우리 영토라는 근거는 사실 간단하다. 한반도에서 가깝고, 한반도 주민들이 많이 알고 있고, 많이 이용해왔고, 지금도 실효지배하고 있다. 문제는 역사적 사실과 역사관이다. 사료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어쩌면 양국 학자들은 신성하게 논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현실은 일본제국의 팽창에 대한 역사수정주의의 먹이감이 될 뿐이다.
우산도는 왜 독도인가는 고지도와 지리지에 드러난 인식을 정리해주는 책이다. 너무 복잡하지 않게 내용을 갈무리해주고, 동시에 사례는 친절하게 제시해줘서 좋다. 게다가 우리의 상식으로 해석이 어려운 사례들과 그 의미를 매끈하게 추론해서 다뤄주니까 더 좋다. 그 전까지 사실 가르치면서도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들은 영 찝찝했는데, 명쾌한 설명에 속이 다 시원해진다.
애국심과 내셔널리즘이 필요한 상황도 분명히 있긴 하다. 대부분의 중등교육에서는 독도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게 만들었다면, 효과적이었다고 자부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객관적 진실에 기반한 추론과 해석으로 싸울 인재들도 육성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그런 수업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기대된다. 그런 날이 온다면, 꼭 활용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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