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서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고민이 지구 반대편의 오백년 전에도 충분히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철학도 지리적 맥락이 있다는 말이 새삼 다시 떠올랐다. 춘추전국 시대가 백가쟁명을 낳았고, 폴리스가 고대 그리스 철학을 낳았다. 결국 교황령, 베네치아, 밀라노, 피렌체 등으로 찢겨진 이탈리아가 프랑스, 에스파냐, 신성로마제국 등 주변국과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에 대해 알아야 이해가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편집자들은 저자소개 바로 다음 지도부터 제시한 것 같다. 마키아밸리에게는 당연한 배경이었을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툭툭 제시된다. 이탈리아가 아닌 한국에서, 중세가 아닌 현대에 사는 사람에게, 모세부터 메디치에 이르는 수많은 배경지식이 있어야만 이해가 가능하다. 덕분에 간만에 순환론적 역사관 등 오래 전 잊고 살았던 개념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군주론을 이탈리아의 안정을 기원하는 책으로 읽었다. 무질서의 양산으로 인한 공동체의 해악을 생각해보면, 절대선과 절대악으로 세계를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은 국가를 위해서는 인식도 행동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작게는 더 나은 학교생활에도 시사점이 제법 있다.
출출한 밤. 배달을 시키기 전에 앱으로 리뷰를 살펴본다. 책도 어쩌다 보니 이젠 추천을 받은 책들만 읽게 된다. 방학도 끝나가는 시점에 일부러 추천받은 고전을 읽은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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