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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자료/사우고 수업자료(2018)

003. 지리지

by Thisis Geoedu 2018. 3. 12.

지리지? 응 지리지! 박보검이 했으면 참 멋진 대사일텐데, 그저 웃기기만 합니다. 오늘 배울 내용은 지리지입니다. 지리지는 거꾸로 해도 지리지! 재미 없군요. 지리지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지리에 대한 기록, 땅에 대한 기억 정도로 하면 와닿을까요?

오늘 배울 내용에 앞서 하나만 던져보겠습니다. 앞으로 수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하나만 먼저 제시해 보겠습니다. 보통 뭐 핵심질문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핵심이 정말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늘 질문은 이렇습니다. 땅은 무엇일까요?

나는 지리를 전공했습니다. 땅을 배운 셈입니다. 땅에 대해서 좀 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다른 사람들이 물어보곤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어디 여행가면 좋겠냐고 묻습니다. 자신의 어메니티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국토를 인식하고 있는 셈입니다. 국토를 통해 우리는 즐거워지고 행복해집니다. 즐거워지리! 행복해지리! 자꾸 지명 외우면서 가봤냐고 물어보는 학생이 있는데, 어지간한 곳 다 가봤습니다. 놀랄 건 아니고, 보통 지리샘들이 다 그래요. 다시 돌아와서 어른들에게 지리를 배웠다고 하면 어디 땅값이 오르냐고 묻습니다. 국토는 개발하고 자산을 증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입니다. 아예 어르신들에게 땅을 배웠다고 하면 묫자리나 별장을 묻습니다. 이른바 풍수지리입니다. 같은 시대의 같은 땅인데도 세대마다 인식하는 것마저 다릅니다.

이렇듯 땅에 대한 관점은 달라지게 마련일 것입니다. 우리야 국토를 우리 민족의 터전이자 조상들의 생활방식이 담겨있고 우리 세대가 살고 있으며 미래 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할 소중한 곳이라고 인식하지만, 과연 옛날부터 그랬을까요? 고대인들은 과연 땅에 대한 인식이 있긴 했을까요?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봅시다.

청동기 시대의 주민들에게도 공간에 대한 인식은 있었나봅니다. 동굴 벽화에는 마을을 그려놓은 그림이 등장했습니다. 자신의 공간 인식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우리는 지도라고 부릅니다. 어쩌면 지도로 표현하고자 하는 공간 인지는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고대로 넘어갈 수는 없으니, 고대인과 비슷한 지리지식을 갖춘 사람을 찾으면 됩니다. 어린이입니다. 어린이들에게 그려보라고 하면, 자신이 잘 알고 있고 관심있는 곳은 중앙에 크고 자세하게 그립니다. 반대로 잘 모르고 관심 없는 곳은 작게 구석에 대충 그립니다. 초등학생의 지도에는 학교가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어찌나 큰지 학교 계단이 주변 아파트보다도 훨씬 큽니다.

그럼 우리 선조들은 국토를 어떻게 인식했을까요? 그 밑바닥에 어떤 사상이 있을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먼저 대지모 사상입니다. 땅은 곧 어머니라는 것입니다. 왜 동생도 사돈도 아닌 어머니일까요? 생명이 어머니의 배에서 시작하듯, 땅은 우리를 낳고 먹여살리는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를 공경하고 아끼고 사랑하듯 땅도 아끼고 사랑해야합니다. 다음은 음양오행입니다. 우리 세상은 음과 양의 질서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음양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태극이 우리나라 국기에도 들어가는 이유입니다. 그 중에서도 오행은 화수목금토를 의미하는데, 각각 4개의 방위와 중앙이라는 방향과도 연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철학적 기반에서 발달한 우리의 전통 국토관은 크게 풍수지리와 산경표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국토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수지리는 사실 중국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도선국사가 크게 일으켰습니다. 결국 땅에는 좋은 기운이 있는 명당이 있으므로 명당을 찾겠다는 가치관입니다. 사람이 살아갈 터전을 잡는 양택풍수와 묫자리를 쓰는 음택풍수로 크게 구분됩니다. 중요한 것은 풍수의 기본 원리입니다. 풍은 뭘까요? 바람입니다. 수는 뭘까요? 물입니다. 그럼 바람과 물을 어쩌라는걸까요? 기본 원리중에 하나는 장풍득수입니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무엇 때문일까요? 겨울 바람 때문입니다. 겨울 바람은 미우니까 가둬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 없이는 일주일도 살 수 없습니다. 물입니다. 바람을 막아주고 물을 얻는 위치를 명당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취락의 대부분이 좋아하는 위치가 있습니다. 뒤로는 산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으면서 앞으로는 하천이 구불구불 흐르는 평야가 펼쳐진 구릉지에 마을이 참 많습니다. 뒤로는 산을 두고 앞으로는 강을 둔다고 해서 배산임수 입지라고 합니다. 중학교 때부터 배웠던 그 이야기가 또 나오네요. 뒤에 산이 있으면 뭐가 좋을까요? 앞에 물이 흐르면 뭐가 좋을까요? 알아서 생각해보세요.

풍수지리는 땅에 대한 이론이라면, 우리 땅에 대한 이론으로는 산경표가 있습니다. 우리 국토의 70%는 산지입니다. 다시 말해서 산지를 이해하는 사고 체계는 사실상 우리 국토를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뜻이 됩니다. 우리 선조들은 산을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요? 간단합니다. 산은 줄기입니다. 줄기라뇨? 마치 식물에 기둥과 가지가 있듯, 산은 구불구불 뻗어나가는 줄기라는 뜻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산은 백두산입니다. 그리고 남한의 끝자락에는 지리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지리산이 있습니다. 백두산에서 뻗어나와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험준한 줄기를 우리는 백두산에서 뻗어나온 큰 줄기라는 뜻에서 백두대간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큰 줄기에서 곁가지처럼 나가는 것이 정맥이라고 보았습니다. 물은 고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므로, 산은 절대 물과 만나지 않는다는 이 생각은 하천의 유역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는 땅 아래 펼쳐진 형태인 지체구조를 중심으로 보는 산맥과 차이가 있습니다. 땅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암석이나 지질구조선보다 하천의 생활권이 훨씬 영향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산경표는 우리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산지 인식 체계인 셈입니다.

지금까지는 개별적인 이론들을 살펴보았다면, 이제 구체적인 책을 다루어 봅시다. 지리에 대해 적힌 책이 바로 지리지입니다. 지리지는 뭐 많이 있지만, 특히 조선시대의 지리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조선 전기에는 나라의 통치를 위해 나라에서 만든 지리지가 많았습니다. 국가기관에서 편찬했다고 해서 관찬지리지라고 합니다. 통치할 때 도움이 될 지 모르니 이 정보 저 정보 아는 것은 몽땅 적어서 백과사전처럼 뚝뚝 끊어지지만 다양한 내용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세종실록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이 대표적입니다. 반면 조선 후기 지리지는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책을 냈습니다. 특히 조선 후기 실학이 발달하면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우리 것에 대한 관심도 많아집니다. 그래서 사찬지리지와 서술식 구성이 많아집니다.

다른 지리지보다 독보적인 것은 단연 택리지입니다. 이중환이 지은 택리지의 복거총론에는 사대부가 살만한 땅에 대해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구성한 부분이 돋보입니다. 크게 네 가지의 조건이 걸려 있습니다. 지리는 풍수지리상의 명당을 의미합니다. 생리는 땅이 비옥하거나 교통이 편리한 곳 등에서는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경제적인 관점을 대체로 크게 보지 않던 성리학적인 질서에서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인심은 사람들의 문화를 의미하고, 산수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자신만의 관점에서 우리나라를 다루었던 택리지는 곱씹어볼 대목이 여럿 있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 지리지입니다.

오늘은 땅에 대한 기억을 쭉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수행평가 짧게 보고 바로 지도로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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