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우리나라의 해안지형과 그 발달과정을 동해와 서해, 남해로 구분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잠깐 나오긴 했지만, 지리에서 이러한 지형을 다루는 이유는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바닷가의 해안지형과 인간생활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 인간의 활동은 해안지형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사빈은 주로 해수욕장으로 활용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유명한 해수욕장은 무엇일까요? 아마 부산의 해운대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마다 지금쯤 해운대 해수욕장에 가면 볼 수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거대한 배에 모래를 가득 싣고 들어와 모래를 채워넣는 모습입니다. 해운대에 놀러갔는데 모래가 없다면 관광객은 크게 실망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방문하지 않겠죠. 그래서 모래가 해안 침식으로 인해 줄어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모래를 사오고 채워넣고 있습니다.
해안 침식은 주로 동해안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해안 퇴적지형이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해안퇴적지형은 육지나 주변에서 물질이 공급되는 양과 파도에 의해서 침식되는 양 사이에서 나타나는 균형으로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서 이 균형이 깨지게 되면 해안 침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육지의 모래를 바다로 가져다주는 하천에 댐을 짓는다거나 시가지가 조성되어 포장면적이 늘어가는 경우 모래의 공급량이 줄어 해안침식이 가속화됩니다. 해안에 항구를 보호할 목적으로 방파제를 설치하는 경우 연안류의 흐름이 바뀌면서 해안이 침식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해안침식이 이루어지는 경우 파도와 연안류의 흐름을 막기 위해 해안에 그로인이라는 소규모 제방을 쌓거나 수중에 방파제를 쌓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매우 넓게 발달하는 것이 바로 갯벌입니다. 그리고 그 갯벌은 대부분 깊숙한 만에 발달하고, 매우 평탄합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이고, 인구 밀도는 매우 높습니다. 여러분들은 밥이 먹기 싫어서 안먹어도 되는 세대이지만, 쌀의 자급이 가능해진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이야기고 여러분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러분 나이였을때만 해도 쌀밥을 먹는다는 것이 상징하는 것이 컸습니다. 어쨋든 갯벌은 바닷물을 막는 둑인 방조제를 쌓으면 쉽게 육지로 바꿀 수 있는 땅입니다. 그래서 간척은 끊임없이 있어왔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김포의 바다 건너 강화도는 고려시대부터 간척이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근대 이후 토목기술이 발달하면서 방조제를 대규모로 건설하게 되고,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에는 대규모 방조제를 건설하게 됩니다.
이렇게 갯벌에 방조제를 쌓아 육지로 바꾸는 것을 간척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간척이 주로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이루어졌다면, 현대에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 사람들의 이동을 위해서는 교통시설이 필요한데, 공항의 경우 활주로를 건설해야 하므로 평평한 땅이 매우 넓게 필요합니다. 서울은 공항을 여의도에 설치했다가, 외곽인 김포평야에 새로운 공항을 더 큰 규모로 건설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김포공항도 과포화 상태가 되자 새로운 공항이 필요해졌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이 거의 드물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거주하던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켜야 하는데, 헌법상 개인의 주거와 이전에는 자유가 있는데 국가가 이를 침해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우리나라에서는 간척이 그 대안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포공항의 기능을 이전받은 우리나라의 관문공항이 어딘가요? 바로 인천공항입니다. 인천공항이 혹시 가본 적이 있나요? 인천공항에 가려면 반드시 바다를 건너가야만 합니다. 인천공항이 영종도와 용유도라는 섬에 있기 때문입니다. 두 섬 사이에 방조제를 짓고 만들어진 새로운 육지에 공항을 건설하면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것보다 비용도 저렴하고 강제 이주도 피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광양제철소의 경우고 광양만 일대의 바다를 육지로 바꾸어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그래서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시설을 건설하는 경우, 간척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21세기에 완성된 우리나라 최대의 간척사업은 바로 전라북도에 있는 새만금 방조제입니다. 선생님이 전에 근무하던 군산이 바로 이 지역입니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고, 특히 주목받던 곳이 바로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입니다. 호남평야의 중심에는 김제가 있는데, 어찌나 평야가 넓은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이 보이는 곳입니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김제는 지평선축제를 열기도 합니다. 그리고 김제 옆에 흐르는 하천이 만경강입니다. 그래서 호남평야를 다른 말로 김제만경평야라고도 부릅니다. 호남평야의 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 일본제국은 산미증식계획의 일환으로 하천을 정비하고 간척을 진행하였고, 이는 산업화 시기에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현대에 외곽에 있는 섬을 있는 세계적인 규모의 간척사업의 계획이 잡혔는데, 새롭게 만들어진 만경강과 김제 땅이라는 뜻에서 앞 글자만 따서 새만금지구라고 부릅니다. 김제는 쇠 금(金)을 쓰는데, 이 글자는 금이라고도 읽고 김이라고도 읽을 수 있는데, 새만김보다는 새만금이 어감이 좋잖아요. 그래서 오랜 공사 기간 끝에 결국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세계에서는 두 번째로 긴 방조제가 완성되었고, 현재 방조제 안쪽은 바다에서 육지로 바뀌고 있는 중입니다.
해안지형은 다양한 형태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먼저 관광자원입니다. 사빈은 모래사장이라서 해수욕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삼면이 바다라서 해수욕장도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갯벌도 요즘에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합니다. 보령에서는 일찍부터 갯벌의 점토를 활용하여 머드축제를 개최하였고, 우리나라에서 갯벌이 흔하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성공적으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해양지형을 활용하면 수산자원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특히 파도가 잔잔한 곳에서는 물고기나 조개를 길러서 먹을 수 있는 양식업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의 경우 조석간만의 차이가 큰 편입니다. 그래서 해수면이 저절로 하루에 두 번씩 오르고 내리는 것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경기도의 시흥과 화성 사이에 있는 시화호는 시화방조제라는 큰 방조제를 쌓아 만들어진 호수입니다. 이 방조제에 수문을 만들고 여기에 터빈을 두면 저절로 물이 흐르면서 전기를 만들게 됩니다. 이러한 전기생산의 방식을 조력발전소라고 합니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면 상대적으로 좁은 바다에서는 빠른 흐름이 생겨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포와 강화도 사이의 손돌목도 유명하지만. 진도와 해남 사이의 좁은 바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합니다. 실제 가서 보면 마치 강물처럼 바다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바다가 소리를 내면서 흐르는 것이 마치 우는 것 같다고 하여 울돌목이라고 부릅니다. 한자로는 명량이라고 부릅니다. 명량 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인가요? 바로 이순신장군입니다. 이순신장군은 조류가 생기는 곳과 흐름이 바뀌는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배를 명량으로 유인하였고, 좁은 바다에서 흐름이 바뀌어 서로 부딪히고 엉키는 시간을 노렸습니다. 이순신 장군도 한국지리를 잘 하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 후손들도 한국지리 공부를 했으니, 이런 바다를 그냥 둘 수는 없었겠죠? 여기의 빠른 바다 흐름을 이용하여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조류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조류를 이용하는 방식으로는 전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고기가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때는 아닌 시설을 설치하면 손쉽게 물고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어살이라고 부릅니다. 대나무로 만들면 죽방렴이라고 하고, 돌로 만들면 석방렴이라고 합니다. 어부가 할 일은 갇힌 물고기를 걷어오면 끝납니다. 신선한 고기를 낚시바늘 상처 하나 없이 잡을 수 있어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답니다. 특히 남해에 있는 죽방렴이 가장 유명합니다.
조차가 큰 갯벌에서는 둑을 쌓아 바닷물을 들여보내고 나가지 못하게 막으면 저절로 말라 붙으며 소금이 만들어집니다. 이를 소금밭, 염전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는 주로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들었는데, 일제강점기 이후 햇볕으로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 천일제염업이 성장하였습니다. 바닷물이 드나들고 평평한 갯벌은 염전을 만들기에 적절한 땅입니다. 특히 비가 오지 않아야 소금이 잘 만들어지기 때문에 북한의 소우지에 많이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신안 일대가 일조량이 많아 염전이 많습니다.
이러한 조수간만의 차이는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특히 항구의 이용에 애를 먹습니다. 해수면이 오르락내리락하면 배를 대기가 참 어려워집니다. 밀물일때 배를 부두에 정박시켜 놓으면, 썰물일때는 배가 뻘밭에 박혀버려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일본제국은 호남평야에서 생산한 쌀을 퍼가려고 독특한 항구 시설을 설치하였습니다. 마치 스티로폼처럼 물에 뜨는 재질로 부두를 만들고, 그 부두와 육지를 다리로 연결한 것입니다. 이를 뜬다리부두 혹은 부잔교라고 하고 군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의 시설은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흔하게 볼 수 있구요. 인천의 경우 서울과 가장 가까운 바다라서 입구 역할을 하는데, 이를 외항이라고 부릅니다. 인천의 경우는 안정적으로 배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항구 입구를 아예 막아 문을 두 개 설치했습니다. 그래서 내부의 물 높이가 아예 바뀌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배가 들어올 때에는 바깥 문과 안쪽 문을 차례로 열어서 물높이를 조절합니다. 배가 닿는 곳을 독(dock, 선거)라고 하는데, 수문이 달려 있는 독은 갑문식 독이라고 부릅니다. 안정적인 항구 기능 수행을 위해 서울의 외항인 인천과 평양의 외항인 남포에는 갑문식 독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간척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고 했는데, 이는 갯벌을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갯벌의 경우 과거에는 쓸모없는 땅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조개구이를 먹고 낙지볶음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생물들이 갯벌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갯벌은 생태계의 보고라서 철새들도 수천킬로미터를 날아가며 갯벌에서 에너지를 채우고 갑니다. 게다가 해일이나 태풍의 피해가 줄어들 수 있게 만들어주고, 필터 역할을 하면서 해양 오염을 일부 줄여줄 수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갯벌의 가치에 주목해서 최근에는 기존에 간척지에 바닷물이 들어오게 만드는 역간척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안지형과 인간의 영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던 바닷가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한번 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업자료 > 사우고 수업자료(2017)' 카테고리의 다른 글
016 화산지형 (0) | 2017.05.28 |
---|---|
015 카르스트지형 (0) | 2017.05.16 |
013 해안지형 (0) | 2017.05.14 |
012 하천 이용 (0) | 2017.04.23 |
011 하천지형 (0) | 2017.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