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카르스트지형
지난 시간까지 우리나라의 산지, 즉 우리의 국토 골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골격을 따라 만들어진 침식과 퇴적을 통해 지형을 다듬어나가고, 육지에서 만들어진 물질들을 운반시켜준다는 것도 살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닷가에서는 파랑과 조류의 주도하에 만들어지는 지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지형들은 모두 우리 국토의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큰 그림에 해당합니다. 이번에는 다소 예외적인 사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특히 토산과 석산을 하면서 언급했던 기반암이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먼저 지체구조를 다시 떠올려봅시다. 고생대에 바다에서 쌓인 지층, 기억나나요? 바로 고생대에는 조선계와 평안계 지층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내용 중에 석회암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석회암의 주 성분은 탄산칼슘입니다. 이러한 탄산칼슘은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게 되면 화학반응을 일으킵니다. 소금 덩어리를 쌓아놓고 물을 뿌리면 어떻게 될까요? 녹으면서 깎이게됩니다. 찬가지로 석회암도 녹아서 깍이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용식작용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암석이 부서지거나 녹는 것을 풍화라고 했었던 것 기억하나요? 이렇게 녹아서 깎이는 용식은 화학적 풍화에 해당합니다. 동유럽 크로아티아 주변에서 석회암 지형 연구가 이루어져서, 석회암의 용식작용으로 만들어진 지형을 카르스트지형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카르스트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꾸어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고생대 조선계 지층이 분포하는 지체구조는 무엇일까요? 바로 지향사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평남지향사와 옥천지향사가 있습니다. 특히 옥천지향사 중에서도 강원도 남부, 충청북도 동부에 해당하는 태백산 일대에는 기반암이 석회암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반암만 갖추면 될까요? 카르스트 지형은 화학적 풍화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습윤한 환경에서 더 잘 발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위도 지역에서는 석회암이 기반암이라 하더라도 카르스트지형이 발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석회암은 어디에 쓸 수 있었나요? 학교를 만들어준 재료, 바로 시멘트입니다. 근대 이후 건축물은 철근콘크리트로 만드는데, 시멘트의 원료가 바로 석회석입니다. 그래서 석회암이 풍부한 곳에서는 시멘트 공장을 짓게 되고, 태백산 일대에서는 시멘트 공장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각종 자원이 부족해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석회석만큼은 풍부해서 자체적으로 생산이 가능합니다. 참 고마운 자원이 아닐 수 없는데, 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땅 밑에 있는 암석을 깨부숴서 제품을 만들어야되기 때문에 지형이 훼손되고, 만드는 과정에서 먼지가 날리는 등 환경이 파괴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석회암이 기반암인 지역에서는 석회암의 용식이 진행됩니다. 지표면에서 수분을 가질 수 있는 곳에서 진행되면 둥글고 얕게 접시처럼 녹아서 깎여 마치 얼굴에서 인중이 파인 것처럼 살짝 들어간 모습을 지니기도 합니다. 아니면 절리를 따라 지하의 석회암이 용식되었다가, 무너지면서 지표면이 살짝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움푹 들어간 땅을 한자로 와지라고 부릅니다. 어떤 원인이 되었든, 석회암이 기반암인 곳에서는 움푹 들어가 있는 와지가 흔하게 발견되는데, 이를 돌리네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돌리네의 내부에는 절리의 밀도가 높은 곳에서 집중적으로 용식되어 이 곳을 따라 지하로 물이 스며들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곳이 있기도 합니다. 이런 작은 지형을 싱크홀이라고 부르는데, 마치 싱크대에서 물이 빠지는 구멍같다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돌리네가 혼자 발달하지 않고 여러개가 합쳐지는 경우는 우발레(뭐 책에 따라서는 우발라라고 하기도 합니다)라고 부릅니다. 돌리네보다는 규모가 크겠죠. 그리고 석회암이 기반암인 지역에서 지반의 작용이 더해지면 만들어지는 몇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분지지형이 발달하기도 하는데, 좁고 긴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은 이러한 분지를 폴리에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지형들은 모두 지표면에 드러나 있으므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형도에서는 등고선을 통해 지형의 높낮이를 표현하는데, 이러한 경우는 등고선 내부가 들어가는 흔하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에 독특한 표시를 합니다. 마치 등고선에 털이 한쪽으로 달린 것 같은 모습인데, 이러한 등고선을 저하등고선이라고 합니다. 하천 주변의 상대적으로 평탄한 곳에 저하등고선이 마구마구 있다면 그 곳은 카르스트 지형을 물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요령입니다.
카르스트 지형은 지하에서도 발달합니다. 어지럽게 얽혀있는 절리를 따라서 지하수가 침투하게 되면, 지하에서도 용식은 진행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석회암에서 발달하는 동굴이라고 해서 석회동굴 혹은 석회동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석회동은 절리의 형태에 따라 매우 복잡하고 기상천외한 형태로 동굴 내부가 형성됩니다. 또한 동굴 내부의 공기와 지하수에서 지속적으로 탄산칼슘이 녹았다가 침전되는 과정이 나타나게 됩니다. 동굴 위에서 물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고드름처럼 종유석이 생기고, 물이 떨어지는 바닥에서는 죽순처럼 석순이 올라옵니다. 이 둘이 만나게 되면 마치 기둥처럼 석주가 만들어지는데, 석회동굴 내부에는 이외에도 일반적으로 보기가 힘든 다양한 형태의 작은 지형들이 발달하며,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르스트지형에서는 석회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탄산칼슘은 용식되어버리고 남은 찌꺼기에 해당하는 철 등이 지표면에 남게 됩니다. 철로 된 물건들이 녹스는 것처럼, 노출된 철분은 산화가 진행됩니다. 녹이 슬었을 때 색깔은 어떤가요? 붉은 계열의 색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마찬가지로 석회암이 화학적으로 풍화되고 남은 철분만 지표면에 붉은 색 흙으로 남게 됩니다. 이러한 흙은 테라로사라고 부릅니다.
카르스트 지형은 지표에서 아예 하천이 사라지기도 할 정도로 절리를 따라 지하로 흡수되는 물이 많습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당연히 물이 많이 필요한 논농사를 짓는 다는 것이 매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대부분 밭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인간에게 밭과 관광자원과 시멘트공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고생대에 만들어진 석회암입니다. 우리 발 밑에 있는 돌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카르스트지형은 여기까지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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