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우리나라의 산지지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산이라는 것은 결국 주변보다 고도가 높은 곳을 의미하고, 고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중력의 영향을 받아 물질들이 이동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물입니다.
우리는 엄청 추운 지역이 아니라서 대부분 물은 바다에서 수증기 형태로 대기로 이동하게 되고, 수증기는 방울져 구름이 되어 둥둥 떠다니다가 덩치가 커지면 땅으로 비가 되어 내려옵니다. 마침 비가 왔네요. 알다시피 비가 내리면 땅을 적시고, 그 땅이 모두 젖고 나면 표면에서 물이 모입니다. 그리고 모인 물은 흐르게 되구요. 우리가 이 흐르는 물을 하천이라고 합니다.
비로 내린 물이 모이면 하천은 시작됩니다. 큰 변기를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변기는 모든 물이 가운데로 모여서 빠져나갑니다. 마찬가지로 땅에 내린 비는 결국 하천에 모여서 빠져나가게 됩니다. 하천은 결국 큰 물그릇의 바닥인 셈인데, 이처럼 하천이 담당하고 있는 물그릇 전체를 유역이라고 부릅니다. 땅에 내리는 비는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곳을 찾아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은 곳은 하천과 하천을 구분해주고 유역과 유역을 나누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곳을 물이 나누어지는 경계가 된다고 해서 분수계라고 부릅니다. 모든 유역은 결국 분수계로 둘러싸인 모양이기 때문에 사실 지형적으로는 그릇 모양의 땅인 분지가 됩니다. 그래서 유역은 유역분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하천은 결국 물이 흐르는 것인데, 물의 능력에 따라 침식과 운반, 퇴적작용이 일어나게 됩니다. 침식은 깎는 것, 운반은 옮기는 것, 퇴적은 쌓는 것입니다. 힘이 세면 짐을 많이 들고 갈 수 있기 때문에 없으면 더 들고가려고 하게 되고, 힘이 약하면 들고가던 짐마저도 내려놓게 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천의 능력은 일반적으로 하천이 흐르는 속도인 유속이 빠를 수록, 흐르는 양인 유량이 많을 수록, 물이 흐르는 폭인 하폭이 넓을 수록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천의 원리는 유치원 때 배웠던 동요를 떠올리면 간단합니다. '바윗돌 깨트려'라는 곡인데, 하천지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개울물은 모여서 점차 큰 강물을 이르고 바다로 가는데, 하천은 작은 소규모 하천들이 모이고 모여서 결국 큰 흐름을 이루게 되고 바다로 유입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나뭇잎을 보면 입맥을 찾아볼 수 있는데, 얇고 작은 잎맥들이 모여 가운데의 크고 굵은 잎맥으로 합쳐지고 줄기로 이어집니다. 하천도 마찬가지로 작은 하천들이 모여 큰 하천이 되고 바다로 가게 됩니다. 이렇게 하천에서 나타나는 그물 모양의 시스템을 하계망이라고 부릅니다.
하천은 빗물이 모여 바다로 빠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단게별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비가 모여 만들어진 윗부분의 하천을 상류라고 부르고, 바다로 유입되는 하천의 마지막 부분을 하류라고 부르고, 그 사이를 중류라고 부릅니다. 하천의 상류와 하류는 여러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하천에서 흐르고 있는 물의 양을 유량이라고 부르는데, 이 유량은 하천 상류보다 하류가 평균적으로 훨씬 더 많습니다. 하천에서 흐르고 있는 물의 속도는 유속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하천 상류보다는 하류가 훨신 더 빠릅니다. 하천 바닥을 하상이라고 하는데, 하천 바닥이 이루고 있는 하상 경사도는 상류가 아무래도 산지에 가깝다 보니 상류가 훨씬 급경사인 경우가 많고 하류는 완경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천이 충분히 능력이 좋아서 짐을 더 들고갈 수 있게 되면 주변을 깎는 침식이 일어나는데, 침식은 일반적으로 방향에 따라 구분합니다. 구불구불 흐르며 하천의 옆구리를 깎아내기도 하고, 아래로 흐르면서 바닥을 깎아내기도 합니다. 옆구리를 깎는 침식을 측방침식, 바닥을 깎아내는 침식을 하방침식이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하천에서는 두 침식이 함께 일어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하천에는 종착지가 있습니다. 하천은 결국 바다로 유입되는데, 하천이 바다보다 더 깊게 갈 수는 없으니 바다의 수면인 해수면이 곧 침식의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침식 기준면을 해수면으로 생각합니다. 하천 상류의 경우 침식기준면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어서 물의 위치에너지가 큰 상황인데다, 산지가 바로 인접한 경우가 많아 측방침식보다는 하방침식이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하천 하류의 경우 침식기준면인 해수면과 인접하여 위치에너지가 작고, 산지가 인접하지 않은 경우에는 하방침식보다는 측방침식이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하천이 들고다니는 짐은 하중이라고 하는데, 이 짐을 내려놓게 되면 퇴적물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퇴적물은 입자의 크기에 따라 분류하는데, 동요를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큰 바위가 쪼개지면 자갈이 됩니다. 자갈은 한자로 역이라고 씁니다. 자갈보다 작아 샤프심정도면 모래고, 아주아주 작은 모래는 실트(미사라고도 부릅니다), 그리고 화장품 파운데이션처럼 매우 고운 입자는 점토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퇴적물은 근본적으로 암석이 풍화되어 생긴 뒤에 하천에 의해 이동하게 되는데, 하천 상류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동 거리가 짧아 충분히 부서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유량은 적고 유속은 느려서 옮길 힘도 부족해서 퇴적물의 크기가 큰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하천 하류의 경우 이동하면서 부딪히고 깨져 입자가 작아져 퇴적물의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습니다. 퇴적물은 형태에 따라서 구분이 가능한데 암석에서 풍화되거나 깨지는 경우 상대적으로 모난 모습을 가지고 있다가 이동하면서 부딪히면 둥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진 자갈은 각력, 둥근 자갈은 원력이라고 부르는데, 둥글게 깎인 정도를 원마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하천의 구간별로 비교해보면 상류는 상대적으로 원마도가 작고, 하류는 상대적으로 원마도가 큽니다.
지난 번에 잠깐 이야기가 나왔던 기후변화를 하천 상류와 하류에 적용해봅시다. 먼저 빙기에는 상대적으로 춥고 강수량도 줄어듭니다. 하천 상류에서는 암석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기계적 풍화가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 풀이나 나무인 식생도 빈약해져서 풍화물을 뿌리로 붙잡아줄 능력도 모자랍니다. 심지어 비가 적게 와서 하천의 유량도 줄어듧니다. 주변에서 짐이 밀려오는데, 하천은 힘이 없어서 짐을 옮기지 못하면 쌓이게 됩니다. 그래서 빙기에 하천 상류는 퇴적이 우세하게 진행됩니다. 반면 하천 하류는 빙기라서 해수면이 한참 아래로 내려갑니다. 침식의 기준면이 해수면이라고 했는데, 만나야 할 바다가 저 아래로 내려가버렸으니 하천의 침식, 특히 하방침식이 활발해집니다. 그래서 빙기에 하천 하류는 침식이 우세하게 진행됩니다.
후빙기가 되어 상대적으로 날이 풀려 따뜻해지고 강수량도 늘어납니다. 하천 상류의 경우 얼었다 녹는 경우가 적어지면서 암석의 기계적 풍화가 둔화되고 풍화 산물이 줄어듧니다. 게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니 식생이 많아져 뿌리로 흙을 붙잡고 비가 내려도 유실되는 경우가 줄어듧니다. 그 와중에 비가 많이 오니 하천의 유량은 늘어납니다. 하천이 힘이 넘쳐나는데 가져오는 짐은 없으니 빙기때 쌓아놓은 주변을 깎아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후빙기에 하천 상류에서는 빙기퇴적물을 제거하는 식으로 침식이 우세하게 진행됩니다. 반면 하천 하류에서는 후빙기라서 해수면이 올라와버립니다. 침식기준면이 올라와버리니 하천이 능력이 침식할 능력 부족해지고, 가져온 짐들을 내려놓으며 퇴적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후빙기에 하천 하류는 퇴적이 우세하게 진행됩니다.
하천에 대한 일반적인 원리에 대해 살펴보았으니 이제 우리나라 하천의 특성에 대해 살펴봅시다. 우리나라의 산지지형을 먼저 배운 이유가 있습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하천은 결국 물이 모이며 산지부터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니, 우리나라의 하천도 우리나라의 산지의 특성을 반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산지의 가장 큰 특징은 신생대 3기 경동성 요곡운동으로 인해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은 동고서저형 지형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천도 동쪽으로 흐르는 하천과 서쪽으로 흐르는 하천의 특색이 다릅니다. 산지가 동쪽에 치우쳐있다보니 동쪽으로 흐르는 하천은 유로가 짧고 급경사인 반면, 서쪽으로 흐르는 하천은 유로가 길고 경사도 완만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대규모 하천은 대부분 서쪽이나 남쪽으로 흐르고, 동쪽으로 흐르는 하천은 소하천이 많습니다. 두만강 정도가 예외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 하천은 우리나라의 지형 뿐만 아니라 기후 특징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위도의 대륙 동안에 속해있어서 계절의 차이가 매우 큰 상황인데, 특히 여름에 강수가 매우 집중되어 있습니다. 여름의 강수량이 전체 강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강수의 하계집중률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는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세계적으로도 이 수치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하천으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워낙 차이가 심하다보니, 하천에 흐르는 물의 양인 유량도 계절에 따라 차이가 매우 심하게 나타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대하천에 속하는 하천들도 세계적인 대하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유역 면적의 크기가 작습니다. 창지앙강 같은 경우는 우리와 비슷한 기후임에도 불구하고 유역 면적이 훨씬 크다 보니 비가 집중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전체적으로 합쳐지면 그 변화의 폭이 작습니다. 하천의 유량이 보여주는 상황을 유황이라고 하는데, 결국 우리나라는 유황이 극히 불안정한 형태를 띕니다. 하천의 유황을 나타내는 수치로 하상계수가 있습니다. 하천의 유량이 가장 적을 때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때는 몇 배나 되는지를 표시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다른 하천에 비해 하상 계수가 매우 크게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의 하천은 우리나라의 바다 특징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하천들은 서해와 남해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서해와 남해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인 조차가 큰 바다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하천의 물 높이인 수위가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밀물이 되면 바닷물의 수위가 올라가기 때문에 하천의 물이 바다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해 수위가 올라가고, 썰물이 되면 바닷물의 수위가 낮아져 하천의 물이 쉽게 바다로 빠져나가 수위가 내려갑니다. 이처럼 바닷물의 영향으로 하천의 수위가 변하는 하천을 감조하천이라고 하고,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하천의 구간을 감조구간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감조하천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우리 선조들은 나라의 세금을 쌀로 거두면서 그 쌀을 하천과 바다를 통해 운반하는 조운제도를 운영하였는데, 감조하천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밀물 시간에 맞추어 감조구간을 이동하는 식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하천의 일반적인 원리와 우리나라 하천이 가지고 있는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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