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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만들 정도로 세계의 지리정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으나 조선 후기 천하도가 널리 퍼지게 된 점은 신기한 일이다. 천하도에는 산해경에 나온 지명이 많이 등장한다고 들었지만, 정작 산해경이 무슨 책인지를 접하질 못했다. 그러던 차에 산해경이 있어 흥미가 생겼다.
산해경은 지리서인 것처럼 보이지만 읽을수록 알쏭달쏭한 신화같다. 처음에는 동쪽으로 30리를 가면 산이 나오고 거기서 30리를 가면 하천이 나오고 거기서 30리를 가면 어떠하다는 서술의 연속이라 지루해 죽는줄 알았다. 직방외기와 해동제국기는 산해경에 비하면 훨씬 재미있고, 동국여지승람을 읽어도 이보단 나을 것이다. 월리스의 말레이제도가 왜 명저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도저히 재미가 없어 읽을 수가 없다. 그래서 본문은 거의 눈으로 보지만 글로는 읽을 수 없는 사태였다.
아마도 현대 중국의 편집자들이 붙여넣은 부분일텐데 어색한 부분도 있었다. 대만지도를 제시하면서 타이완은 옛날부터 중국의 영토였으나 지형이 변하면서 섬이 되었다거나, 유구라고 불렀다는 것도 생경했다. 물길의 지리적 위치는 고정적이기 때문에 수천년이고 수만년이고 변하지 않는다는 서술도 대단히 어색했다. 빙기의 해수면변동을 말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류큐는 오키나와 아니었나 싶다. 특히 황허강은 부유물질이 많고 하천의 유로변동이 역사시대에도 많았다는 점과 배치된다고도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해에 도움이 될만한 지도와 사진을 날개에 붙여주어 교과서처럼 볼 수 있게 편집이 되었다는 점이다. 단군신화처럼 생각하니 그래도 재미있는 부분도 있긴 했는데, 황제, 치우, 풍백, 우사, 항아, 신농, 여와, 반고, 창힐, 요, 순, 우, 복희 등의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집중이 어려웠다. 그래도 이리두문화, 홍산문화, 하, 상, 촉 등 고대 중국 문명에 대한 이야기도 중간중간 있는 점은 좋았다. 방격도의 측면에서 우종도라는 지도가 소개되었는데 화이도보다 상세하고 수계가 잘 표현된 점이 신기했다.
신화라고 생각하면 장부국, 여인국, 모민국 등 상상 속 지명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상상력의 원천이 될텐데, 아무래도 이 쪽으로는 취향이랑 맞지 않는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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