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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기술관료주의

Thisis Geoedu 2025. 6. 22. 10:18

국가별 시기별 지역별 에너지 구조를 가르치는 것이 직업이다. 에너지 구조는 그 사회의 특성을 드러내주는 단면이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에 기반한 현대 문명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석연료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경제적 구조에 영향을 주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탄소 기술관료주의는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다루었지만 20세기 동아시아의 역사지리로 느껴진다. 푸순이 주요 무대이긴 하지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화베이, 화중, 화난, 일본, 조선 식민지, 홋카이도, 사할린 등을 넘나들면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드러내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인류세와 자본세를 가르치고 있는 입장이다보니 특히 탄소 에너지 레짐의 특징 중 하나는 생산의 장소와 소비의 장소 사이의 거리감을 늘리는 것이었고, 청정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저분한 석탄을 연소시켜야 한다는 시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도록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서술은 매우 와닿았다.

푸순의 탄광 주인이 일본제국과 중화민국을 거쳐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바뀌며 제국주의적 석탄이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띈 석탄이 되었다가 인민 해방의 석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접하며 정치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미국에서도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광부가 10% 미만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중국인 광부의 자질을 낮게 평가할 까닭이 없다는 점에 대한 서술에서는 집단에 대한 편견을 떠올렸다.

특별히 흥미로운 부분들도 제법 있었다. 성평등을 다루다 보면 여성이 가질 수 없는 직업으로 광부를 언급하곤 했는데, 우리나라만의 현상이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관료세계의 꼭대기인 고위공직자가 일본에서는 대부분 법학 학위를 가진 인사들이었고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의 진출은 좌절되었다는 점은 근대 일본이나 현대 한국이나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푸순의 노천광을 방문한 주목할 인물로 1942년 만주군관학교 학도였던 박정희가 훗날 한국의 독재자가 되어 개발주의 모델을 이끈다고 서술한 점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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