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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도시 지리교육과를 다니면 답사를 많이 했겠다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필드가 있는 전공은 답사가 필수적이겠지만, 지리는 많을 수 밖에 없다. 졸업하려면 최소한 일곱 번의 정기답사는 가야했고, 욕심을 많이 부리면 한 학기에 일곱 번까지도 갔다.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되새길 것인가를 충분히 준비할수록 얻는 것은 많았다. 졸업 이후에는 답사를 그다지 많이 가지 못했고, 가더라도 준비가 부족해 배우는 것보다는 느끼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 갈등도시는 서울 대도시권의 답사 기록이다. 도시의 역사경관에 대해 세월의 더께가 공간에 축적되어 있다고 설명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살아남아 재현된 극히 일부의 사례만 알고 있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괴로움이 대부분이지만 즐거웠던 잠깐만 기억하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싶다. 사실 도.. 2023. 12. 3.
서울, 성 밖을 나서다 오래 전부터 익히 들어왔지만 미루고미루다 결국 이제야 읽었다. 공간과 장소를 가르치면서, 문화지리의 한 분야로 역사지리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교과서와 시험은 객관화되고 정확한 지식을 묻지만, 지리의 매력은 그 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도시공간구조에 비해 서울의 장소성에 대해 가르칠 일이 없었다. 아무래도 학생의 경험세계를 중심으로 소개하다보니, 근무지가 서울도 아닌데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었다. 서울, 성밖을 나서다는 서울에서 향토답사반을 운영하려는 경우에 참고하기 딱 좋다. 향토(Heimat)라는 표현이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흙과 땅과 자연과 그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면 민.. 2023. 11. 17.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 수업을 하면 기후대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기후이고, 기후학과 지형학은 생태와 환경을 이해하는 밑그림이 된다. 열대 기후에 거주하는 것과 한대 기후에 거주하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행태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태도를 조심해야 한다. 열대의 이야기는 전염병이 돌고 미개하다는 관점과, 태초의 인간 본성을 볼 수 있다는 관점이 대표적인 것 같다. 아마도 전자는 환경결정론적 시각의 제국주의적 관점이라면, 후자는 물질문명의 안티테제를 찾는 인류학적 관점이 아닐까 싶다.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은 열대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를 넘나든다. 화산, 산호, 카르스트, 하천, 호수, 아이, 동물, 사냥, 문명.. 2023.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