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20세기는 석유의 시대였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현재도 석유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 자원입니다. 하지만 영원히 저렴할 줄로만 알았던 석유도 사실 저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석유파동을 겪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높으면 통제할 수 없는 국제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국내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깨달았습니다. 영국처럼 북해에서 유전을 발견한 경우도 있지만, 프랑스처럼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높은 국가도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은 연료 측면에서 매우 가성비가 좋은 전력생산방식입니다. 대량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은 매우 특별합니다. 다만 극도로 안전에 민감합니다. 지반이 안정되어야 하고 대량의 냉각수를 공급받아야만 합니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기술 수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무나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안전하게 운영한다고 해서 끝은 아닙니다. 밥을 먹으면 응가가 나오는 것처럼,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나면 사용후 핵연료가 발생합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아직까지는 마땅하지는 않아서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 상태인데, 현재까지는 핀란드에서 지하 깊숙한 곳에 저장하는 방식이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현재 세대가 편리하게 이용하고 부담은 미래세대에게 주는 셈이 될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1970년대 이후로는 세계에서 천연가스의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석유가 매장된 지역에는 거의 대부분 천연가스도 매장되어 있는 편입니다. 천연가스는 부피가 커서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에서 액체로 만들어 액화천연가스 상태로 보관하고 운송하는 기술이 개발된 뒤 본격적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석탄이 산업용, 석유가 수송용으로 이용되는 특성이 있다면 천연가스는 가정용으로도 활용되는 편입니다.
이러한 천연가스는 지경학적인 의미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냉전시기 서방과 러시아는 서로 대립하며 지냈지만, 천연가스가 필요한 유럽연합과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되어있는 러시아 사이에서는 이해관계가 엮이며 의존도가 높아졌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가스공급망이 통과하는 국가들에게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기도 헀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시간에 다른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서남아시아의 작은 국가인 카타르는 이러한 천연가스의 축복을 입은 나라입니다. 세계적인 천연가스 생산국인데, 주변에 있는 나라가 대규모로 수요가 있는 국가들은 아닙니다. 그래서 액화천연가스 선박을 만들어 수송하려고 하였고, 기술력을 가진 우리나라의 조선소에 대규모로 주문을 넣었습니다. 어쩌면 지구 반대편의 분쟁이 돌고 돌아 우리나라의 산업체에 영향을 주는 셈입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에너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 풍력을 이용하기 어렵고, 해가 뜨지 않는 시간에 태양광을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장소와 시간마다 변화가 큰 셈인데, 에너지저장장치 등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석유 중심의 에너지 구조에서 문제가 없는 아랍에미리트나 석탄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가지고 있는 중국 등에서도 원자력발전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이 과연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구조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많습니다. 독일이 이미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많이 줄인 상황이고, 타이완도 한동안 신규 원전 건설을 중지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석탄보다는 훨씬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방사성 폐기물에서도 자유로운 천연가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은 아무 나라나 할 수는 없습니다. 천연가스는 훨씬 비싸거든요. 에너지의 가격이 오른다는건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버거운 일이고, 비용 부담이 가능한 선진국에서만 가능한 선택지입니다. 게다가 천연가스도 화석연료라서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기체를 방출합니다.
그래서 에너지 구조는 답이 있는 분야는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보는 학교 수업에는 문제가 있고 정답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세상에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만 있고 정답인지 알기는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환경문제의 상당부분은 에너지 구조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는 위기의 순간에 직면해 있습니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입니다. 석유파동도 극복해냈고, 구제금융시기도 극복해냈고, 대침체 시기도 극복해낸 점을 생각하면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현대 사회의 에너지 문제는 지금의 어른들이 야기했지만, 지구에 살 날은 여러분들이 더 많습니다. 인류 문명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는 수업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상입니다.
'수업자료 > 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문제와미래사회_22석유 (0) | 2022.06.13 |
---|---|
세계문제와미래사회_21석탄 (0) | 2022.06.10 |
세계문제와미래사회_20에너지 (0) | 2022.06.02 |
세계문제와미래사회_19SDGs (0) | 2022.05.30 |
세계문제와미래사회_18열대림파괴 (0) | 2022.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