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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자료/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1)

세계문제와미래사회_26석유

by Thisis Geoedu 2021. 8. 19.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은 석유입니다. 석유야말로 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에너지 자원입니다.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석유의 가치는 널리 인정받기 시작합니다. 석탄은 고체인데, 석유는 액체이니까요. 1차대전부터 전차나 전투기 등이 등장하면서 전략물자로도 중요성이 더해집니다. 그야말로 석유의 시대가 활짝 열린 셈입니다.

석유는 주로 신생대 지층에 매장되어 있습니다. 석탄에 비해서는 편재성이 커서, 페르시아만 등 집중적으로 매장된 지역이 따로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제적인 이동량도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게다가 현대 문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보니 석유가 국제정세나 국제경기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대합니다. 석유 자체가 에너지 자원으로 중요하기도 하지만, 석유는 각종 화학 제품의 원료로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석유는 내연기관의 발명 이후 수송용 에너지 자원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석유가 등장하기 전에도 액체 형태의 에너지 자원을 필요로 하긴 했습니다. 그 시절 널리 쓰이던 에너지 자원은 바로 고래의 기름입니다. 고래는 지방층이 많은데, 특히 향고래의 머리를 열면 질 좋은 기름이 가득했습니다. 산업혁명 시기 기계를 돌리는 에너지는 석탄에서 나왔지만, 그 기계가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는 고래에서 나왔습니다. 가로등처럼 밤을 밝혀주는 고마운 빛도 고래 기름을 널리 활용했습니다.

다만 그 기름의 역할이 대규모 유전 개발 이후 석유로 바뀐 것이었습니다. 공급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석유는 저렴하게 대량으로 공급될 수 있는 에너지로 여겨졌습니다. 독일의 벤츠는 이를 내연기관을 이용한 자동차를 발명하여 운송수단의 혁신을 가져옵니다. 미국의 포드는 엄청나게 고가였던 자동차를 저렴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안합니다. 생산 공정과 부품을 표준화하고, 분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자동차가 말을 대체한 덕분에 우리는 말똥 없이 도시에 모여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석유도 과거의 태양에너지가 탄소화합물의 형태로 축적된 에너지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인류가 태양에너지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아닙니다.

내연기관의 영향력은 20세기에 실로 무시무시했습니다. 탱크, 비행기, 트렉터 등 다양한 도구들이 석유로 움직이면서 20세기의 전쟁과 식량생산에서 석유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커졌습니다. 석유 개발은 곧 국력이었고 루마니아, 미국, 러시아, 멕시코, 페르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석유가 채굴되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국가의 힘은 석탄과 철강에 의존했는데, 무게중심이 석유로 바뀌는 셈입니다. 독일은 석탄으로 합성석유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고, 2차대전 중에는 카스피해 일대까지 동쪽으로 전선을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석유의 확보에 국가의 운명이 걸려있는 셈입니다.

석유는 20세기의 국제정치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닙니다. 경제구조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업을 확장하는 방법으로는 수직적 통합과 수평적 통합이 있습니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원료가 제품으로 생산되어 우리 손에 오는 전 과정을 상품사슬이라고 부릅니다. 수평적 통합은 같은 단계에 있는 동일한 사업 부문을 확대해서 시장을 장악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수직적 통합은 상품사슬의 전방이나 후방에 있는 단계를 통합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이해가 어려우면 사례로 살펴봅시다. 자동차 회사가 경쟁하는 다른 자동차회사를 인수합병하는 방법은 수평적 통합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철강을 확보하기 위해 제철소를 짓는다면 수직적 통합에 해당합니다.

석유가 이런 단면을 가장 잘 보여줬습니다. 우리는 석유라고 간단하게 이야기하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야 지구에서 소비자에게 올 수 있거든요. 원유가 매장되어있을만한 지점을 탐색해야하고, 탐색하고 나면 시추를 해봐야합니다. 위험한데다가 실패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생산한 원유를 공장까지 수송을 해야합니다. 원유마다 구성하고 있는 성분이 모두 다른데, 그걸 정유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석유화학제품을 유통까지 해야하구요. 이런 수직적 통합 뿐만 아니라 경쟁하는 석유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을 통해 수평적 통합도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독점기업이 생겨납니다. 대표적으로 스탠다드 오일이라는 기업 하나가 미국 석유시장 대부분을 장악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독과점 기업은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 개입을 통해 독과점 기업을 해체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이 주목받게 됩니다.

그럼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높은 20세기의 석유는 과연 누가 패권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바로 소수의 다국적기업이었습니다. 대부분 유럽과 미국에 있는 거대기업들이었고, 세계 곳곳의 유전을 개발하고 석유화학제품을 판매하며 이익을 냈습니다. 1960년대까지 세계의 석유질서를 통제하던 이들 기업의 위상은 엄청났습니다. 이들이 석유를 확보할 수 있는 근거는 무주지 선점의 논리였습니다. 지구에는 주인이 따로 없으니까, 먼저 발견하면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국적기업은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석유개발에 따른 이익은 다국적기업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원은 공공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자원 채굴로 발생하는 이익은 공공의 소유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한 국가 안에서 생산되는 자원은 그 국가와 국민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커져갑니다. 이를 자원 민족주의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자원민족주의의 확산과정에서 주요 유전이 국유화되는 경우가 생겨납니다.

문제는 석유는 편재성이 큰 자원이고, 석유의 상당 부분이 서남아시아에 매장되어있었다는 점입니다. 1973년과 1978년 서남아시아의 국제정세에 위기가 생겨납니다. 그리고 석유수출금지 조치가 국제 유가의 급등을 가져옵니다. 영원히 저렴하게 공급될 줄 알았던 석유의 가격이 오르자, 석유에 의존하고 있던 사회 전체에 큰 혼란이 옵니다. 보통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데, 호황일 때에 인플레이션이 주로 발생합니다. 그런데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해 경기는 불황인데 물가는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어 합성어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주목받게 됩니다. 유럽과 아메리카의 선진 경제를 가진 국가들에게는 혼란의 순간이었지만, 유가 상승으로 인해 오일 머니가 쏟아져 들어오는 산유국들에게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여력이 생기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른바 중동특수라고 부르는 기회가 생겨난 틈새이기도 하구요. 전 세계와 각 지역이 돌아가는 상황을 잘 읽어야 우리가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이 보이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석유의 시대는 화려하게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오히려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석유도 지구에 있는 자원이니 무한하게 공급될 수는 없다는 지적을 합니다. 석유 생산도 언젠가 정점을 찍는 피크오일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 뒤에는 석유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담아 허버트 곡선이 제기됩니다. 석유의 시대도 끝이 온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놀라기도 했지만, 종말은 커녕 여전히 우리는 석유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지구과학을 열심히 배워서 지구를 탐사하고 분석하며 석유를 더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수직으로만 파는게 아니라 수평으로도 파면서 기존에 채굴하기 어렵던 곳에서도 석유를 더 채굴하게 되었구요.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각종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방대한 정보를 정리하고 분석하며 석유의 매장을 더 합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페르시아만과 카스피해 일대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유전 이외에도 수많은 유전들이 개발됩니다. 예를 들면 유럽은 북해의 바다 밑에서도 석유를 찾아서 캐기 시작하고, 아메리카는 얼어붙은 알래스카에서도 석유를 찾아서 캐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석유 생산이 늘어나, 아직은 피크오일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석유 생산국이 늘어난다고 우리나라까지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동해가스전 덕분에 우리도 산유국이 되긴 하지만, 자급자족하기엔 너무 규모가 작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석유에 대해 고민해봐야합니다. 석유는 고갈될지, 석유 없는 세상의 모습은 어떨지도 생각해보는 수업이 되길 바랍니다. 수업 듣느라 고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