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대학에 입학하고 논술형 문제를 접하면서 근대는 무엇인가 고민했던 생각이 난다. 세계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어렴풋이 정의내릴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칼로 무 자르듯 토막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특히 동아시아와 비교하면 그 특성이 일반화되기는 어렵지만, 어쨋든 현실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개념이다.
이른바 데카르트 이후로 세상을 자연과 인간의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인간 중심적인 시선이 발달했다는 것이 핵심이며, 우리 인류의 역사지리는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는 자연과 인간이라는 구분을 거부한다. 현대 사회의 핵심은 자본주의이지만, 자본주의의 발달을 정치,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그 본질을 읽을 수 없다. 자연 속에 인간이 있고, 인간 속에 자연이 있다.
환경에 대한 관점을 가르치면서 환경결정론이나 가능론이 가진 문제점이 있었다. 개념으로야 명확하지만, 결국 파고 들어가면 자연과 인간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같은 말이었다. 그래서 환경에 대한 소개도 너무 와닿았다. 지구가 인간에게는 환경이지만, 장 내 미생물에게는 인간도 환경이라는 비유는 참 적절했다.
대략 유럽의 15세기부터 출발하는 상업자본주의의 등장부터 현대까지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자본주의가 중요한 것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이렇게 연결해야 한다는 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신선했다. 특히 지리를 가르치다보면 농업, 에너지, 자원, 노동을 많이 다루게 되는데, 그 것들이 왜 독립된 영역으로 존중받아야하는지 정리하지 못하고 그냥 내용만 가르쳐왔다. 그냥 중요하니까 중요하게 가르친 것인데,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명쾌하게 정리해본 적이 없다. 자본주의가 자연에 대한 착취를 기반으로 성장했고, 식량과 에너지와 자원과 노동의 저렴하고 풍부한 공급이 밑바탕이라는 점을 알게 되자 몹시 개운했다.
세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르치는 상황이 될 때에 매우 유용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을 전체 다 흡수했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방향은 시사하는 바가 읽힌다.
'뿌직뿌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0) | 2021.02.24 |
---|---|
데이비드 하비의 세상을 보는 눈 (0) | 2021.01.14 |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1) | 2021.01.14 |
한반도의 신지정학 (0) | 2020.12.11 |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0) | 2020.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