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은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봅시다. 사진도 많고 내용은 적거든요. 대신 사례가 어마무시하게 많습니다. 여러분들 위치 파악하라고 했죠? 이렇게 수업에서 언급되는 사례들은 여러분들 머리속 지구본에서 콕콕콕 제 위치를 찾아 떠오르게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수업 시작합니다.
관광 산업은 여행과 관련된 산업입니다. 돈 벌러 간 경우가 아니면, 강제로 끌려간 경우가 아니면, 관광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여행은 집 밖으로 발을 내딛는 모든 순간입니다. 일상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장소와 공간과 이동과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지리학은 여행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여행을 지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서 아예 여행지리라는 과목이 따로 있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배울 수 없는 과목이긴 하지만요. 다른 많은 사람들도 여행의 가치를 보여주는 많은 말들을 남겼습니다.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라고 비유가 유명합니다. 여행은 생각을 낳아주는데,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장소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표현도 유명합니다. 만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천리 길의 여행이 낫다는 말도 있습니다. 르 코르뷔지에처럼 여행을 통해 성장한 사례도 많습니다. 그럼 같이 여행을 떠나볼까요?
인간은 자기가 모르는 다른 동네에 가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여행은 결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수많은 위험들 때문에 목숨도 걸어야 했습니다. 인도에 다녀와 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의 혜초 스님이나, 중국에 다녀가 동방견문록을 쓴 이탈리아의 마르코 폴로가 대표적입니다. 목숨을 건 탐험의 의미가 강했던 여행 뿐만 아니라, 교육의 의미가 강한 여행도 생겨납니다. 18C에 영국의 상류층들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자녀를 보내서 어른이 되면서 넓은 시야를 가지길 원했습니다. 이러한 여행을 그랜드투어라고 부릅니다. 굳이 의미를 따져보면 여러분들이 가는 수학여행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여행은 지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화가 관광객을 끌어당기기 때문입니다. 의식주, 역사적인 유산, 예술활동 등등 모든 지역 문화가 관광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관광객이 많이 오면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이 늘어나고, 연관된 산업도 함께 발달할 수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셈입니다. 또 축제 등을 통해 지역성이 강화되기도 하고, 지역의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매력적인 지역은 공동체 의식이 강화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꼭 좋은 점만 있을 수는 없겠죠?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리조트를 건설하거나 도로를 넓히거나 공항을 건설하는 등 관광산업의 발전에 따라 환경이 훼손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관광객은 와서 쓰레기만 버리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치관도 변화시키게 됩니다. 특히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잃고 점차 상업적 성격이 강화되는 모습도 흔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디로 관광을 갈까요? 당연히 매력있는 곳으로 갑니다.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은 관광객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입니다. 물론 교통이나 숙박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춰지면 더 유리합니다. 관광자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자연환경이 관광자원이 되는 경우입니다. 스웨덴은 고위도 지방이라 여름에는 낮이 정말 길어집니다. 특히 가장 긴 하지에는 하지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낮이 길다는 뜻은 바꾸어 말하면 밤이 짧다는 것이겠죠? 늦은 시간에도 어두워지지 않는 그런 현상을 백야라고 부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백야축제가 있습니다. 적도에서 가까워 열대기후가 나타나는 타이에서는 송크란이 있습니다. 서로에게 물을 부어주면서 축복을 기원하는 축제입니다.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오는 삿포로에서는 눈축제를 합니다. 눈으로 성도 짓고 조각도 만들어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지형형성작용을 배웠나요? 지형도 관광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콜로라도 강이 깎아 만든 거대한 협곡은 그랜드캐년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베트남 북부의 할롱베이는 석회암이 녹아 만들어지는 카르스트 지형이 탁월하게 발달한 곳입니다. 케냐와 탄자니아 일대의 사바나 기후 지역에서는 야생동물이 있는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사파리 관광이 유명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나 코스타리카 등은 그 지역에 자생하는 동물들을 이용한 생태관광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역의 특산물이 관광산업의 성장에 기여하기도 합니다. 독일은 맥주로 유명한데, 바이에른의 뮌헨에서는 옥토버페스트라는 맥주 축제가 펼쳐집니다. 지중해성 기후가 펼쳐진 남부 프랑스에서는 과일 재배가 활발한데, 특히 망통에서는 레몬을 이용한 축제가 벌어집니다. 에스파냐의 부뇰에서는 토마토 축제가 유명하구요.
지역 주민들의 종교나 역사 등 문화적인 요소들이 관광자원이 되기도 합니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유럽 크리스트교의 사순절 문화와 아프리카의 토속문화가 결합한 화려한 축제가 열리는데, 리우 카니발이라고 부릅니다. 몽골에서는 나담축제가 있어 말타기, 활쏘기, 씨름 등을 겨루는 큰 행사가 열립니다. 힌두교의 신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알록달록해지는 디왈리 축제도 있고, 잉카의 후예인 페루의 쿠스코에서는 태양제가 열리기도 합니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은 세계 3대 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축제의 도시이기도 하고,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고향으로 세계 음악인들의 축제가 열립니다.
과거의 관광이 특권층에게만 허락되었다면, 20세기 후반부터 관광은 더 대중화됩니다. 매스투어리즘이라고 부르는데요. 대형 여객기가 개발되면서 많은 인원이 한번에 이동하는게 가능해진 것도 있고, 여행사가 사람들의 일정을 묶어 단가를 떨어트리는 방법으로 여행상품을 개발한 덕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여행사가 주도해 만드는 형태의 관광을 패키지 관광이라고 부릅니다. 관광객이 늘어나니까 관광객을 유치한 지역은 성장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결국 관광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한 다국적기업이 매출을 올리고, 수익은 대부분 본국으로 다시 가져가니까요. 게다가 관광객을 맞이하겠다고 환경 파괴가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따져보니 대중관광의 시대가 가진 장점도 있지만,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특히 관광객히 해도해도 너무 많아서 지역사회의 고유한 문화를 파괴하고 오히려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도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관광이 지나쳐서 사회 문제가 되는 경우를 오버투어리즘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지난 시간에 배운 개념입니다. 바로 지속가능성이죠. 일상에서도 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시험 앞두고 날새면서 공부하는 친구들, 그게 과연 지속가능한 공부법인가요? 관광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속가능한 관광은 없을지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이어지고,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관광의 형태들이 제시됩니다.
먼저 생태관광입니다. 해당 지역의 환경이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만 피해를 끼치지 않고 관광하는 형태입니다. 특히 관심을 받는 형태가 바로 지오투어리즘입니다. 이걸 꼭 지리관광이라고 번역하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구 곳곳에는 오랜 기간 지형형성작용을 받아 만들어진 아름다운 경관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며 자리잡은 지리적인 특성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 곳에 가서 맥락을 읽어보고 배우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관광을 지오투어리즘이라고 합니다. 지오투어리즘은 유네스코에서도 권장하고 있는데, 지오투어리즘에 적합한 장소를 지오파크로 지정하여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오파크를 지질공원으로 변역하다보니 오해의 소지가 조금 있긴 한데, 뭐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 됩니다.
다음은 다크투어리즘입니다. 기존까지는 여행은 돈 쓰고 시간 쓰면서 편하게 쉬고 즐기고 온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꼭 즐거우려고 가나요? 일부러 인류에게 큰 피해를 입혔던 재해나 참사 등이 있던 곳으로 가서 보고 느끼고 배우는 여행도 있는데, 이를 다크투어리즘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습니다. 나치가 과거 유태인들을 수용하고 학살한 장소인데, 독일 학교에서는 수학여행으로 가는 경우도 제법 많습니다. 테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미국의 그라운드제로나 우리나라의 서대문형무소 등도 대표적인 장소로 꼽힙니다.
마지막은 공정여행입니다. 생산자에게 정당한 몫을 지불하겠다는 공정무역의 관점을 관광에 적용했다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우리가 여행을 가서 돈을 펑펑 써도 그 지역 사회에 얼마나 돌아갈까요? 다국적기업이 운영하는 리조트보다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에 가고, 현지 음식을 제공하는 현지 식당에서 먹고, 현지 주민들이 생산하는 기념품 등을 구매하는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관광에 대해 후루룩 살펴보았습니다. 남은 시간 위치 잘 찾아보고, 지리독서 잘 하고, 친구와 틈틈이 토론도 계속하면서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