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앙아시아입니다. 다른 내용보다도 압도적으로 내용이 적으니까 일찍 끝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앙아시아는 아시아의 한 부분이고, 대부분 지역에서 스텝 기후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유목민들의 비중이 높은 지역입니다. 우리가 흔히 중앙아시아라고 부르는 지역은 무슨무슨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들이 있는 곳입니다. 대체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을 의미합니다.
공간적으로는 카스피해를 기준으로 동쪽 지역을 이야기합니다. 지금 다루는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기는 하지만 튀르크족의 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이 주변지역을 합쳐 튀르키스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다만 튀르키스탄은 파미르고원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구분하는데, 이 중에서 동쪽 튀르키스탄은 중국이 청나라때부터 점령해서 지금의 신장위구르 지역으로 편입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신장위구르를 동튀르키스탄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오늘 다루는 중앙아시아 지역은 다른 말로 대부분 서튀르키스탄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중앙아시아의 지형은 역시 세계의 지붕이라는 말이 빠질 수 없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인 히말라야 산맥과 그 뒤에 있는 티베트 고원, 그 줄기가 이어진 톈산 산맥, 힌두쿠시 산맥, 그리고 파미르 고원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산지지형이 히말라야부터 중앙아시아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을 세계의 지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기후가 대부분 건조기후다보니까 비가 와서 하천이 생기는 경우도 거의 없고, 하천이 바다까지 가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하천이 바다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말라붙거나 호수에서 끝나는 하천을 내륙하천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하천은 비가 워낙에 잘 내리지 않다보니 하천의 물 또한 강수에서 공급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주변에 있는 산지에 있는 얼음이 녹으면서 만들어지는 공급되는 양이 많습니다. 우리와 좀 많이 다릅니다.
기후는 대부분 건조기후라서 스텝 혹은 사막이 나타납니다. 농업은 오아시스 농업 아니면 대부분 유목입니다. 예외적으로 아무다리야강과 시르다리야강 유역에서는 소련에 의해 대규모로 목화 관개 농업이 이루어졌습니다. 목화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 하천들이 유입되는 아랄해는 점차 말라붙어버리게 되어 염류화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유럽이니 아시아니, 아시아에서도 동부아시아니 남부아시아니 하면서 쪼개는 방식으로 수업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사실 중앙아시아라고 이름은 붙여놓았지만 그런 편협한 시각으로는 다루기 곤란한 지역이 바로 이 지역입니다. 동부유럽의 우크라이나부터 중국 동북지방의 만주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의 광활한 스텝 중에 한 부분이 바로 중앙아시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농경민족이라 한 지역에 뿌리를 박고 수천년 넘게 생활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유라시아 스텝은 세계 최초로 말을 가축으로 바꾼 곳입니다. 유목민족이다 보니 기동성이 엄청나게 좋아서, 유라시아를 무대삼아 이동하며 활동하던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지역에 주목해서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호펜은 유라시아의 문명 교류의 통로를 비단길이라고 이름붙였습니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길이라는 뜻은 아니고, 비단과 같은 상품이 오고갔던 길이라는 뜻입니다. 비단길이라고 하면 길 하나인 것 같지만 사실 뭐 구체적인 루트는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비단길이라고 하면 사막을 따라가는 길을 의미하는데, 지중해부터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스텝지역을 따라가는 초원길이나 배를 타고 가는 바닷길 등도 있기는 합니다. 어쨋든 비단길과 같은 유라시아 교류 통로였기 때문에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사마르칸트가 있는데, 이러한 비단길의 주요 중간 거점이었기 때문에 아랍, 페르시아, 중국, 몽골 등등 다양한 유라시아의 사람들이 학문적 업적이 모이며 발전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이 지역은 튀르크, 페르시아, 몽골, 러시아, 중국 등등 수많은 집단들이 상호작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민족집단의 분포를 보아도 마치 모자이크처럼 다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 또한 오래 전부터 이 일대에서 강력하게 뿌리내린 샤머니즘부터 조로아스터, 불교, 이슬람 등 다양한 종교가 드나들었습니다. 물론 이슬람교의 영향력이 가장 강하긴 한데, 아무래도 공산주의 국가였던 소련 시기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많이 옅어졌습니다. 소련 해체 이후에는 다시 이슬람 문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서남아시아의 영향력도 종교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중앙아시아에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외세로는 역시 전통적으로 러시아가 있습니다.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소련까지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고, 러시아인들의 이주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이 유목을 하지는 않으니까 대부분 도시에 거주하게 되고, 그래서 중앙아시아 도시 대부분에는 러시아인들의 엔클레이브가 형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러시아와 소련은 중앙아시아에 철도나 송유관 등 사회기반시설을 설치하기도 하였는데, 역시나 러시아 본국의 이익을 위해서 설치한 것이므로 대체로 중앙아시아 각지를 잇기보다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를 잇는 방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산업구조 또한 러시아 본국에서 산업화를 진행하였기 때문에 중앙아시아는 원료를 공급받고 제품을 공급하는 형태로 이용하여 대체로 중앙아시아가 러시아에 의존하는 체계가 굳어졌습니다.
중앙아시아의 민족집단에서 특이한 점은 우리와 관련이 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에 살고 있던 한민족을 보통 고려인들이라고 부르는데, 고려인들은 극동지방에 주로 거주하였지만 소련의 강제이주정책에 의해 서쪽으로 이동하여 중앙아시아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뭐 우리만 당한건 아니고, 유럽쪽에 살고 있던 타타르인들은 거꾸로 동쪽으로 이동시키기도 했습니다. 소련의 무서운 시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소련은 없고 중앙아시아 각국은 독립했습니다. 새로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은 부존자원을 활용하여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매장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형편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꼭 협력을 해야 하는 파트너로 중요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조직하여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혼자 주도하는 세상에서 중국은 유라시아라는 주제로 영향력을 늘리고 싶어합니다.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 민족분리주의나 극단주의, 테러리즘 등에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 지역의 전통의 강호 러시아도 지난 시기를 딛고 다시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라시아 전체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 와중에 유럽도 카스피해 일대의 가스를 가스관을 통해 공급받는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여러분들 마음 속에 중앙아시아는 어느 정도 지위를 차지하고 있나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