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시험을 출제하는 기간입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수업 내용을 도려냈습니다. 1학기보다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는 약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배울 내용은 서남아시아입니다. 서남아시아라고 하는 지역은 사실 부를 때마다 다른 명칭을 사용합니다. 서아시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서아시아나 서남아시아나 같은 공간을 부르는 다른 명칭입니다. 그래서 서아시아까지는 쉽습니다. 저번에 문화권 하면서 배웠지만, 이 지역에 이슬람교 비율이 높은 국가가 많다보니 북아프리카와 묶어서 함께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후나 자원 특성도 비슷한 측면이 많구요. 그래서 북아프리카는 다른 대륙임에도 함께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역시 중동이 있습니다. 중동이라구요?
중동(中東)은 가운데 동쪽이라는 뜻입니다. 그럼 뭐 중서도 있나요? 없습니다. 대체 얘는 어디서 등장한 단어인가요? 바로 유럽 기준의 단어입니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유럽은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라서 지도를 펴놓고 구분하라그러면 구분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유럽은 자신은 아시아와는 다른 독자적인 대륙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 유럽인들이 아시아를 타자로 보면서, 자기들 기준으로 아시아를 분류합니다. 유럽 기준에서 가까운 동쪽, 중간 동쪽, 먼 동쪽에 있다는 뜻으로 근동, 중동, 극동이라고 부릅니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단어를 사용하면 유럽 중심의 사고방식도 같이 물들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이런 유럽 중심의 사고를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하는데, 예전에 배웠던 문화제국주의적인 측면이 있어서 지역이해 수업에서는 조심하려고 합니다. 천만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쳐도, 게다가 이 중동이라는 개념이 부르는 위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터키는 근동이에요 중동이에요? 인도는 중동이에요 극동이에요? 그거 그냥 유럽 사람들 마음입니다. 그래서 UN에서도 중동이라고 하지 않고 서아시아라고 하는 등, 국제기구에서는 사용하기 좀 어려운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수업시간에도 정확하게 서남아시아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배울 서남아시아는 아시아의 한 부분이고, 무슬림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지역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부라는 것은 아니에요. 예를 들면 이스라엘은 무슬림의 비율이 다른 국가처럼 높지는 않습니다. 반면 북아프리카는 무슬림 비율이 높은 국가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서남아시아가 메인이기는 하지만, 북부아프리카 적용되는 내용도 많이 언급될 예정입니다.
서남아시아의 공간적인 범위는 카프카스 산맥 이남, 아덴만의 북쪽, 지중해의 동쪽입니다. 대체로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국가들이 되겠습니다. 이러한 서남아시아의 지형을 지배하는 것은 역시 신기조산대입니다. 알프스-히말라야조산대가 관통해서 지나가는 관계로 아나톨리아고원, 이란고원 등 높고 험준한 산지가 있으며 지진이 잦은 편입니다. 티그리스강이나 유프라테스강 주변으로 평야를 이루고 있으며, 인간 활동의 무대가 됩니다. 특히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지역은 메소포타미아라고 불리는데, 이 주변에 농사가 잘 되는 지역까지 다 합쳐서 비옥한 초승달지역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가 바로 인류 최초로 문자가 등장하고 문명이 발전하고 도시가 건설되는 인류 문화의 시작점이 되는 지역입니다. 서남아시아 일대는 기후가 기후다보니 사막이 대규모로 발달하는데, 대표적으로는 아라비아반도의 룹알할리 사막이 있습니다. 해안에는 평야가 나타나는 곳도 일부 있습니다.
기후는 대부분 건조기후라서 사막 아니면 스텝입니다. 일부 지중해 주변에 지중해성 기후 지역이 나타납니다. 건조기후가 워낙에 넓게 나타나는 곳이다보니 물이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훨씬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외교 분쟁이 된다는 정도로 설명했죠? 여기서는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티그리스 강 상류에 있는 아타튀르크 댐은 하류 지역과 분쟁의 빌미가 되기도 하고, 이라크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만나는 물길인 샤트알아랍을 두고 이란과 전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별로 크지도 않은 요르단 강이지만, 상류의 골란고원은 시리아 영토임에도 이스라엘이 강제로 점령하고 있기도 합니다. 서남아시아의 건조기후는 하천 말고 바람으로도 인간에게 영향을 줍니다. 건조기후에 적응하는 인간의 노력이 돋보이는 주택 시설이 바로 이란의 바드기르입니다. 바람을 잡아주는 탑인데, 바깥의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을 잡아서 실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무래도 건조기후다보니 농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부분 유목 중심이고, 일부 물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오아시스 농업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사실 면적은 넓지만 인구는 그다지 많지 않은 국가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래서 사막을 비옥한 농경지로 바꾸는 관개에 서남아시아 국가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건조기후다보니 지표면에 노출된 물은 아무래도 증발량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지표의 물 대신 지하에 있는 물을 퍼올려서 농사를 짓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물 중에 상당수는 과거 지금보다 습윤한 기후였을 때 생성된 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꺼내 써버리면 다시 지하수가 충진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꺼내 쓰면서 토양에 점차 영양분이 집적되어 염류화가 진행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참 이래저래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서남아시아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이슬람교나 건조기후가 있지만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에너지입니다. 페르시아만 주변에는 아주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가 매장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유전과 가스전, 그리고 그 에너지를 옮기는 수단으로 송유관과 가스관이 이 지역을 읽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서남아시아와 북부아프리카에는 수많은 화석연료 생산지가 얽혀 있습니다. 특히 카프카스와 카스피해 일대에는 유전과 송유관을 둘러싸고 국가 간 외교적인 대립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화석연료를 캐서 생기는 막대한 이득은 사실 대규모 에너지업체의 것이었습니다. 화석연료를 생산한다는 것은 사실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일이기에 아무 업체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세계 에너지시장을 지배하는 소수의 다국적기업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맞서서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는 자원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우리 나라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자원 민족주의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서남아시아에 있는 석유 생산국들을 중심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주요 사업을 국유화하거나 석유 생산량의 조절을 통한 가격 변화를 시도하면서 점차 산유국들에게도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흔히 오일머니라고 부르는 이 수익을 이용해서 사회간접자본 등에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또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사실 우리랑 뭐 또 전혀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맞아가면서 벌어온 돈이 국내로 들어와서 경제 성장에 이바지 한 부분도 어마어마하거든요. 어쨋든 서남아시아의 경제성장으로 의료나 교육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복지혜택이 선진국 못지 않게 멋진 국가들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면에는 그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외국인근로자들이 있습니다. 단순노동은 방글라데시 등 저개발국의 저임금노동력에 기반해 있는데, 외국인에 대한 대우가 내국인과는 아주 많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기술직 등 고임금노동력도 외국인에게 의존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서남아시아를 다루다보면 카스피해 연안과 카프카스 산맥 일대도 같이 다루게 됩니다. 카스피해는 철갑상어로도 유명하지만, 사실 바쿠 유전 등 석유 생산량이 많아서 주변국들이 카스피해를 바다로 이해해야하는지 호수로 이해해야하는지 다툰 곳이기도 합니다. 그 옆에 카프카스 산맥은 산이 높고 험준해서 수많은 민족들이 엔클레이브를 이루며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남아시아를 대표할만한 몇 개 나라를 통해 이 지역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터키입니다. 터키는 튀르크라고 부르는데 지금은 터키공화국의 영토만 가지고 있지만 그 전에 오스만 제국 때에는 서남아시아와 북부아프리카와 동부유럽에서 아주 막강한 거대 제국이었습니다. 물론 많이 쪼그라들긴 했습니다. 공산주의 국가들을 견제하는 미국의 주요 파트너 국가이기도 하지만, 특이한 점은 서남아시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석유 생산량이 압도적인 국가는 아닙니다. 그래서 터키는 일찍부터 산업화 정책을 취해 서남아시아에서는 보기 드문 제조업 강국이기도 합니다.
시리아는 저번 시험에도 나왔던 나라입니다. 지금까지도 내전에 시달리고 있구요. 정부군과 반군과 IS와 쿠르드족민병대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한데, 러시아와 미국의 개입까지 이루어져 정말이지 엄청 혼란스러웠던 그 동네입니다.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난민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 옆에는 이라크가 있습니다. 인류 문명의 시작인 이라크는 근래 전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란과도 전쟁을 하고, 쿠웨이트와도 전쟁을 하고, 미국이랑도 전쟁하고, 또 미국이랑 전쟁을 했습니다. 전투는 끝난 것 같은데 사실 사상자는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라크 북부에는 아직까지 독립국가를 이루지 못한 쿠르드족이 있습니다. 쿠르드족은 아르빌에 우리나라의 자이툰 부대가 파병된 적이 있어 또 유난히 각별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민족입니다.
두바이는 아랍에미레이트를 이루는 국가 중에 하나입니다. 그 국가에 있는 도시가 두바이구요.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생산되는 원유가 엄청 많은데, 두바이에서 나오는 석유 가격이 페르시아만의 원유 가격을 대표하게 되어 원유 시장 가격을 알아보는 대표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원래 진주 캐는 조그만 어촌이었던 두바이는 막대한 도시개발 투자를 통해 이제는 세계인들이 놀라는 도시로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산유국들은 앞으로 천년만년 잘 살 수 있을까요? 뭐 당연히 아닙니다. 석유는 화석연료고 반드시 언젠가는 고갈되긴 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서남아시아의 산유국들은 그 다음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방면에 투자하여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기술상의 강점들이 있어 앞으로의 협력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또한 서남아시아의 국가들끼리 힘을 합쳐 지역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데, 대표적인 기구로는 걸프협력회의(GCC)가 있습니다. 뭐 근데 최근에는 카타르가 여기서 쫓겨나기도 하고 외교단절을 겪기도 해서 사실 조용할 날 없는 서남아시아이긴 합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