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함께 지역에 대해 살펴볼 이건입니다.
교과서에는 지역에 대한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가 있지만, 여러분들은 천천히 정독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굳이 길게 이야기를 더하지 않고 싶습니다. 지역은 구분하기 나름이라는 뜻이니까요.
일반적으로 쓰이는 지역에 대한 개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지형이나 기후처럼 자연적인 조건으로, 언어나 사회제도 같은 인문적인 조건으로도 지역은 구분할 수 있습니다. 뭐 기준이야 학습지나 교과서에 나온대로 구성하기 나름입니다. 어렵지 않죠? 다만 지역을 우리가 공부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봅시다. 결국 이 지구에 사는 인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대륙은 몇 개인가요? 다섯 개에요 여섯 개에요? 남극은 대륙이에요 아니에요?
여러분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 대해 쓰라고 했습니다. 가장 많이 나온 곳은 어디일까요? 집입니다. 고대 그리스어로 집은 오이코스(Oikos)라고합니다. 이 오이코스에서 기원한 접두사가 eco입니다. 경제학(economy), 생태학(ecology) 같이 우리가 앞으로 계속 배워야 할 이러한 단어들은 모두 여기서 출발합니다. 이 오이코스에서 기원한 독일어가 있습니다.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을 외쿠메네(Ökumene)라고 합니다. 결국 저랑 같이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들은 이 외쿠메네입니다.
남극은 대륙이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은(펭귄 말고) 연구인력들이 대부분이고, 외부에서 끊임없는 지원이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극한 환경입니다. 결국 사람이 살기에 매우 혹독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외쿠메네를 중심으로 다루는 내용 특성상, 남극 대륙의 크기에 비해서 비중이 크지는 않습니다.
지역은 규모와 위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스케일(scale)이라고 합니다. 지도에서는 줄인 비율(축척)을 의미하는 단어로도 쓰입니다. 우리 학교를 표현해볼까요? 식사동에 있습니다. 고양시에 있습니다. 수도권에 있습니다. 한반도에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에 있습니다. 유라시아대륙에 있습니다. 간단하죠? 여러분들이 서로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고장에서 국가와 대륙까지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 지역입니다.
일반적으로 교과서에서 다루는 지역구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참에 익숙해지면 좋아요.
유라시아대륙
-아시아대륙
--동북아시아(동북아)
--동남아시아(동남아)
--남부아시아(남아)
--서남아시아(서남아)
--중앙아시아(중앙아)
-유럽대륙
--서유럽(서구)
--북유럽(북구)
--남유럽(남구)
--동유럽(동구)
아프리카대륙
--북아프리카
--중남부아프리카(서부·중부·동부·남부아프리카)
아메리카대륙
-북아메리카(북미)
-중아메리카(중미)
-남아메리카(남미)
오세아니아
보통은 이런 형태를 많이 활용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배우다보면 알겠지만 이러한 구분을 기본 요소로 알아서 엮어나가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서남아시아와 북부아프리카는 이슬람문화권으로 함께 언급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북아메리카는 중아메리카를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중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합쳐 라틴아메리카로 부르기도 합니다. 뭐 사실 하기 나름입니다. 유럽과 아메리카를 합쳐서 구미로도 묶습니다(아마 현대사에서 구미열강 이런 식으로 자주 나올 예정입니다). 아. 구미는 음을 빌린 한자말입니다. 한문시간에 가차, 중국어나 일본어 시간에는 음차라고 부를거에요. 유럽은 구라파, 잉글랜드는 영길리, 프랑스는 불란서, 도이칠란트는 독일, 에스파냐는 서반아, 로씨야는 노서아, 아메리카는 미리견 혹은 아묵리가 뭐 그런 식입니다. 별거 아니에요.
어쨋든 원래 하던 얘기로 돌아가서, 배우다보면 알겠지만 여러가지 학문에서 자주 사용하는 개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묶어내고 갈라내는 것입니다. 수학에서 배우겠지만, 가장 쉽게 얘기하면 집합에서 배우는 개념과 같습니다. 생명과학에서 분류학이라고 부르는 학문과 연결되는데, 쉽게 말하면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지리학에서는 지역의 보편성과 특수성이라고 부르는 개념입니다. 앞으로 계속 다루게 될 개념이니, 그냥 들어보는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지역을 구분하는 기준들을 알아봅시다. 먼저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은 자연조건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큰 육지인 대륙을 구분하는 것부터 생각해봅시다. 아프리카는 이집트 북동쪽에 보면 수에즈 운하가 있는 그 즈음에 시나이반도라고 이스라엘과 붙어있는 동네가 있는데, 거기를 기준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구분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파나마 지협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바다 중에 육지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다를 해협이라고 하는 것처럼, 땅 중에 바다 사이에 있는 좁은 땅은 지협이라고 부릅니다. 이집트와 파나마에는 대륙을 가로지를 수 있는 운하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오세아니아나 남극대륙은 바다로 아예 떨어져 있네요. 유럽과 아시아는 터키에 보면 보스포러스 해협이라고 아주 좁은 바다가 있어 거기를 기준으로 나누어집니다. 러시아 쪽에서는 우랄 산맥을 기준으로 보통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런 것들이 대부분 자연조건으로 구분하는 방식이고, 그 중에서도 지형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백산맥 이남 지역을 영남지역(경상도)라고 부르는 것들은 이런 방식과 같습니다. 뭐 지형만 있지는 않습니다. 온대지역과 냉대지역, 한대지역 등으로 구분하는 방법처럼 기후를 이용하기도 하고, 열대우림이나 사막 등 식생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자연조건 만큼 널리 이용되는 것은 인문조건입니다. 의식주나 사회제도, 종교, 경제, 언어 등으로 구분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자면 쌀로 만든 음식을 먹는 문화권이라든가, 이슬람교를 믿는 주민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이슬람 문화권이라든가, 한자를 언어의 일부로 사용하는 한자 문화권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기능으로 구분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기능의 핵심지역과 배후지역으로 구분하는 방식인데,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생각하면 조금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서 비행기를 생각해봅시다. 비행기는 한 지점에서 한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지만, 전 세계 비행기의 모든 이동 경로를 종합해서 표시하면 비행기가 상대적으로 모이는 중심이 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치 자전거 바퀴의 바큇살과 가운데 축과 같은 모양이라고 할까요. 영어로는 허브와 스포크라고 하는데, 비행기를 보면 권역에서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허브공항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허브공항에서 뻗어나온 다른 공항들은 그 영향권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꼭 비행기 뿐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전화를 어디서 어디로 거는지 살펴보아도 아마 중심점과 영향권이 나올 것입니다. 아니면 고양국제고 학생들이 이동하는 경로를 지도에 표시해볼까요? 아마 전국 각지에서 고양국제고라는 중심점으로 모이는 모습들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고양국제고는 학교라는 핵심과 전국이라는 통학권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역사적 요소로 구분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부아시아는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부탄, 스리랑카 등을 모두 포함하는 지역입니다. 종교도 다 다르고, 언어도 다 달라서 자연조건이나 인문조건만으로는 하나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과정으로 보면 모두 인도와 상호작용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받았던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스리랑카만 보더라도 북부에 타밀과 남부의 싱할라가 내전을 오래 겪었는데, 배경을 살펴보면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하면서 본국이 먹을 차를 재배하려고 실론 섬에 인도 타밀 지역의 주민들을 이주시키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지금의 방글라데시도 살짝 복잡합니다. 인도 동부에 있는 지방 이름이 벵골인데, 서벵골은 인도의 일부로 있었지만 동벵골은 인도 독립 과정에서 파키스탄과 함께 분리 독립하여 동파키스탄이 되었습니다. 이후 다시 또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하였고, 동파키스탄은 이제 벵골의 나라라는 뜻으로 방글라데시가 되었습니다. 근데 인도의 서벵골이나 방글라데시인 동벵골 모두 벵골어를 씁니다. 그래서 이렇게 남부아시아를 구분짓는 것은 역사적인 맥락을 고려한 구분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지역에는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면 위계 혹은 계층도 있습니다. 보통 지역이 가지고 있는 규모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규모라는 말보다 어쩔 때는 스케일(scale)이라는 단어가 더 와닿기도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큰 규모는 아무래도 지구적(global)인 규모라고 부를 것 같습니다. 이 행성에 있는 육지는 몇 개의 대륙이라는 규모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일부 현상은 유럽이나 아시아에만 그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대륙을 넘어선다는 뜻에서 초대륙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시안 게임이나 유럽 연합 등은 대륙적 규모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인도를 비롯한 남부아시아나 한중일을 둘러싼 동북아시아 문제는 대륙 규모는 아니지만 사실 대륙 규모에 버금간다고 해서 아대륙적인 규모라고 보통 부릅니다. 이슬람문화권은 서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북부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까지 영향을 미치고, 유교문화권도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권역(realm)으로 쓸 때가 있습니다. 이보다 작게 들어가면 세계를 이루는 기본 단위인 국가가 등장합니다. 국가를 기준으로 해서 그보다 작은지 큰지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우리나라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주제라면, 미세먼지는 우리나라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도 많지만 중국에서 발생해서 넘어오는 것도 많기 때문에 초국가적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국가보다 더 자세히 들어가서 최근 서울외곽순환도로의 명칭을 바꾸는 문제에 대해 서울과 경기도와 인천이 함께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을 지나는 이 순환도로의 이름이 서울의 바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래도 경기도와 인천은 변두리라는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는데, 그럴 바에는 수도권제1순환도로로 바꾸어서 수도권을 순환시켜주는 도로라는 뜻이면 어떻겠냐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수도권에 사는 주민들에게 의미를 가지므로, 국가보다 작은 이러한 범위는 보통 지방 정도로 표현합니다. 지방(地方)이라는 단어에 들어가는 방(方)이라는 글자에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서울과 가깝다라는 뜻을 가진 경기(京畿)는 지방이라고 표현하면 곤란해요. 뭐 어쨋든,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학교 주변의 소음이나 주차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우리 동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겠죠? 보통 이런 작은 단위는 고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지역이라고 하는 개념은 고장-지방-국가-대륙-지구 등으로 규모에 따라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럼 이제 실제로 지역을 구분하는 사례들을 볼까요? 먼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지역끼리 묶는 방식입니다. 이 것을 동질지역이라고 부릅니다. 설날에 뭘 먹나요? 떡국을 먹나요? 만두국을 먹나요? 떡국을 먹는 지역은 떡국문화권, 만두국을 먹는 지역은 만두국문화권으로 나눌 수 있고, 한 문화권 내에서는 서로 같은 특성을 공유합니다. 어때요? 참 쉽죠? 그 다음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중심과 그 중심의 영향을 받는 배후지역으로 묶는 방식입니다. 이 것을 기능지역이라고 부릅니다. 상점의 상권, 학교의 통학권 등 영향을 주고받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좀 편해요. 어때요? 참 쉽죠? 그 다음은 실질지역과 형식지역입니다. 예를 들어 전라도와 경상도를 생각해봅시다. 소백산맥과 섬진강으로 나누어졌을 뿐만 아니라 두 지역은 말투도 다르고 과거 백제와 신라라는 다른 나라였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것들이 오래도록 축적되어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지역으로 구분이 가능한 실질지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요즘은 이사도 엄청나게 다녀요. 경상도 사람이라고 전라도 음식 안먹는 것도 아니고, 경상도 가도 전라도 사투리 쓰는 사람 많습니다. 이럴 때에 행정구역은 사실상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구역이므로 형식지역이기도 합니다. 사실 형식지역의 대표적인 사례는 선거구에요. 정치인들이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때마다 조정해서 말 그대로 선거만을 위한 구역이거든요. 뭐 그런거가 있다는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칼로 무를 써는 것처럼 지역이 구분되면 참 좋으련만, 사실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지역과 지역이 구분되는 그런 곳을 우리가 경계라고 부릅니다. 무지개는 색깔이 몇개에요? 7개요? 진짜요? 빨강이랑 주황 사이에 선이 그어져 있나요? 사실 빨강과 주황 사이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그라데이션이 있습니다. 바다와 육지는 나눠집니까? 진짜요? 그럼 갯벌은 바다에요 육지에요? 바다에 잠겼다 드러났다 하는데. 경계는 우리가 선으로 인식하지만 사실 선인 경우는 거의 없어요. 자연계에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아까 했던 떡국과 만두국으로 가볼까요? 북부지방은 만두국을 많이 먹는 편인데, 남부지방은 떡국을 많이 먹는 편입니다. 근데 중부지방은 떡국 먹는 사람도 있고, 만두국 먹는 사람도 있는데, 심지어 떡만두국을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떡과 만두라는 재료의 공통적인 특징이 함께 나타나는 이런 곳이 바로 점이지대입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런 내용은 뭐 사실 그닥 암기해야하는 내용은 아니고, 앞으로 수업을 통해서 자유자재로 능수능란하게 적용해야 하는 기본기에 가깝습니다. 이제 지리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맛만 살짝 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지리학은 크게 지역지리학과 계통지리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역지리학은 지리학은 곧 지역학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국에 대해 이해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에 대한 지식을 지형, 기후, 식생, 토양, 촌락, 도시, 산업, 에너지, 문화 등등 다 긁어 모아서 정리하면 된다고 보는 방식입니다. 마치 모자이크처럼 작은 조각을 하나씩 하나씩 모으다 보면 큰 그림이 보일 것이라고 믿는 방식입니다. 현행 고등학교 일반선택 지리 교과의 과목은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또한 작은 조각을 모으면 큰 그림이 보인다는 지역지리의 시각에서 나누어진 구분 방식입니다. 우리가 흔히 "어느 동네 잘 알아?" 물어볼 때에 "응 나 거기 지리 빠삭하지"라고 하는 그 것과 유사합니다. 우리가 이라크의 아르빌로 군대를 파병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 누구를 찾을까요? 해당 지역의 전문가를 찾게 됩니다. 이처럼 지역을 중심으로 놓고 공부하는 지리학의 한 줄기를 지역지리학이라고 합니다.
반면 계통지리학에서는 지리학은 공간과학이라고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국에 대해 이해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먼저 한국의 자연과 한국의 사람들로 나누어 살펴보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자연지리에 해당하는 지형학, 기후학, 토양학, 생물지리학 등의 주제와 인문지리에 해당하는 촌락지리학, 도시지리학, 경제지리학, 정치지리학, 역사지리학, 문화지리학 등의 내용을 연결하면 한국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방식입니다. 뭐 이렇게 말은 구분 해놓았지만 사실 실제 연구에서는 지역지리학과 계통지리학이라는 두 분야를 모두 활용합니다.
지리학을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사는 동네를 간단하게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가보지 못한 동네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다른 동네에도 가보고, 거기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도 기록해오고 정리하고 그랬습니다. 이런 것들이 지리학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고대를 거쳐 사람들은 세계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고, 지역에 대한 정보들을 모았습니다. 특히 모험가들에 의해 지구상의 여러 대륙에 대한 정보가 늘어나던 '지리상의 대 발견의 시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는 아무래도 지리학 중에서도 지역지리학을 중심으로 큰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훔볼트에서 리터를 거쳐 헤트너에 이르기까지 지리학이라는 학문이 하나의 분야로 인정받아가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특이한 사례들을 모아서 기록해놓으면 그 것이 과연 지리학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되었습니다. 지리학은 그게 아니라, 공간에 대한 일반적인 뭔가를 도출해 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예측 가능한 모델을 설정하는 것에 관심이 늘어났습니다. 헤거스트란트는 스웨덴 룬트 대학에 있던 학자인데 여러분들 교과서 23페이지에 있는 시간지리학이라는 분야도 이야기한 학자입니다. 예를 들어 고양시에 새로운 농법이 도입되었습니다. 파주시에서는요? 김포시에서는요? 아니면 멀리 떨어진 울릉도에서는요? 이러한 확산은 가까운데에서는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지만, 먼 곳에서는 느리고 약하게 나타난다는 일반적인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학적인 모델로 증명이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공간에서도 어떤 일정한 경향이 나타나므로, 경제지리나 정치지리, 사회지리, 문화지리 등에서도 일반 법칙을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발이 들어옵니다. 첫 번째는 사람 얘기입니다. 모델로 다 바꿔버리면 대체 사람은 누가 보냐구요. 첫 시간에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 대해 물어봤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이라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에요. 이푸투안이라는 학자가 공간과 장소라는 책을 썼는데(여러분들 진로학술탐색반 추천도서로 넣었어요^^), 절대적이고 수학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공간 이외에 상대적이고 사람마다 인식이 다를 수있는 장소라는 개념도 제시합니다. 아무래도 문화지리쪽에서 이러한 인간 중심의 지리학을 좋아해요. 다른 반발은 대체 이걸 뭐하러 연구하고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인공위성이 띄워지고 지구를 수백번 멸망시켜도 충분할 정도로 핵탄두가 수천개를 넘어가는 시대에, 데이비드 하비는 도시에서 가난한 아이들이 쥐에 물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지리학도 결국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고 질문을 던집니다. 이러한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은 페미니즘 지리학이나 사회지리학 등과 같이 비판적인 관점의 지리학에서 큰 줄기를 이룹니다.
현대에 지리학은 분야가 많이 확장되어서 걸치지 않는 분야가 드뭅니다. 다른 학문과 함께 연구하는 일도 많구요. 하지만 세상이 변하니 좀 더 인기가 있는 분야가 있고, 좀 더 인기가 떨어지는 분야가 생겨납니다. 예를 들면 정주공간은 지리학의 아주아주 오래 된 분야입니다. 근데 사람들이 예전엔 촌락에 많이 살았는데, 이젠 도시에 많이 살다보니 촌락지리학은 점차 전공자가 줄어들고, 도시지리학은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몇개 트렌드만 보려고 합니다.
먼저 지리정보시스템(GIS)입니다. 컴퓨터 등장 이후 공간적인 자료를 정리하고 시각화해주는 체계가 등장했습니다. 예전엔 컴퓨터도 프로그램도 비싸고 어려웠는데 이제는 뭐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동풀빵여지도는 커뮤니티 매핑 방식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이고, 범죄지리정보시스템이나 수문관리시스템 등 여러 분야로 확장되어 적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풀었습니다. 걔네들이 잘 돌아다니는지 GPS로 측정을 하면 이동 경로가 나오겠죠? 활동 범위 등은 GIS를 통해서 분석이 가능합니다. 여러분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도 버스정보시스템(BIS)를 통해 도착정보나 환승을 위한 최적 노선이 도출됩니다. 별다방은 새로운 지점을 낼 때에도 GIS를 통해 상권을 분석합니다. 이게 원격탐사(RS)와 결합해서 시너지를 엄청나게 내고 있습니다. GIS는 워낙 많이 쓰이니까, 관심 있는 학생은 방과후학교 혹은 선택과목에서 더 자세히 배워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른 분야는 아무래도 도시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벌써 인구의 90%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도시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온 지리학자들은 도시 내부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관계를 주고받는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들 사이에 어떤 연결망과 위계가 있는지 공부해왔습니다. 이제는 빅데이터와 결합해 도시는 과연 어떻게 똑똑하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찾아보고 있습니다. 걷기 좋은 도시, 에너지를 절약하는 도시, 안전한 도시 등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다른 여러 학문들과도 많은 도움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아이들이 아파트 이름을 붙여 차별한다는 뉴스 본 적 있나요? 빈곤은 사회학의 오랜 관심 주제였지만, 실제 도시공간에서 일어나는 사례를 연구하다보면 도시지리와 사회학이 융합되어 도시사회지리학이 됩니다. 도시개발과 관련된 이익집단과 그들의 정치적인 충돌을 다루는 도시정치지리학도 있고, 도시별 산업구조의 특성과 발전상을 연구하는 도시경제지리도 있습니다. 건축학이나 도시계획학과도 연결되어 있는 도시지리가 궁금한 친구들은 방과후학교에서 더 자세히 배워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자꾸 이러니까 광고하는 기분이네요).
두서 없이 적다 보니 엄청 길게 적었네요. 분명 처음 시작할 때에는 조회 전에 심심하면 몇 분 안에 볼 수 있는 짧은 지식 한토막 같은 취지였는데,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지리지식으로 바뀐 느낌입니다. 뭐 어때요. 이참에 배우면 좋은거지. 다들 새학기에 정신 없고 바쁘고 어색할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모두 이런 것들을 극복하고 훌륭한 고양국제고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덤으로 여러분들은 앞으로 지리를 좋아하게 될 것으로도 믿습니다. 다들 안녕~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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