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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120

채식주의자 어린 시절 만화책을 정말 좋아했다. 수염이 날 무렵부터는 배를 깔고 누워 대하소설을 읽었다. 토지,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임꺽정, 객주, 혼불 등 시작을 하면 끝까지 헤어나올 수 없었다.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시기가 꽤 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직장인이 되고 십 년이 지나 게임도 잘 하지 못하고 책도 별로 읽지 않는다. 그런 형편이니 문학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은 부끄럽지만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그래도 경사라며 기사가 나오는데 한강 작가의 작품에 호기심이 생겼다. 한켠에 두 칸 짜리 책꽂이를 두고, 학급문고라고 이름을 붙인 교실이 있었다. 아마도 학급 담당 교사의 성품이 담겨있을 터이다. 눈에 보이게 채식주의자 책이 놓여있었고, 분명 학생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겠지만 염치없게도 수업하러온 내가 .. 2024. 10. 18.
시공간 압축 교양이 넘치시던 옆자리 선생님께서 어느 날 물으셨다. 데이비드 하비는 왜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냐고. 난 잠깐 생각했다. 이미 유명해서 유명하다는 것은 답이 될 수 없었다. 맑스주의 지리학자라고 답했다. 맑스주의 학자는 많을텐데 왜 유명한지에 대한 답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부연했다. 맑스를 수십년 강독한 지리학자라고. 그런 경력은 대단히 드물테니 이유가 설명되는 듯 했다. 시공간 압축은 그 동안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하비 입문서이다. 데이비드 하비는 분명 매력이 있는데 도저히 다가갈수가 없었다. 마치 불닭볶음면처럼 느껴졌다. 너무 맵고 얼얼해서 맵찔이에게는 버거운 것처럼, 읽긴 읽는데 제대로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까르보불닭이나 치즈불닭볶음면이 있으면 그래도 좀 엄두가 난다. 제목이 시공간 압축 맑스주.. 2024. 9. 4.
오리지네이션 명품이라는 단어와 사치품이라는 단어를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숙련의 장인이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한 것이 명품이다. 저임금을 노려 제3국에서 완성품 직전으로 수입해 딱지만 붙이고 감성만을 판매하여 큰 수익을 추구하는 사치품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 여력이 있는 계층이 존재하는 이상 사치품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자연스러운 상품 중 하나이다. 기업의 경영자는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할 것이고, 브랜드화는 그 전략 중 하나이다. 오리지네이션은 세계화된 자본주의를 상품의 지리적 특징을 따라 해설한다. 로컬, 내셔널, 글로벌로 구분하여 분석하는데, 교과서에서도 널리 다루어지던 애플이 이 서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신기했다. 특히 영국에서 생산하지도 않으면서 영국다움을 강조하는 버버리는 대중.. 2024.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