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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

성균관 학생 최열성 이야기

by Thisis Geoedu 2024. 5. 16.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공간과 장소에 대해 설명한다. 도시체계는 추상화되어 위계에 따라 매끈하게 정리하고, 도시 내부 구조는 기능에 따라 모식적으로 배치하여 제시한다. 도시공간은 추상적이고 원리를 중심으로 하지만, 개별 사례 지역이 제시되기 때문에 마냥 추상적일 수는 없다. 도시 내의 여러 장소는 경험과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성균관 학생 최열성 이야기는 장소에 대한 동화이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해버리면 다루는 내용에 대해 적절하게 말했다고 보기 어렵다. 연구성과의 전문성에서 동화의 권선징악까지 깊이가 다양하고, 조선시대의 역사지리부터 현대의 변화까지 아우른다. 이야기책이라기에는 체계적인 지식과 개념이 있고, 교양도서라기에는 서사가 있다.

주인공이 마을에서 출발해 한양으로 올라가는 과정은 개인의 성장과 도시의 계층이 맞물린다는 점에서 답사가 떠올랐다. 특히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 다수 제시되어 있는데, 도시지리 답사에서 배웠던 장소도 꽤 있었다. 정말 많이 배우고 소중한 경험이었기에 추억에 잠기게 되었다. 현재 남한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이씨조선 등의 표현이 다소 어색했지만, 국가와 민족에게 도움을 주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마무리가 인상깊었다. 일선 현장에서 교사가 가져야 하는 사명감에 대해 강조하던 수업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소설 형식으로 철학을 풀어낸 경우가 있으니, 소설 형식으로 지리를 풀어낸 사례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지식을 지식으로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서사를 통해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수업에서도 내용체계에 따라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야기를 중심으로 맥락을 설명하며 핵심 메시지를 심어주는 수업도 있을 수 있다. 김교신의 제자도 그러한 수업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결국 오래 남는 것은 지식의 편린이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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