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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

세기말 빈

by Thisis Geoedu 2023. 8. 16.

번역서는 읽다가 중간중간 이게 뭐지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전문적인 분야를 번역하다 보면 해당 분야에 대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반대로 전문가가 번역하다보면 한글로 쓰여있음에도 한국어라기에는 문장이 영 어색한 경우가 있다. 그래도 물리지리학을 보기 힘들 정도로 요즘엔 자동번역 수준이 많이 올라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번역된 번역서를 보기 쉽지 않다. 이렇게 번역하기 위해 엄청난 고생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세기말 빈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지성인들의 무대였던 오스트리아의 빈을 보여준다. 지성사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중압감이 크다. 건축, 정치, 미술 등을 넘나들며 맥락과 흐름을 읽어준다. 당연하게도 지식의 바탕이 부족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거의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본질은 도시였다. 정신분석학과 미학의 세부적인 이야기들은 조각과 조각이 되어 결국 그러한 탄생이 일어난 빈이라는 도시를 이해하게 된다. 괜히 데이비드 하비가 책을 추천하는 역사지리학자로 소개된 것이 아니었다.

옆 자리에 앉았던 선생님께서 링슈트라세에 대해 물어본 적 있다. 지리교사라면 그 정도는 알 것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부끄럽게도 대답을 못했고, 대신 책을 샀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여전히 대답은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덜 부끄러워져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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