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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

말레이 제도

by Thisis Geoedu 2023. 5. 18.

월리스 선을 들어본 정도였다. 동물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수준의 막연한 생각이었다. 음모론처럼 다윈보다 유명했어야 할 비운의 학자라는 환상만 있었다. 어째서 지리교육에서는 학자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다. 크리스탈러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훔볼트도 생소한데 월리스까지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긴 하다.
말레이 제도는 여행기다. 어쩌면 답사보고서일지도 모른다. 다윈에 비해서는 어려운 집안이었던 월리스가 고군분투하며 치열하게 남긴 기록이다. 극락조에서 시작하다보니 당연히 동물분류학이 중심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산지형과 빙기의 해수면변동이 나오고, 말레이와 파푸아의 민족과 언어가 나오고, 플렌테이션 작물과 통치 체제가 나온다. 그야말로 지리학적 연구 성과인데 동물지리에서만 언급되는게 안타깝다. 맬서스의 인구론을 생태계에 적용하다니 읽으면서도 짜릿하다.
두껍다보니 사실 엄두가 잘 나지 않았다. 그래도 큰 맘 먹고 보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며가며 보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말을 걸게 생기긴 했다. 누구도 지리도서임을 의심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들고 다니면서 우쭐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다 읽고 나니까 라우텐자흐의 코레아가 생각난다. 정말 제대로 지역지리 책을 읽은 기분이다. 

무엇보다도 번역이 너무 좋다. 사실 번역이 아쉬우면 원본이 가지고 있던 대단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추천하기도 난감할 때가 많다. 그런데 말레이제도는 번역까지도 완성도가 높아 감사함이 느껴지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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