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일본. 어쩔 수 없이 많이 들어봤고, 일본에 대해 가르쳐야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상호 협력이 강화되면 좋겠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아마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전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사실 일제에 의한 강제침탈은 역사 속에만 있고, 경험한 바는 아니다. 학자들은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수탈을 합리화하려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은 증거가 있어도 존재를 부정한다. 고래심줄처럼 질긴 노력이 무서울 정도인데, 결국 선진국에서 태어난 현세대가 일본에게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파고드는 중이다.
일본산고는 일본어 세대의 경험이다. 지독한 반일주의자이면서도 한국인의 반일이 분풀이라는 본능적 감정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민족적 감정 때문에 비틀린 시야를 가지면, 정작 일본의 엄청난 착오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어지기 때문에 더 냉철해질 것을 주문한다. 한글 세대는 감정적 시비에서 벗어나 조목조목 따지고 넘어가게 될 것임을 예견했다. 일본의 전후세대 또한 사실에 입각해 연구하고 반박할 것은 반박해야한다고 보았다. 큰 길은 일방통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아가 양국의 증오는 문화의 후퇴임을 주장하는 점이 와닿았다. 인간으로 가장 귀한 것은 포기하고, 경제적 동물로 뒷걸음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통장의 숫자를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사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금전이 필요한 것이다. 그저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려드는 사고방식 속에서 내셔널리즘에 기생하는 정치인들이 기승을 부리는 느낌이 든다.
마침 눈에 띄는 서술은 하카리키라고 써진 할복이었다. 자살은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흉악한 범죄자도 삶을 이길 수 없는 무력한 사람도 자살한다. 그러나 고통이 적은 방법을 취하는 것이 본능이다. 사회적 분위기와 강자의 명령에 의해 개인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장치에서 체념과 마조히즘을 읽어낸다.
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낡고 낡아서 맨살이 드러나 보기에도 민망한데 그 옷을 못 벗는지 위선이 딱하다고 말했다. 몸은 비록 직업에 얽메였기에 사회적 신분이 점차 천해진다는 점이 슬프다. 세습이었지만 작품을 남긴 도공처럼 근본적으로 자유로우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역량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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