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리를 가르치는 교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다가 이런 읽기자료를 만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태양 표면에서 보이는 코로나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습니다. 세계적으로 확진자 9만 명, 사망자 3천 명 정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 대해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GIS입니다. 중학교에서 들어본 친구들도 있을 것 같아요.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지리정보체계입니다. 공간정보를 처리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이해하면 뭐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는게 훨씬 쉽겠죠? 아래 링크는 존스홉킨스에서 제공한 자료를 기반으로 COVID-19의 현황을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진 자료입니다
[COVID-19의 국가별·지역별 발생현황]
https://gisanddata.maps.arcgis.com/apps/opsdashboard/index.html#/bda7594740fd40299423467b48e9ecf6
COVID-19의 확산을 '지도화(mapping)'하면 뭐가 좋을까요? 감염병의 공간적인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지리를 공부하면 얻을 수 있는 시야가 바로 '공간적 사고방식'이거든요. 지도에 나타내보면 분포가 보이고, 패턴이 보입니다.
그럼 COVID-19지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공간적인 특성을 간단하게 읽어볼까요?!
일단 대규모로 환자가 발생한 지역은 중국 내륙의 후베이성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발생지점에서 가까울수록, 상호작용이 많을수록 바이러스는 더 많이 확산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지도를 통해 공간적인 경향성을 파악했다면, 앞으로 그 확산을 예측할 수도 있겠죠? 바꾸어 말하면, 그 예측을 기반으로 감염병을 방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모두 공간 확산(spatial diffusion)이라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입학하면 문화지리에서 배울 예정입니다. 공간확산 개념은 보건지리학에서도 적용되어, 감염병의 확산 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실제 교재로 사용되는 보건지리학 교재(A Companion to Health and Medical Geography)에서도 7장 감염병 확산(infectious disease diffusion)에서 공간 확산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웨덴 룬드 대학의 세계적인 지리학자 토르스텐 헤거스트란트(Torsten Hägerstrand)는 공간 확산 이론(spatial diffusion theory)을 제시하였습니다. 헤거스트란트는 직접 야외에 나가서, 특정 지점에서 발생하면 주변으로 어떻게 확산되어나가는지를 직접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한번 정리하고,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 바로 공간확산이론입니다. 공간확산이론에서 우리가 알면 좋은 확산의 공간적 특성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전염확산입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이웃은 실제로 친척이 아니지만, 멀리 살고 서로 자주 만나지도 않는 친척보다는 친해서 부르는 말입니다. 발생한 지점과 거리가 가까우면 아무래도 사람도 많이 왔다갔다하고, 상호작용도 많겠죠? 그럼 확산이 잘 일어나게 됩니다. 가까울 수록 확산이 빠르게 일어나는 효과를 인접효과라고 부르고, 이런 특성에 기반한 확산은 전염확산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꼭 가깝지 않아도 상호작용은 많을 수 있습니다. 독도와 흑산도, 뉴욕과 도쿄를 비교해볼까요? 실제 공간적인 거리는 독도와 흑산도 사이가 훨씬 가깝습니다. 근데 세계적으로 중요한 도시인 뉴욕과 도쿄는 비록 거리는 멀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규모가 크고 인구가 많은 도시는 다른 도시보다 훨씬 상호작용이 활발하기 때문에, 확산도 더 빨리 일어나게 됩니다. 바꿔 말하면 도시의 계층이 높을수록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도시의 계층은 나중에 입학하면 배울거에요^^). 이러한 특성은 계층효과라고 부르고, 이런 특성에 기반한 확산은 계층확산이라고 부릅니다.
현실에서는 이 둘이 딱 구분되어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구요. 뭐 여러 종류의 확산이 함께 일어나게 됩니다.
그럼 이런 공간확산이론을 이번 COVID-19에도 적용해볼까요?
먼저 가장 규모를 좁혀서, 처음 발생한 지점으로 가봅시다. 우한의 시장에서 동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한(武漢)은 후베이성(湖北省)에 위치해 있습니다. 인구가 천 백만 명에 이르는 아주 큰 도시입니다. 후베이성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도시이구요. 후베이에 있는 다른 도시와 철도, 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덕분에 지리적으로 인접한 곳에 빠르게 확산되어, 후베이성 일대에만 5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격리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접효과에 의한 전염확산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겠죠?
이제 조금 시야를 더 넓게 보겠습니다. 후베이성은 중화인민공화국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까 중화인민공화국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우한으로 모이게 됩니다. 자전거 바퀴를 잘 볼까요? 자전거 바퀴에는 중심 축이 있고, 그 축에서 바퀴로 연결해주는 바퀴살이 사방으로 뻗어있습니다. 이러한 축을 허브(hub)라고 부릅니다. 우한은 중국의 주요 교통수단이 모이는 허브에 해당합니다. 중국 내의 주요 도시가 연결되어 있는 고속철도가 지나가구요, 중국 내에 멀리 있는 대도시까지도 항공노선이 구석구석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설)을 맞아 각 성의 대도시로 바이러스는 멀리멀리 퍼질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계층효과에 의한 계층확산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겠죠?
여기서 끝이 아니겠죠? 시야를 더 넓게 볼게요. 이제는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이 발달해서, 세계가 한 마을처럼 살고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 말을 사용하면, 21세기는 세계화로 인해 지구촌이 된 상황입니다. 그럼 당연히 바이러스도 사람을 따라 함께 이동합니다. 우한에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항공 노선을 타고 바이러스도 함께 여러 나라로 이동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환자는 근래에 중국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발생하였고, 이제는 그 사람들과 접촉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76개국에서 감염자가 나오고, 중국 이외의 다른 국가에서도 사망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는 존스홉킨스에서 제공한 자료를 기반으로 COVID-19의 현황을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진 자료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스토리맵]
https://storymaps.arcgis.com/stories/4fdc0d03d3a34aa485de1fb0d2650ee0
지금은 COVID-19가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지만, 사실 감염병은 인류를 늘 위협해 왔습니다. 가까운 메르스, 사스 이외에도 스페인독감, 흑사병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리고 우리 인류는 꾸준히 그러한 질병을 정복해왔습니다. 그 시작이 되는 이야기에도 지리가 있습니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콜레라가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지리적 감각이 잘 살아있던 존 스노(John Snow)는 콜레라 발생 환자의 위치를 지도에 나타냈습니다. 지도에 나타내고 보니 놀랍게도 특정 지역에 매우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노는 그 중심에 있는 펌프에 주목했습니다. 펌프를 폐쇄하자 더 이상 콜레라는 확산되지 않았습니다. 그 전까지 부도덕이나 빈민에게 탓을 하던 비과학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수인성 질병임을 알게 된 셈입니다.
이렇게 스노는 데이터를 공간적으로 표현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한 것입니다. 지금의 GIS에게는 조상님쯤 되는 셈이 될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옛날 얘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의 먹을거리로 주목받는 빅데이터가, 바로 데이터의 분석과 활용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한 장의 지도가 질병을 막았습니다. 이 것이 바로 지리학이 가진 힘입니다. 그래서 지리학은 근대 사회에서 핵심 학문으로 중요하게 기능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요? 마찬가지입니다.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모든 사건은 공간적인 개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리적 시각을 통해 본질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학 전문가들도 역시 확산 경로를 예측하고 캠페인을 벌이는데 지도를 활용하고, GIS 기술은 의료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가 있습니다. 감염병의 확산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모델을 수립하면, 이를 통해 공간적인 의사결정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은 초창기 감염자수, 잠복기 등을 통해 확진 환자수를 예측하는 수준에서, 지금은 질병 발생 지역의 지리학적 특성을 반영하여 현실 세계를 더 잘 반영하는 모델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IBM의 STEM(The Spatiotemporal Epidemiological Modeler)이나 EU의 GLEAM(Global Epidemic and Mobility project)가 대표적입니다.
현대에는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해 전 세계적인 이동이 확대되었습니다. 매일 4천개 넘는 공항에서 3백만 명 이상의 승객들이 100억 킬로미터 이상 이동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감염병 확산을 지도에 나타내면, 지리적으로 무질서(chaotic)해보이기도 합니다. 그럼 지리학은 종말을 맞이한 걸까요? 그런데 사실 여기서도 지리적인 특성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실제 거리가 가까운 시골마을보다, 뉴욕이나 도쿄 같은 큰 도시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훨씬 더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도경도를 기반으로 지구상에서 실제 거리를 나타내는 지도가 아니라, 실제 상호작용이 강력한 유효한 거리(effective distance)를 기반으로 하는 위상지도(topology map)로 나타내면 됩니다.
위상지도는 말이 너무 어려운데, 사실 여러분들도 많이 접하고 있는 지도입니다. 지하철 노선도를 떠올려보면 됩니다. 지하철 노선도는 실제 지하철 역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해당 노선에서 다음 역이 어디인지, 환승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연결된 정보만 표현하는 지도입니다. 이러한 형태를 위상지도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감염병의 확산도 이러한 지도로 표현하면, 특정 도시로부터 질병이 확산되는 경로를 기간별로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여전히 지금도 지도는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 유용한 도구인 셈입니다.
이러한 감염병으로 인해 여러 분야가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여행이 줄면서, 음식·숙박·교통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나타납니다. 특히 최근에는 항공업계에서도 단거리 국제선을 중심으로 하는 저가항공사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감염병이 원인이 되어 발생시키는 사회의 여러 현상들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유심히 살펴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감염병이라는 상황은 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20세기 초반 미국 사회에서 유행하던 장티푸스를 살펴볼까요? 매리 맬런은 아일랜드계 미국인으로, 장티푸스의 무증상 보균자였습니다. 보건 당국은 경찰과 함께 요리사로 일하던 그녀를 체포하여 소변, 대변, 혈액을 강제 채취하고, 언론은 그녀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라며 보도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후 69세에 뇌졸중으로 사망할 때까지 23년간 병원에 수감합니다. 문제는 이 시기 수십 명의 남성 보균자는 보호관찰처분을 받았을 뿐, 신문 기사에 오르내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민자로 이루어진 미국 사회에서 아일랜드계가 가진 지위가 이렇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미국 사회의 주류는 WASP라고 부르는 집단이었거든요. 미국의 인구구성은 2학기에 미국에 대해 학습할 때 더 자세히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쓰다보니 조금 두서가 없긴 하네요. 지리학은 지표 공간에 대해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땅을 파서 유용한 광물을 캐는 광업(Mine)처럼, 지표 공간의 데이터를 캐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지리학의 재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지리와 함께 할 준비가 되었을까요?
※이 읽기자료는 최지선의 자료를 기반으로 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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