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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

우리 몸이 세계라면

by Thisis Geoedu 2019. 11. 27.

교탁 위에 주인을 잃고 놓여있는 책에 눈이 가서 잡아 읽게 되었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보건학에 대한 몇가지 주제들을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잘 읽히는 글이라서 읽는 맛이 시원시원하다. 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하나하나 허투루 넘기기 어려운 내용이다.
아무래도 과학을 하는 사람이다보니 사실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깔끔해서 좋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에서 유방암의 차이가 나타난다. 발병률은 고소득층이 높다. 건강검진을 자주 받으니까 먼저 노출되는 것이다. 저소득층은 사망률이 높다. 늦게 발견하니까 사망을 많이 한다. 우리가 통계에서 신경써야 하는 것이 바로 상관관계 속에서 인과관계를 찾아내는 것인데, 이 책은 그런 측면에서도 무엇을 조심해야하는지 잘 짚어준다. 괜히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도서가 아닌 것 같다.
특히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역시 공간적인 시선이다. 일단 제목부터 훌륭하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 우리 몸을 연구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인간 세상과의 접점을 찾아 풀어낸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흐뭇하다. 게다가 히포크라테스 이야기는 아주 훌륭하다. 그는 의사가 낯선 나라에 도착하면 그 곳의 위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주장했다고 한다. 그걸 저자는 역학 첫 수업에 언급해준다고 하는데, 건강하게 지내기 위한 배경과 맥락을 고려해달라는 점일 것이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상수도 시설, 안전한 주거공간으로 바꾸면 현대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보건학은 정말 멋진 학문인 것 같다. 
사실 보건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 굳이 접점을 찾자면 문화지리학이나 인구지리학을 배우던 시절 전염병에 대한 내용을 일부 배운 것이 기억난다. 사실상 밑천이 별로 없는 셈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논쟁적인 주제를 던져주곤 했다. 강남북의 보건의료 격차, 응급의료체계나 영아사망률의 도농격차, 산부인과나 피부과의 공간적 분포 특성 등. 결국 생각해보면 보건의료의 공간적 불평등에 관한 내용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보건의 사회적 의미를 다루는 이 책을 읽고 나니, 멋모르는 와중에 썩 괜찮았던 것은 아닌가 싶어 위로를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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