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 북한
지금까지 숨가쁘게 살펴보았습니다. 땅이 튀어나오고 평평하고 산이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고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춥고 덥고 사람이 살고 모이고 농사를 짓고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까지 나누어서 보았습니다. 결국 땅과 그 위에 사는 사람을 살펴보는 것이 지리인데, 한반도와 그 사람들을 보는 방법으로 이렇게 부분별로 나누어서 보는 방법을 계통지리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땅을 조각조각 땃땃따 꺼내보고 땃따따 맘에 들게 다시 조립해보는 방식을 취할텐데, 이를 지역지리라고 합니다. 그동안 한반도라고 하긴 했지만 남한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으니, 사실 지역별로 구분되어있는 학습지만 다시 읽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시간에는 우리 국토이면서도 가기 어렵고 관심은 있지만 알기 어려운 북한을 한번 파헤쳐봅시다.
북한의 지형은 남한의 지형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부지방은 태백산맥이 동해에 가까이 붙어 뻗어 내려오고 남부지방은 여기서 갈라진 소백산맥이 중앙을 가로지른다면, 북부지방은 낭림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뻗으며 북부지방을 동서로 나누고, 낭림산맥에서 갈라져 나가는 함경산맥이 동해에 가까이 붙어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척추가 되는 1차산지에서 갈비뼈 모양의 2차산지들이 갈라져 나오고, 주요 하천들은 그러한 2차산지 사이를 흐르며 평야를 만들고 있습니다. 남한보다 북한은 산지가 훨씬 많고 고도도 매우 높은 편인데, 특히 함경산맥의 북쪽이면서 백두산의 남쪽에 해당하는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개마고원으로 용암대지를 볼 수 있으며, 한국의 지붕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입니다. 산으로는 화산지형이 발달한 백두산이나 화강암지형을 볼 수 있는 금강산이 대표적입니다. 한반도의 대하천은 주로 황해나 남해로 흘러가기에 북부지방의 대하천인 압록강, 청천강, 대동강 등은 모두 서해로 빠져나가는 유역면적이 넓고 유량이 큰 하천들입니다. 동해로 빠져나가는 성천강 등은 모두 규모가 작은 편이며, 예외적으로는 두만강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지형 특색을 이용하여 압록강 상류의 장진강, 부전강, 허천강 등에 댐을 건설하고 반대편인 동해안으로 유역 변경식 발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북한은 평야가 드물지만, 대동강 하류 부근의 광량만 일대가 평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주요 하천을 따라 연백평야 등의 평야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기후가 남한보다 훨씬 겨울이 춥고 혹독합니다. 겨울 기온이 워낙 낮다보니 연교차가 크게 나타나는 대륙성 기후를 강하게 보입니다. 대체적으로 남에서 북으로 갈수록, 해안에서 내륙으로 갈수록 연교차가 커집니다. 강수는 전반적으로 낮은 편인데, 청천강 상류지역이 그나마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 속합니다. 관북지역의 해안이나 개마고원 일대는 강수량이 적은 편입니다.
북한이 남한보다 면적이 조금 더 넓은 편이지만 경지면적은 비슷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지형과 기후가 남한보다 농업에 불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한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경지면적이 축소되고 있는 반면, 북한은 그런 경향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주로 남한은 논농사 위주로 운영되고 최근 상품작물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경향이라면, 북한은 애초부터 밭농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옥수수나 감자, 메밀 등의 농작물 비중이 높아 냉면 등의 음식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은 부존 자원이 많아 남한보다 광업이 발달해있습니다. 남한은 필요한 지하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반면, 북한은 대부분을 자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채산성을 평가하는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어림잡아도 몇백 조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석탄의 생산량이 많다보니 에너지가 남한은 석유나 천연가스, 원자력을 중심으로 수력과 신재생에너지가 보충하는 경향이라면 북한은 석탄과 수력을 기반으로 나머지 에너지지원이 보충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력은 북한의 험준한 지형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부터 발달해왔습니다. 이러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공업이 발달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부터 병참기지화 정책이 시행되고 관북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중화학공업이 성장하였는데, 1960년대까지도 남한보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나았습니다. 북한은 신기한게 로켓을 만들 줄 아는데 국민경제는 어렵습니다.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운영하다보니 소비재 경공업의 발달이 미약하고, 이로 인해 실질적인 국민생활수준은 개선이 쉽지 않아보입니다. 북한의 주요 공업지역은 여러 곳이 있지만, 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공업지역과 관북 해안지대의 공업지역이 큰 편입니다. 남한의 수도권과 남동임해공업지역에 대비된다고 생각하면 간단할 것 같습니다.
한반도의 인구분포를 크게 의주-영덕선을 기준으로 나눕니다. 북한은 주로 남서쪽의 평야 주변에 인구밀도가 높고, 북동쪽의 산지지역은 인구밀도가 낮습니다. 북한의 도시화율은 남한보다 아직까지 낮은 편인데, 체제 특성상 국가가 인구분포를 통제하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북한의 주요 도시로는 사회주의 혁명의 수도이자 조선 인민의 심장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평양이 있습니다. 남한의 다양한 기능이 서울에 집중되는 것에 질세라 북한의 평양도 집중이 매우 심합니다. 북한의 중요 기관이나 대학 등은 모두 평양에 있습니다. 인천이 서울의 관문이라면 평양의 관문은 남포입니다. 서해바다 특성상 조차가 커서 배가 들어오기 쉽지 않다는 것은 인천과 매한가지라서, 북한은 남포 앞바다에 서해갑문이라는 시설을 설치하여 안정적인 해운 성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남쪽으로는 남한과 접경지역에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이 있고, 동해안을 따라서 개항장이었던 원산이나 관북의 중심도시인 함흥 등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교통수단은 남한과 비교하면 철도의 비중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로 중심으로 운영되고 해운의 비중이 큰 남한과는 달리 북한은 도로포장률이나 총 도로 연장이 짧은 편이고 차량의 보급도 활발하지 않습니다. 지하철은 남한은 주요 대도시에 대부분 운영되고 수도권에는 매우 많은 노선이 운행되지만, 북한에는 평양에서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물자를 실어나르는 중요한 수단이 해운인 반면 북한에서는 서해와 동해로 국토가 나뉘어져 해운의 비중은 미미한 편입니다.
북한은 남한과 분단된 뒤에 공산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는 소련과 중국 모두에 국경을 접한 상황에서 외교적인 이익을 많이 누렸습니다. 공산주의 친구 나라들의 도움으로 기술이나 식량 원조 등을 받을 수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공산주의 자체의 비효율과 함께 공산국가들이 몰락하면서 북한 경제도 위기에 빠집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이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체제의 위협이 적고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쉬운 해안 도시에 특구를 지정하여 개방한 결과 중국은 오랜 기간 성장을 거듭하고 세계의 용으로 다시 거듭나고자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도 도이모이정책을 펴며 세계 시장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북한도 특구를 통한 개방정책을 조심스럽게 추진했습니다. 가장 먼저 지정된 특구는 두만강 하류의 나선지구입니다. 라진과 선봉의 앞글자를 따서 나선지구라고 부르는데, 러시아와 중국 국경이 모두 가까운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일본 입장에서는 유라시아대륙으로 옮기기 좋은 위치고, 중국 입장에서는 동해로 나가는 출입구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인데, 유엔개발계획에서도 추진했던 부분이지만 현재 그다지 주목받고 있지 못합니다. 다른 곳은 신의주입니다. 중국의 단둥과 마주보고 있는 국경도시 신의주는 압록강 하구의 마안도 일대를 간척하여 얻은 비단섬과 황금평 일대에 특구를 지정하여 중국과 인접한 지리적 위치의 이익을 누리고자 하였습니다. 다만 북한 체제의 특성상 발전이 요원한 것은 사실입니다. 앞의 두 개와 다르게 남한과 관련되어있는 특구도 있습니다. 서울과 인천에 가까운 개성은 수도권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탓에 남한의 자본을 유치하기 매우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해외로 이전되고 자동화되던 추세인 남한에서 경제협력사업으로 개성공단이 만들어지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다만 여러분들도 알고 있는 것처럼 정치적인 문제로 현재 운영이 어려워졌습니다. 금강산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산인데, 군사분계선에 인접하여 개발이 쉬웠고, 특히 북한 출신 기업인의 과감한 투자로 관광 인프라 조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내가 어렷을 때에는 수학여행으로도 곧잘 가곤 했던 곳이 금강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총격사고 이후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현재 운영되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은 국제적으로는 다른 나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헌법상으로 하나의 나라에 있는 한 지역에 불과합니다. 다른 지역들이야 익숙하니까 학습지로도 충분히 대체가 되지만, 북한은 이번 기회에 한번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다루면서 친해지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